대우 `로얄 왕국`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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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로얄 왕국`의 흥망성쇠
  • 이동익
  • 승인 201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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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대우자동차가 고급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시기였다. 신진자동차 시절부터 `크라운`과 `레코드 1900`을 통해 고급차 시장을 선점한 대우는 시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세부 라인업을 구축했다. 고급차에 걸맞은 이미지를 위해 차명도 `왕국`과 관련한 단어를 택했다. 왕자(Prince)와 공작(Duke), 황제(Imperial) 등이 실제 차명으로 사용된다. 이 라인업이 바로 대우자동차가 완성한 세단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로얄 시리즈`다.


로얄 시리즈의 라인업이 구축되면서 대우자동차는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한다. 대우 로얄 시리즈는 당시 시장에서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던 철옹성과도 같았다. 견줄만한 경쟁 차종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우자동차는 로얄 시리즈의 완성 이후, 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현상 유지에 주력한다. 그러나 이 공고한 세단 왕국은 훗날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대우 로얄 시리즈의 정점인 임페리얼보다 높은 상품성으로 무장한 그랜저는 고급 세단 시장에서 기틀을 잡은 대우를 서서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랜저의 세력 확장에 번쩍 정신을 차린 대우자동차는 그제서야 현대자동차에 맞서기 위한 대비태세를 갖춘다. 10년 전 백지화되었던 6기통 엔진을 얹은 대형 세단을 출시한 것도 현대 그랜저에 맞서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러나 이미 승기는 그랜저에게 기운 후였다. 로얄 시리즈의 완성으로 시작된 대우자동차의 전성기는 로얄 시리즈의 몰락과 함께 대우자동차의 암흑기로 이어지게 된다. 로얄 시리즈의 라인업을 살펴보며 대우 로얄 왕국의 흥망성쇠를 돌아본다.


레코드



신진자동차와 제휴를 맺었던 토요타가 중국 진출을 이유로 철수하자, 신진자동차는 미국의 GM과 손을 잡고 제너럴모터스코리아자동차(이하 GM코리아)를 설립한다. 이 때 기획된 라인업 중 고급차 포지션에 위치하던 자동차가 바로 `레코드`다. 오펠의 `레코드 D형`이 베이스 모델이 되었으며,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은 GM의 유럽 지사인 독일의 `아담 오펠`에서 수입해 만들었다. 당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생산한 자동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역슬렌트 스타일의 외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레코드 로얄



1975년 외관을 소폭 변경해 출시한 고급형 모델이다. 이때부터 `로얄`이라는 명칭이 처음으로 사용되었으나, 사실상 로얄 시리즈의 전신은 1978년 새한자동차에서 선보인 `신형 레코드 로얄`이다.


신형 레코드 로얄(이하 레코드 로얄)



1978년, GM코리아 시절부터 만들어지던 레코드를 대우그룹이 인수한 후 새한자동차가 되면서 내놓은 모델이다. 오펠의 `레코드 E1`이 베이스 모델이며, 1972년 출시된 레코드에서 사용했던 1.9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출시되자마자 일어난 2차 오일 쇼크로 장관급 관료들의 관용차가 4기통으로 제한되면서 한동안 장관급 관료들의 관용차로 지정된다. 커다란 차체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과 우수한 연비, 거기에 장관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로 인해 우수한 판매량을 보였다.


레코드 로얄 디젤



레코드 로얄의 파생형으로 출시된 모델이다. 국내 최초의 디젤 세단으로, 레코드 로얄과 같은 차체에 오펠에서 수입한 2.0리터 승용 디젤 엔진을 얹었다. 다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이 컸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이 엔진은 당시 이스즈에서 생산한 엘프(ELF) 트럭에도 얹히는 엔진이었기 때문에, 승용차에 탑재하기에는 크기가 지나치게 커서 보닛을 닫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로얄 디젤은 가솔린 모델과 달리,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전용 보닛을 사용했다. 이 돌출된 형태의 보닛은 로얄 디젤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로얄 살롱



1980년에 출시된 중형세단으로 홀덴 코모도어의 극초기형인 `VB형` 모델의 차체에 2.0리터 엔진을 탑재하였다. 1984년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장관 및 국무위원급 관용차를 4기통으로 다시 제한하면서 장관 및 국무위원급 관용차로 납품되기도 했다. 1991년 2세대 슈퍼살롱 브로엄이 출시되면서 로얄 프린스, 슈퍼 살롱과 함께 단종되었다.


로얄 프린스



1983년 등장한 1.9리터 레코드 로얄의 후속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오펠의 `레코드 E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로얄 시리즈 중에서 출시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거친 모델이자 주축을 담당한 모델이다. 로얄 프린스의 차명은 1991년 후속모델인 `대우 프린스`에게 계승된다.


로얄 XQ



1983년 출시된 저가형 로얄 시리즈로, 기존 레코드 로얄의 바디에 1.5리터 XQ 엔진을 탑재했다. 1984년 말 1985년형 모델로 한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며, 1987년까지 생산되었다. 로얄 XQ에 탑재된 XQ엔진은 대우자동차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엔진으로 `맵시-나`에 실린 엔진이기도 했다. 그러나 크고 무거운 차체를 이끌기에는 동력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얄 살롱 슈퍼



오펠 `세나토르 A2` 차체에 로얄 살롱에 적용되었던 홀덴 코모도어 VB형 모델의 전면부를 접합한 형태다. 국내 최초의 전자 제어 연료 분사식 EFI 엔진과 트립 컴퓨터, 전자식 LCD 계기판 등 첨단 사양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국산차 중에서 가장 고가이면서도 성능이 좋은 모델이었으며, 주문이 밀릴 정도로 수요 또한 높았다. 그러나 얼마 후 등장한 현대 그랜저에 수요를 모조리 빼앗기고, 1년만에 페이스리프트된 슈퍼 살롱이 출시되면서 1년 남짓에 불과한 생산기간을 끝으로 단종되었다.


슈퍼 살롱



현대 그랜저의 아성을 넘기 위해 1987년 등장한 로얄 살롱 슈퍼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슈퍼 살롱은 원래 로얄 살롱 슈퍼가 출시되기 직전의 가칭이었는데,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칭이었던 슈퍼 살롱을 정식 차명으로 사용하게 된다. 후기형으로 `슈퍼 살롱 브로엄`이 출시되기도 했으나 슈퍼 살롱이 단종되면서 `브로엄`이 차명을 이어받게 된다.


로얄 듀크



로얄 XQ의 페이스리프트 및 엔진 개선 모델로, 1987년 출시된 로얄 시리즈의 준중형 세단이다. 1988년에는 저가형 모델인 `듀크 하이 파이`가 출시되기도 했다. `에스페로`의 출시를 앞두고 1989년 로얄 디젤과 함께 단종되었다. 준중형 라인업은 `로얄 프린스 1500`이 대신했으며 이후에는 에스페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임페리얼



1989년 출시된 대우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이전에 출시하려고 했으나 백지화되었던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그랜저를 앞세운 현대자동차를 견제하기 위해서 대우자동차가 출시한 로얄 라인업의 최고급 모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그랜저에 3.0리터 V6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 3000`이라는 모델로 반격에 나선 사이, 임페리얼은 엔진 및 품질 문제와 잇따른 잔고장 등으로 인해 863대라는 초라한 판매기록을 남긴 채 1993년 단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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