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아니다. 차 만들기의 모든 것이다 - 토요타 T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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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아니다. 차 만들기의 모든 것이다 - 토요타 TNGA
  • 박병하
  • 승인 201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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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 아이치 현 나고야 시 소재의 토요타산업기술기념관(トヨタ産業技術記念館)에서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날 발표를 맡은 오노 마사시게 TNGA 부품 시나리오 기획 실장이 맡았다.



그는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나무와 세 가지의 열매가 그려진 이미지를 통해, 현재 토요타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 나무는 `안정된 경영 기반`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기반을 통해 맺게 되는 세 가지의 열매로는 윤택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공헌하는 `좋은 마을`, 새로운 모빌리티 사회에 공헌하는 `좋은 사회`, 그리고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토요타의 `보다 좋은 차 만들기`이다.



오노 실장은 이 세 가지의 열매 중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보다 좋은 차 만들기(もっといいクルマづくり)`임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토요타는 리먼 사태를 계기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좋은 차`를 계속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함과 동시에 글로벌 비전 실현을 위해 회사 전체가 더욱 `보다 좋은 차 만들기`를 위해 크게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토요타가 실행해 온 자동차 개발은 초대 크라운 이래, 수석 엔지니어(Chief Engineer) 제도를 바탕으로, 개별 차종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좋은 차 만들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시켜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 오다 보니,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별 차종의 수도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서 토요타는 지금까지 누적된 플랫폼의 개수가 세부적인 섀시 구조까지 포함하여 100종이 넘게 되었다. 엔진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각국의 시장에서 요구하는 플랫폼이나 구동 방식의 차이, 그리고 배기가스 규제 등에 대응해야 했기에, 플랫폼보다 더욱 복잡다단한 변종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결과, 토요타의 엔진은 신차의 개발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누적된 엔진 종류의 개수가 무려 800종을 넘어 버렸다.



오노 실장은 품종의 지나친 다양화로 인해, ``양적 확대는 물론, 개별 차종별로 좋은 차 만들기를 계속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며 ``이를 위해 플랫폼을 비롯한 주요 부품들을 통합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하며, TNGA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형태의 품종 증가는 막대한 비용 소모와 함께, 신제품 개발 역량을 되려 갉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제조사들이 극단적인 부품 공용화와 함께, 모듈러 플랫폼 도입에 기를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오는 것이다.


일례로 포드의 경우, 이른 바, `원 포드` 전략에 따라, 유럽, 미국, 호주에 흩어져 있던 지부를 모두 통합하고 97종에 달했던 모델 수를 20종 이하로 줄였다. 더욱 극단적인 예로는 볼보가 있는데, 볼보는 신형 XC90부터 도입한 SPA 모듈러 플랫폼과 2.0리터 4기통 DRIVE-E 파워트레인을 전차종에 적용, 모든 제품 라인업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갈아 치울 예정이다. 토요타의 TNGA도 이러한 형태의 통합과 유사한 맥락에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오노 실장은 토요타의 TNGA가 이러한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TNGA의 정의에 대해, ``향후 토요타의 지속적 성장과 `보다 좋은 차 만들기`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기존의 개별 최적인 업무 방식을 재검토하고 전사적인 구조개혁에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TNGA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TNGA의 목적은 공용화나 원가절감이 아니라 보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TNGA는 단순한 신규 플랫폼 도입이나 부품 공용화의 수준이 아니며, 유럽의 제조사들이 기를 쓰고 도입하고 있는 모듈러 플랫폼도 아니다. 그저, 보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플랫폼은 물론, 파워트레인, 그리고 생산 활동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체질 개선` 작업인 것이다.


토요타 TNGA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바로, 자동차의 기골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들에 있다. TNGA는 핵심 부품들의 품질을 대폭 강화하고, 이 강화된 기골과 핵심 부품들을 가지고 신차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 부품들이란, 플랫폼을 비롯하여,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시스템 등, 자동차의 성능과 감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이다.


플랫폼은 새로운 하부 골격 구조를 채용하여, 차체 강성을 최저 30%에서 최대 65%까지 향상시킨다. 또한, 측면과 후방은 환상(環狀)구조로 설계하여, 각 부의 결합 강성도 크게 높인다. 또한, 새로운 접합 기술인 레이저 스크류 용접 기술과 구조 접착제 사용 범위를 넓힌다. 시트 프레임을 차체에 직접 체결하는 방식도 새롭게 도입한다. 아울러, 파워트레인의 위치를 보다 낮춘 설계를 적용, 동급 최고 수준의 저중심 설계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핸들링, 운동 성능, 승차감, 충돌안전 성능의 총체적 향상을 도모한다.


여기에 상술한 차체에 직접 체결되는 시트 프레임을 이용하여, 조작 자세, 앉는 자세, 신체 부담, 승하차의 용이함, 가시성, 주행 감성의 여섯 가지를 고려한 최적의 운전자 포지션 및 구조를 5종의 그룹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각 세그먼트에 미리 설정된 5종의 그룹을 골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여기에는 주요 부품들인 앞좌석의 골격 구조와 시프트레버, 스티어링 휠, 주차브레이크 레버, 페달 등, 운전자가 직접적으로 조작하는 부품들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임은 물론, 이들의 배치가 통합되어 있는 형태다.


그러면서도 디자인의 다양화도 추구한다. 상술한 공용 부품들은 각 부품의 `코어`에 해당하는 구조를 공유하는 것으로, 단일 부품을 모든 차에 돌려 쓰는 것이 아니다. 코어는 공유함으로써 공용화에 의한 생산 및 설계의 최적화를 취하되, 디자인을 자유롭게 하여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기본 성능을 크게 높인 핵심 부품들을 영리하게 공유하여 제품력과 생산 및 설계의 최적화, 그리고 소비자 만족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 유닛은 저중심화, 경량화, 소형화, 그리고 플랫폼과의 일체화 및 모듈화까지 고려한 설계 사상이 적용된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엔진의 열효율과 변속기의 동력 전달 능력을 상호 최적화하여, 약 25% 향상된 연비와 약 15% 향상된 동력 성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구동 유닛의 배치를 재설계하고 모터, 인버터 배터리의 소형화, 고효율화를 모두 도모함으로써 기존 시스템 대비 약 15%의 연비 향상을 목표로 한다. 모든 신규 파워트레인은 플랫폼과 최적의 일체화를 이루는 설계가 적용되어, 주행 성능의 향상 및 총체적인 고효율의 실현을 도모한다.


생산 면에서도 상당한 체질 개선을 가한다. TNGA는 공용화된 핵심 부품들을 이용하면서도, 생산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여, 부가가치가 없는 모든 작업들을 걸러내고, 가치가 있는 작업 시간의 비중을 늘리며, 일체의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다. 조립 과정은 한 방향으로만 진행시키고, 작업을 위한 부품들은 작업자와 근접한 곳이면서도 시인성이 높은 배치 구조를 통해, 작업물을 찾는 시간이나 가져오는 시간들을 최소화시킨다. 생산 라인의 소형화를 통해, 설비 공간은 75%, 설비 투자 비용을 50%가량 줄인다. 이러한 형태의 신규 생산 설비를 도입함에 따라, 기존의 가로 10여m 규격의 작업장에서 총 4명의 작업자가 하던 작업을 단 2.7m 규격의 작업장과 1명의 작업자로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각 부품의 매입처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부품 공급 역시 기존에 비해 더욱 개선된다.


토요타 TNGA는 통합되면서도 기본 성능을 크게 강화시킨 핵심 부품 및 장비들의 체계적인 공용화는 물론, 디자인 및 설계 상의 자유도를 확보하고, 생산성에서도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토요타는 TNGA의 도입을 통해 기존의 개발 및 생산 체계에 대비하여 약 20% 이상의 개발 재원 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선행 기술 개발 및 상품성 강화에 다시 투입한다.


기존의 수석 엔지니어 제도는 TNGA와 융합한다. 오노 실장은 ``향후에는 차종 별로 추구하는 수석 엔지니어 제도에 의한 차 만들기와 TNGA에 의한 영리한 차 만들기와의 융합이, 토요타의 새로운 `보다 좋은 차 만들기`로 거듭난다``고 말하며, ``이 새로운 `보다 좋은 차 만들기`의 철학 하에, 토요타의 지속적 성장을 향한 핵심 기술개발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결집하고, 개발 현장에서 단련시켜 나가는 것이 다음 세대를 담당하는 인재 육성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TNGA는 프리우스(4세대)부터 도입을 개시, 전륜구동 소형차 및 대형차나 후륜구동 차종도 포함하여 2020년경까지 약 과반수의 토요타 시판차로 순차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TNGA는 문자 그대로 풀이 하면,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차량)구조(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이 바꾸려 하는 `구조`는 비단 신차에 도입될 새로운 플랫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설계, 디자인, 그리고 생산에 작용하는 유/무형의 모든 `구조`, `시스템`을 말한다고 본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계 제조사의 모듈러 플랫폼과 TNGA를 비교하는 질문에 대한 오노 실장의 대답이 이러한 토요타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TNGA는 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의 약자다. 토요타는 `아키텍처`를 설계, 신념이라 생각한다. 신념이라는 것은 원리원칙이 바탕으로 한다. 그 때문에 기본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TNGA는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참고로 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데 있어서의 원리원칙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내놓은 우리의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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