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센트는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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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센트는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 윤현수
  • 승인 2017.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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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형차 시장은 침몰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중형차`라는 타이틀을 내건 현대차 엘란트라의 등장은 배기량 대비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을 매료시키며 소형차의 몰락의 시작을 알렸다. 시장의 선호를 등에 업은 준중형차들은 급속도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소형차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형 크로스오버들의 대두와 경차의 제품력 향상 등의 요인이 겹쳐, 소형차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또한 인기가 낮은 세그먼트이기에 모델체인지 주기도 상대적으로 늦다는 점, 그리고 두 차종 대비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도 소형차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소형차 시장은 2012년, 49,53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43,067대, 2014년 36,120대, 2015년 27,821대를 거쳐 전년도에는 18,180대로 2012년 대비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전년도 기준, 현대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등 소형차 삼인방은 시장 점유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사실상 주류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 엑센트는 꾸준히 호성적을 보여주며 소형차 점유율 60%를 훌쩍 상회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소형차 시장 중 68.4%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했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 전체의 판매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소형차 시장의 축소는 제품력의 저하만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엑센트는 러시아 대륙을 점령한 지 오래다. 작년에는 모델 수명주기가 종점에 다다랐음에도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월간 판매량 1위를 달성하며 쾌재를 부른 바 있다. 이렇게 엑센트는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솔라리스, 즉 엑센트의 러시아 수출형 모델의 후속작을 공개했다. 또한 북미시장에도 엑센트 후속 모델을 공개하며 소형차 라인업의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엑센트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시장에선 엑센트의 세대 교체에 관한 이야기는 확실한 것이 없다. 되려 단종에 관한 이야기는 종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서 소형차가 홀대 받고 있다는 것은 위의 판매량 추이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엑센트의 상품선 개선 모델을 꾸준히 출시했고, 유로 6 디젤 엔진과 7단 DCT 파워트레인 조합을 지닌 F/L급 모델 변경을 통해 경쟁력을 다시금 이끌어낸 전적이 있다. 형제차인 프라이드가 초기 출시 때와 다를 바 없는 파워트레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고려하면 꽤나 큰 격차다. 여타 업체보다 소형차 모델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준 높은 차량 완성도와 상품성으로 소형차 시장을 점령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에 공개되었던 2017 솔라리스 및 신형 엑센트는 캐스캐이딩 그릴을 입고 보다 다이내믹한 외모를 갖췄다. 거기에 여타 현대차와 같이 HMI를 적용하여 인체공학적 기능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고장력 강판 비율 확대 및 구조용 접착제 사용량 증대로 골격 강화를 이뤄냈으며, 여타 신세대 현대차와 같이 보다 향상된 기본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다만 국내 현대차 관계자는 엑센트 후속 모델 출시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아무리 상품성이 향상된 엑센트가 국내에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세그먼트인 소형차 시장이 재도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요가 줄어드는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소형차의 수요는 꾸준히 있어왔다. 소형차는 자동차 제조사의 기본기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세그먼트다. 이는 세계를 뒤흔들었던 경제위기 가운데에서도 질 좋은 소형차 개발 역량을 갖춘 제조사들이 독자생존에 성공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한 일이지만 소수임에도 존재하는 수요에 대한 배려는 긍정적인 기업의 표상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소형차는 자사의 준중형 모델을 더욱 빛나게 한다. 엔트리 모델로서 상급 모델에 대한 계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형차 시장의 희망인 현대 엑센트는 점차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작금의 소형차 시장은 제품군 모두가 힘이 빠져버려 몰락 직전에 다다랐다. 세그먼트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볼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도로에서 새로운 엑센트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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