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T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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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T란 무엇인가?
  • 박병하
  • 승인 2017.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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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처음 등장하여 기아 모닝의 흥행 이전까지의 10여년간 국내 경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GM대우의 마티즈를 기억하는가? GM대우 마티즈는 초기에는 수동 5단, 혹은 자동 3단 변속기로 출시되었다가, 1년후 종래에 없던 신개념의 변속기를 도입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변속기가 바로 CVT(Continuous Variable Transmission)다. 영문명을 번역한 `연속 가변 변속기`, 혹은 그 특성에서 기인한 `무단변속기`라고도 불린다. 간단한 구조와 높은 효율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변속기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주로 경차의 변속기로 사용하며, 이륜차 업계에서는 스쿠터의 변속기로 오랫동안 애용되고 있다.



CVT는 자동변속기의 일종으로, 기어와 기어가 서로 맞물리는 형태인 통상의 변속기와는 달리, 두 개의 풀리(Pulley, 도르래)를 하나의 벨트로 연결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두 개의 풀리는 각각 엔진과 구동축에 연결되며, 풀리의 직경은 가변(可變)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변속기의 기능을 구현한다.



CVT의 가변형 풀리는 CVT 특유의 연속적인(Continuously) 동력 배분의 핵심이다. 저속에서 높은 토크가 필요할 때에는 엔진 측의 풀리 직경을 확대하고 고속 회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구동축 측의 풀리 직경을 확대한다. 자전거의 변속기와 매우 유사한 원리다. 하지만 기어가 정해져 있는 자전거와는 달리, CVT는 이 과정이 연속적으로 제어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CVT는 통상의 변속기와 같은 `단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단(無段)변속기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변속기에 따라서는 보조적으로 부변속기(Auxiliary Gearbox)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CVT는 설계 상 주어진 범위 내에서 기어비를 무한대에 가까운 단계로 연속제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CVT는 이론 상 차단(次段) 변속에 따른 구동손실이 존재하지 않으며, 제어의 정밀도에 따라 주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적의 기어비로 주행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통상의 자동변속기 대비 동력 전달의 효율이 높다. 연속적으로 제어되는 특성 상, 이론 상으로 변속 충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회전 등, 유동부품의 수가 통상의 자동변속기에 비해 적고, 구조도 단순하기 때문에 이론 상으로는 유지관리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여러모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차와 소형차에 어울리는 변속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CVT는 효율 면에서 통상의 변속기에 비해 우수한 장점들을 여럿 가지고 있어,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단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CVT의 가장 큰 맹점은 `이론 상`으로만 우수하다는 점이다. CVT의 연속제어는 유압시스템과 전자제어에 대부분 의존하게 되는데, 이는 유압시스템의 성능과 전자제어의 정밀도에 따라 효율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CVT를 탑재한 자동차들 중 일부는 상황에 맞지 않는 회전수 억제, 혹은 지나친 증가에 따른 부자연스러운 변속질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운 변속질감은 CVT의 제어부가 상황을 오판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상기한 `이론 상 가장 효율적인 주행`은 커녕, 통상적인 자동차들에 비해서도 효율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큰 구동소음도 주된 단점으로 지적되며, 통상적인 변속기에 비해 허용 가능한 출력과 토크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상기한 마티즈에 사용되었던 `E3 CVT`로 인해, CVT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쁜 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엔진의 출력과 토크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변속기를 무턱대고 채용한 GM대우 개발진의 실수로, CVT 자체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당시 마티즈의 E3 CVT는 결함으로 취급될 만큼 문제가 심했기 때문에, `CVT=결함 변속기`라는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 CVT는 벨트 대신 보다 견고한 금속 체인 구조의 채용과 전자제어의 정밀화 등을 통하여 상기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세계에서 CVT를 가장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닛산의 경우, 최고출력 300마력 내외의 3.5리터급 가솔린 엔진에도 CVT를 적용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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