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_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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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_전편
  • 승인 2017.05.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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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세 번째 이야기는 한 때 GM, 포드와 함께 미국의 빅3로 불렸었던 기업, 크라이슬러의 `헤미` 엔진이다.


항공기 엔진에서 시작하다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의 `헤미`는 반구형 연소실(Hemispherical combustion chamber)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소실은 실린더 헤드 내부를 이르는 말이다. 헤미 엔진의 실린더 헤드 내부는 오목하게 파인 형상을 취하고 있어, 헤드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을 줄일 수 있고, 폭발 행정시 혼합기의 연소속도가 고르기 때문에 노킹과 같은 이상연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크라이슬러가 이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했었던 분야는 자동차가 아닌, 항공 분야였다. 크라이슬러의 반구형 연소실 기술은 크라이슬러가 1940년도부터 진행하고 있었던 항공기 엔진 개발에서 비롯되었던 산물이었기 때문. 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크라이슬러의 IV-2220 계열 엔진인 XIV-2220이었다. 이 엔진은 배기량이 2,219입방인치(약 36.36리터)에 달하는 뱅크각 60도의 액랭식(Liquid-Cooled) V형 16기통 레시프로 항공기용 엔진으로, SOHC 구조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모두 사용하여 최고 2,50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었다.



이 엔진은 전후 서부전선에서 활약했던 미군의 전투기 P-47 썬더볼트(Thunderbolt)의 성능 개량 작업에서 활용되었다. 리퍼블릭(Republic) 사에서 제작한 P-47 썬더볼트 전투기는 강건한 기체강도와 우수한 생존성, 그리고 프랫&휘트니의 걸작인 R-2800 더블와스프(Double Wasp) 공랭식 복렬 18기통 성형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2,000마력의 강력한 힘을 통한 빠른 속도가 조화를 이룬 수작 전투기였다.



크라이슬러 XIV-2220 엔진은 본래 썬더볼트가 사용하고 있었던 더블와스프에 비해 배기량은 585입방인치(약 9.6리터) 더 작았지만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최고출력이 더블와스프의 2,000마력에 비해 더 높았고, 연비도 더 좋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썬더볼트의 기체 성능(특히, 고고도 성능)을 한층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엔진을 탑재했던 XP-47H는 성능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능 향상을 보여주었으나, 종전으로 인해 실용화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이 반구형 연소실 기술이 주는 성능과 연비에 주목하고 있었던 크라이슬러는 이 기술을 자사의 자동차 부문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1951년, 이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첫 엔진이 크라이슬러의 50년대를 이끌었던 헤미 엔진의 1세대, `파이어파워(Firepower)` 엔진이었다.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의 `화력(Firepower)`을 보여주다 - 파이어파워 엔진

크라이슬러 파이어파워 엔진은 1951년부터 59년도까지 생산된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의 1세대에 해당하는 엔진이다. 이 엔진은 당시 크라이슬러와 동사의 고급차 브랜드인 임페리얼, 크라이슬러의 중소형 라인업을 맡고 있었던 데소토(DeSoto), 픽업 트럭 등을 위주로 했던 닷지(Dodge) 등의 브랜드가 사용했으며 각 브랜드가 전부 다른 이름, 다른 제원으로 생산하여, 10가지도 넘는 바리에이션이 존재했다. 하지만 모든 파이어파워 엔진은 공통적으로 보어(실린더 내경)가 스트로크(실린더 높이)보다 큰 `오버스퀘어(Oversquare)` 엔진이었다.



크라이슬러 파이어파워 엔진은 크라이슬러와 고급차 브랜드인 임페리얼에서 사용했다. 배기량에 따라 331, 354, 392의 총 세 가지 배기량으로 생산되었다. 여기서 표기된 숫자 표기는 미국 야드파운드법 상의 입방인치에 해당하는 수치로,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331은 5.4리터, 354는 5.8리터, 392는 6.4리터 정도에 해당한다.


1951년부터 55년까지 사용되었던 331 파이어파워 엔진은 1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연장 카뷰레터를 사용하는 사양과 355마력에 달하는 성능을 냈던 4연장 카뷰레터 사양의 경주용 사양이 있다. 전자는 50년대 초반의 크라이슬러 뉴요커, 임페리얼, 새러토가, 새러토가 클럽 쿠페 등에 쓰였으며, 후자는 1955년에 등장한 크라이슬러의 고성능 세단, `300 레터 시리즈`의 첫 차, C-300에 사용되었다. 또한, 이 엔진은 크라이슬러가 제작한 공습 경보용 사이렌에 사용된 전적이 있다.


1956년부터 59년까지 사용된 354 파이어파워 엔진은 300 레터 시리즈의 `300B`에 사용된 사양과 뉴요커 및 임페리얼에 사용된 엔진의 사양이 각각 다르다. 300B에 사용된 엔진은 사양에 따라 340마력, 혹은 355마력의 성능을 냈으며, 뉴요커와 임페리얼에 사용된 엔진은 28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이 외에도 헤미 엔진의 반구형 연소실을 다구형 연소실(Polyspherical Combustion Chamber)로 바꾼 또 다른 변형이 존재한다. 이 엔진은 닷지의 C 시리즈 픽업트럭에 사용되었다.


1957년부터 58년까지 2년간 생산된 392 파이어파워 엔진은 4연장 카뷰레터를 장착한 일반형 사양과 이중 4연장 카뷰레터를 장착한 고성능 사양이 있었다. 392입방인치()의 배기량은 여기서 일반 사양은 32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사양과 34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사양로 나뉘어진다. 345마력 사양은 9.25:1의 압축비를 지닌 엔진이었다.



392 파이어파워 엔진의 고성능 사양은 1957년에 등장한 300 레터 시리즈의 300C와 300D에 사용되었다. 이 엔진은 10:1의 고압축비를 자랑했으며, 이중 4연장 카뷰레터를 장착하고 380마력의 고성능을 냈다. 여기에 1958년에 출시했던 300D에는 당시에 보기 드물었던 전자식 연료분사(Fuel Injection) 시스템을 채용한 사양이 있었는데, 이 사양의 엔진은 무려 395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며, 배기량 1입방인치(약 16.38cc) 당 1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당대 최고 성능의 엔진 중 하나였다.


중소형 승용차를 주로 맡고 있었던 데소토에서는 `파이어돔(Fire Dome)`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276, 291, 330, 241, 345의 다섯 가지 사양으로 생산했다. 파이어돔이라는 이름은 `헤미`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특유의 반구형 헤드 내부 구조에서 착안한 것이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276은 4.5리터, 291은 4.8리터, 330은 5.4리터, 241은 4.0리터, 345는 5.7리터급에 해당한다.



픽업 트럭을 주로 맡고 었었던 닷지는 파이어파워 엔진 덕분에 드디어 V8엔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닷지는 이 엔진에 `레드 램(Red Ram)`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역시 자사의 필요에 맞게 개조해서 사용했다. 닷지 레드 램 엔진은 헤미 엔진 특유의 반구형 헤드 대신 다각형(Polyspherical) 헤드를 사용한 엔진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실린더 블록을 늘리는 등, 개조의 폭이 가장 큰 데다, 원본과 같은 배기량의 엔진조차 없어, 아예 별개의 엔진으로 취급해도 될 정도였다. 닷지 레드 램 엔진은 241, 270, 315, 325의 네 가지 사양으로 생산했다. 241은 4.0리터, 270은 4.4리터, 315는 5.2리터, 325는 5.3리터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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