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분야] - 볼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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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다른 분야] - 볼보편
  • 박병하
  • 승인 2017.06.0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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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드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존재한다. 이들 제조사들 중에는 `자동차만` 만드는 제조사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공업은 기본적으로 중공업의 가장 큰 대분류 중 하나이며, 여기서 파생된 기술들은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래서 규모가 큰 기업들 중에서는 자동차 제작을 본업으로 하되, 이를 활용한 기타 육상용 중장비나 엔진, 혹은 대형 기업인 경우, 상당수가 방위산업에도 손을 대고 있으며, 그 역도 존재한다. 또한, 자동차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분야에 손을 대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기만 한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이름만 같을 뿐, 현재는 분사되어 각각 제 갈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안전한 자동차`로 명성이 높은 `볼보 자동차(Volvo Cars)`와 스웨덴을 대표하는 중공업 회사인 `볼보 그룹(Volvo Group)` 또한,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볼보는 공동 창업주이자 경제학자였던 ´아사 가브리엘손(Assar Gabrielsson)´과 스웨덴 최대의 볼 베어링 제조사, SKF의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라르손(Gustaf Larson)´이 예테보리 근처에 1926년에 스웨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한다. 본래 볼보는 SKF의 출자를 받아 세워졌던, SKF의 자회사였으나, 이후 자동차 사업이 성공하면서 1935년경 SKF로부터 독립, 훗날 변속기 제작사와 건설장비 제작사 등을 인수하여 사세를 키웠다. 그리고 이 때 인수했던 각종 중공업 회사들이 자동차 부문을 제외한, 오늘날의 볼보 그룹을 이루는 근간을 이루게 된다.



볼보는 본래 자동차를 만드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훗날 인수한 기업들을 바탕으로 다른 중공업 분야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아,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8~90년대부터 다방면으로 기술 협력을 해왔던 포드의 제안에 따라, 1999년, 자동차 부문을 포드에 매각하며, 한 회사였던 두 기업은 서로 이름만 같을 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본 기사에서 다룰 내용은 자동차부문인 볼보자동차가 아닌, 볼보 그룹에 대한 이야기다.



볼보 그룹은 99년, 포드에 승용차 부문을 떠나 보낸 후에 남은 기업집단으로, 버스, 트럭 등의 대형 상용차로 유명하다. 특히, 상용차 제작사 부문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큰 기업으로 부상했다. 볼보 그룹이 닛산의 상용차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UD트럭스`를 비롯하여, 미국 트럭 제조사인 `맥(Mack)`, 프랑스 르노(Renault)의 상용차 부문인 `르노 트럭`이 현재 볼보 그룹의 산하에 있다. 또한, 중국의 둥펑자동차와 합작으로 설립된 `둥펑 트럭`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볼보 그룹은 트럭 및 버스 등의 상용차를 주로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면의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굴삭기 등의 건설용 중장비다. 특히, 이 건설기계 부문의 경우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데, 바로, 볼보의 건설기계를 창원에 위치한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을 맺게 된 이유는 본래 삼성중공업이 건설기계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이 때 가지고 있었던 창원의 건설기계 공장을 볼보 그룹이 인수함과 동시에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세우면서 시작된 것. 볼보의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현재, 볼보가 생산하는 굴삭기의 9할에 달하는 분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굴삭기 시장 점유율 2위를 자랑하는, 견실한 기업이다.



`볼보 펜타(Volvo Penta)`로 불리는 엔진 사업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볼보 펜타는 작게는 요트에 사용되는 엔진을 시작으로, 크게는 대형 선박용 엔진을 제작하고 있으며, 선박 외에도 산업 시설에 필요한 대형의 엔진들을 제작하고 있다.



볼보가 손을 대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면, 방위산업이다. 스웨덴의 유명한 방위산업체로는 흔히 `사브(Saab)`로 알려진 `스웨덴 항공 유한회사(Svenska Aeroplan AktieBolag)`를 대표적으로 꼽지만, 볼보 그룹 역시 스웨덴의 방위 산업에서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본가의 상용차를 기반으로, 군용 사양으로 제작된 다양한 형태의 트럭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병대를 위한 야전 건설장비, 지상군을 위한 발전 설비, 그리고 해군을 위한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항공기용 엔진도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스웨덴 공군의 주력 다목적 전투기로 뛰고 있는 `JAS39 그리펜(Gripen)`의 `RM112` 엔진이 있다. 이 엔진은 美 해군의 `F/A-18 호넷`, 스텔스 공격기 `F-117 나이트호크` 등의 수많은 항공기에 탑재되어 그 성능을 입증한 GE의 걸작, `F404` 엔진의 면허 생산품이다. 항공기업을 근간으로 하는 사브가 자동차기업을 근간으로 하는 볼보에게 엔진을 납품 받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한데, 사실 볼보의 항공기 엔진 부문은 본래 사브의 고향인 트롤하탄(Trollhättan) 소재의 `Nohab Flygmotorfabriker AB`라는 기업을 1941년, 볼보가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인수한 데서 비롯되었다. 볼보는 이 회사를 인수한 후, `볼보 에어로(Volvo Aero)`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전개, 후에 `VAS Aero Service`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하다가 지난 2015년 9월, 아메리카 에어로 그룹(America Aero Grupe LLC)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볼보는 1955년부터 생산된 `J35 드라켄(Draken)` 시절부터, 사브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었다. 물론, 이 엔진 역시 자체 개발품은 아니었고, 롤스로이스 에이본(Avon) 엔진의 면허 생산품이었다. J35의 후속기종이자, JAS39의 선배 격인 `JA37 비겐(Viggen)`에도, 프랫 and 휘트니(Pratt and Whitney)의 `JT8D` 엔진의 볼보 면허 생산분이 탑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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