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 스즈키의 경스포츠카,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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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 스즈키의 경스포츠카, `카푸치노`
  • 박병하
  • 승인 2017.06.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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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Suzuki)의 카푸치노(Cappuccino)는 1991년도에 생산을 개시한 스즈키의 경(經)형 스포츠카로, 9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헤이세이 ABC`에서 `C`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헤이세이 ABC는 일본 버블경제의 산물이라고도 불리우는 대표적인 세 종의 경형 스포츠카, `마쯔다 AZ-1`, `혼다 비트`, `스즈키 카푸치노`를 가리킨다.



스즈키는 자사의 카푸치노가 동명의 커피음료와 비슷한 이미지라고 말한다. 작은 컵에 담겼다는 점과 특징이 뚜렷하다는 점, 그리고 세련됐다는 점이 공통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스즈키 카푸치노는 카푸치노가 담긴 에스프레소 잔에 비유될 정도로 작은 차체를 가졌다.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춰 조립된 차체는 전장X전폭X전고가 3,295X1,395X1,185(mm)이며, 공차중량은 725kg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 버블경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경형 스포츠카이니만큼 크기만으로 판단하기에는 곤란하다.



카푸치노에 탑재된 657cc 직렬 3기통 터보 엔진은 6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시속 180km까지 차체를 밀어붙인다. 굴림방식은 FR 레이아웃을 채용했다. 네 바퀴에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으며, 경차 최초로 4륜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50:50에 근접한 우수한 전후 무게 배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3개의 피스로 구성된 지붕은 상황에 따라 풀 오픈, 타르가 탑, T-탑 등 다양한 형태의 연출이 가능하다. 특징이 뚜렷하다는 카푸치노 음료와 들어맞는 부분이다.



어떻게 경차인 카푸치노가 이러한 성능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해답은 스즈키가 카푸치노 제작에 착수한 1987년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 붐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폭등하던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기업은 풍부해진 자금을 바탕으로 이전까지는 감히 엄두를 못 냈던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클래식한 외관이 특징인 `닛산 피가로`나, 알루미늄으로 차체가 이루어져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스포츠카 `혼다 NSX` 등도 이 시기에 탄생한 차종이다. 스즈키가 카푸치노만을 위해서 볼트 하나까지 전용 부품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버블경제 시절에 등장한 차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인 1989년, 프로젝트 카가 도쿄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로부터 2년 후 카푸치노는 본격적인 생산 및 판매에 돌입한다. 카푸치노는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생산된 15,113대 중 13,318대가 판매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내수시장 전용으로 기획한 모델이었으나 판매는 유럽까지 뻗어나갔다. 카푸치노는 1992년 영국국제모터쇼에서의 데뷔를 시작으로 영국이나 독일, 홍콩 등지까지 수출되었다.



1995년, 카푸치노의 전기형 모델을 대체할 후기형 모델이 모습을 드러낸다. 1995년을 기준으로 이전까지 생산되던 카푸치노를 전기형 모델, 새롭게 생산된 모델을 후기형 모델이라고 일컫는다. 후기형 모델은 전기형 모델보다 경량화된 엔진과 3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러한 부분 변경 뒤에는 당시 유럽 연합이 공표한 보다 엄격한 자동차 배출 규제 기준이 있었다. 유럽에서 판매고를 넓히고 있던 스즈키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즈키는 새로운 배출 규제 기준을 따른 새로운 카푸치노를 내놓는다.



여타 버블경제에 탄생한 차종이 그러했듯 카푸치노도 그 끝이 좋지는 않았다. 1998년 일본의 버블이 붕괴함에 따라 스포츠카 시장과 같은 틈새시장이 침체기를 맞는다. 또한 이 시기를 기점으로 경차의 규격이 변경되면서 각 제조사들은 저마다 경차 라인업을 총체적으로 재편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카푸치노는 차종 정리의 대상이 되어 7년간 26,583대라는 생산량을 기록하며 결국 단종되었다. 헤이세이 ABC의 `C`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헤이세이 ABC는 부활을 꿈꾼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색적인 경형 스포츠카로 눈길을 돌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옛 헤이세이 ABC의 창조자들 중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혼다다. 혼다는 근 20여년 만에 새로운 경형 스포츠카인 `S660`을 내놓고 유례 없는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스즈키의 경우, 2013년 5월 당시 공개된 컨셉 아트와 도쿄모터쇼에 출품된 동일한 디자인의 콘셉트카를 통해 카푸치노를 추억하는 소비자를 열광시켰다. 하지만 차세대 카푸치노의 개발 여부는 현재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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