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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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 중편
  • 승인 2017.06.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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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세 번째 이야기는 한 때 GM, 포드와 함께 미국의 빅3로 불렸었던 기업, 크라이슬러의 `헤미(HEMI)` 엔진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전설이 되다 - 426 헤미 엔진


지난 기사에서는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XIV-2220 엔진과 처음으로 반구형 연소실(Hemispherical combustion chamber)을 갖춘 첫 헤미 엔진인 파이어파워 엔진을 살펴 보았다. 크라이슬러 파이어파워 엔진은 50년대 크라이슬러 계열 제조사들의 주력 V8 엔진이었으나, 50년대 말에는 잠시 동안 명맥이 끊겨 있었다.



그리고 1964년, 크라이슬러는 반구형 연소실을 채용한 새로운 엔진을 발표한다. 새로운 엔진은 426 입방 인치(미터법 환산 약 7.0리터)에 달하는 대배기량 고성능 엔진이었다. 새로운 엔진에는 반구형 연소실에서 기인한 `헤미(Hemi)`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붙었다. 닷지 차저, 플리머스 로드러너 등, 60~70년대 크라이슬러 계열 머슬카를 상징하는 전설과도 같은 엔진인 `426 헤미 엔진`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크라이슬러 426 헤미 엔진은 `엘레펀트 엔진(Elephant Engine)`이라는 별칭이 있었는데, 이는 당대의 기준을 넘는 고성능과 거대한 크기, 그리고 무거운 중량 등에서 비롯되었다. 보어(실린더 내경) 10.72인치(107.95mm), 스트로크(실린더 높이) 3.75인치(95.25mm)의 `오버스퀘어(Oversquare)`엔진이었으며, 푸시로드식 OHV 방식에 10.25:1의 압축비로 425마력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실린더 블록은 주철 블록을 사용했으며, 실린더 헤드는 알루미늄 합금, 혹은 주철을 사용했다.


크라이슬러 426 헤미 엔진은 본래 1960년대 나스카(National Association of Stock Car Auto Racing, NASCAR)에 출전하기 위해 제작한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플리머스(Plymouth)의 4세대 벨버디어(Belvedere)의 경주용 모델에 도입되었다. 이 엔진을 심장으로 품은 플리머스 벨버디어는 1964년, 데이토나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경기에서 1,2,3위를 독식하며 포디움을 싹쓸이하는 대활약을 펼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때부터 헤미 엔진은 크라이슬러 계열 브랜드의 고성능을 상징하는 엔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1965년, 426 헤미 엔진을 탑재한 벨버디어는 나스카의 당해 시즌에 출전할 수 없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포드의 압력과 본래 426 헤미 엔진을 장착한 플리머스 벨버디어가 일반에 판매되지 않고 있었던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엔진은 벨버디어 외에 다른 특정한 몇 개 모델에 장착되어 일반에 판매는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엔진을 탑재한 차들의 차명 뒤에는 `426 헤미`라는 별칭을 붙었다. 이 엔진을 탑재한 일반 차량은 닷지 다트(Dodge Dart)의 SS 모델과 플리머스 퓨리(Fury), 그리고 1965년 하반기에 등장한 닷지 코로넷(Dodge Coronet) 등에 탑재되었으며, 드래그 레이스용 경주차 등에도 탑재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른 바, `레이스 헤미(Race Hemi)`라 불리는 경주용 426 헤미 엔진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에 대대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426 헤미 엔진은 통칭 `스트리트 헤미(Street Hemi)`라는 형태로, 1965년부터 71년까지 생산되었다. 일반용으로 판매된 426 헤미인 스트리트 헤미 엔진은 베어링 캡의 체결 방식에서부터 흡/배기 매니폴드의 형상에 이르기까지, 레이스 헤미와는 기계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머슬카의 상징이자, 당대의 미국인들이 경험하게 된 제대로 된 426 헤미 엔진은 이쪽이라 할 수 있다. 현재 426 헤미 엔진의 부품은 미국의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아직도 구할 수 있다.



426 헤미 엔진은 지금까지 총 11,000여기만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 엔진을 심장으로 삼은 차들의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상기한 플리머스 벨버디어와 닷지 다트, 닷지 코로넷을 시작으로, 닷지 코로넷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머슬카의 전설, `닷지 차저(Dodge Charger)`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닷지 차저 데이토나(Dodge Charger Daytona)에도 탑재되었다. 이 외에도 플리머스 로드러너(Plymouth Road Runner), 닷지 챌린저(Dodge Challenger), 닷지 수퍼 비(Dodge Super Bee) 등에 탑재되며, 당시 크라이슬러 계열 브랜드의 머슬카들을 상징하는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426 헤미 엔진은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명기로 통하고 있어, 오늘날에도 아메리칸 머슬을 사랑하는 머슬 가이들에게 전설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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