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분야] 사브편
상태바
[같은 이름, 다른 분야] 사브편
  • 박병하
  • 승인 2017.06.05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드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존재한다. 이들 제조사들 중에는 `자동차만` 만드는 제조사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공업은 기본적으로 중공업의 가장 큰 대분류 중 하나이며, 여기서 파생된 기술들은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래서 규모가 큰 기업들 중에서는 자동차 제작을 본업으로 하되, 이를 활용한 기타 육상용 중장비나 엔진, 혹은 대형 기업인 경우, 상당수가 방위산업에도 손을 대고 있으며, 그 역도 존재한다. 또한, 자동차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분야에 손을 대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기만 한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이름만 같을 뿐, 현재는 분사되어 각각 제 갈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자동차 제조사로 알려진 기업들이 벌이는 `다른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지에서는 자동차 회사와 같은 이름의 기업이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해 연속으로 다룬다. 본 기사에서 다룰 기업은 지금은 사라진 스웨덴의 자동차 브랜드 `사브(Saab Automobile AB)`와 그 뿌리에 대해 다룬다.



자동차 분야에서 사브는 주로 `사브 자동차 유한회사(Saab Automobile AB)` 쪽을 지칭한다. 사브(Saab)라는 이름은 이들의 전신이자,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스웨덴 항공 유한회사(Svenska Aeroplan AkiteBolag)`의 약칭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이름의 연원에서 보다시피, 사브는 자동차 제작이 본업이 아니었다. 전간기(戰間期)의 끝 무렵인 1937년에 세워진 이 회사는 스웨덴 공군이 대대로 사용한 전술기들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그동안 항공기를 제작해 왔던 사브가 돌연 자동차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데에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브에게 있어서 위기의 순간이었다. 종전에 의해 각국이 군비 축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군비 축소는 곧 전투기 등의 신규도입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고, 전투기의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었던 사브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했다. 그 다른 분야가 바로 `자동차`였다. 스웨덴 항공 유한회사는 자사의 두문자어를 따서 `사브 자동차 유한회사(Saab Automobile AB)`를 세우고, 자동차 분야로 본격적인 진출을 꾀했다. 이와 같은 자동차 사업 진출 배경은 과거, 나치 독일 공군이 사용한 폭격기 등의 엔진을 생산했다가 자동차 사업으로 선회했던 독일 BMW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사브는 지난 해 결국 사라져버린 사브 자동차와는 달리, 현재도 살아 남아 있다. 특히, 스웨덴을 대표하는 방위산업체로서 유명하다. 전술한 대로, 사브는 대대로 스웨덴 공군의 전투기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전간기는 물론, 종전 이후에도 다수의 전투기들을 개발했다.





사브의 전투기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스웨덴 공군의 교리에 맞춰서 제작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웨덴은 냉전시절, 핀란드와 함께 소련군의 대대적인 도발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개전 후 소련군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면 전 국토와 비행장이 공격받는 상황을 전제로 교리를 정비해 왔다. 따라서 스웨덴군의 무기체계는 이에 맞게 철저하게 방어적이고 높은 생존성 및 유연성을 고루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교리와 사상에 기반한 사브의 전투기들은 대부분 정규 활주로가 없는 상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게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크기도 대체로 작은 편이며, 작은 크기에서도 초음속을 내야 하기 때문에 초음속기들은 대부분 델타익 구조를 취한다.



오늘날 사브는 현대전 환경과 수출 시장의 입맛에 맞춘 다목적 전투기인 JAS39 `그리펜`의 판로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JAS39는 상기한 스웨덴 공군의 교리에 부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JAS39는 정규 활주로가 없어도, 700m 가량의 비포장 지방도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 여기에 5~6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구성된 야전정비팀이 불과 30분~1시간 안에 임무 변화에 따른 장비교체 및 재급유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유연한 적응력과 크기에 비해 넉넉한 페이로드는 물론,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며, 비교적 우수한 비행 안정성, 데이터링크 전투 체계의 도입 등이 특징인 기체다.





사브는 근래 들어, 스웨덴 내 다른 방산업체들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현재 칼 구스타프, AT-4 등의 화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스텔스 군함`으로 유명한 비스비급 초계함의 전투 지휘 시스템과 PESA 레이더 등을 공급했다. 또한, 스웨덴군이 새롭게 추진 중인 신형 잠수함의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그 외에 레이더, UAV, 대함미사일 등의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