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의 딜레마, 그리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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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의 딜레마, 그리고 기회
  • 윤현수
  • 승인 2017.06.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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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은 모기업의 B 세그먼트 해치백인 클리오를 한국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당초 8월에 출시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충분한 물량 확보를 통해 공급의 용이함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이유로 출시 일정을 다소 미뤘다.

르노삼성이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클리오는 2012년에 첫 출시된 4세대 모델이다. 작년 6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디테일을 최신 르노 차량과 같이 세련되게 다듬고 다소 빈약했던 편의장비 수준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 개막했던 2017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되며 소형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현지 생산이 아닌 수입 판매 형식으로, 상황은 언뜻 QM3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무대가 점차 수축되고 있는 소형차 시장이기에 사실 흐름은 그와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QM3는 당시에도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던 소형 SUV였다. 이미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장받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소형 SUV 시장은 글로벌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통해 국내 브랜드들이 모두 참전할 예정에 있다. 반면 소형차 시장은 현재 월 판매량이 1000대 미만으로 제법 판매량을 끌어내었던 6년 전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프라이드도 하반기 신형 모델 출시를 기약하며 슬그머니 단종이 되어버려 시장 규모는 소멸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월 500대 가량의 판매량을 보이는 작은 전장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 모델을 투입하는 르노삼성의 의지는 객기일까 아니면 패기 넘치는 과감한 선택일까?

르노삼성의 수장인 박동훈 사장은 사실 이 `해치백 불모지`에서 한국 시장에서 잠시 해치백의 전성기를 꽃피우게 한 전적이 있다. 그가 폭스바겐 코리아에 몸담던 시절, 골프의 뛰어난 상품성에 감회를 받아 적극적으로 골프를 한국 시장에 도입하여 별안간 도로를 내달리는 독일제 해치백이 제법 많아지기도 했다.


물론 골프 특유의 높은 완성도와 상품성이 뒷받침해주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으나, 현재의 박동훈 사장도 클리오의 상품성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그가 어떤 방향성을 지닌 채 클리오를 시장에 투입할 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표현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해치백이나 왜건이 세단보다 비싸니까 안 팔린다`라는 말도 어느 정도 맞다. 그런데 해치백과 왜건이 세단보다 판매 가격이 높은 건 대부분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르노 메간 역시 프랑스 현지 시장에서 해치백 모델이 세단보다 높은 가격표를 지닌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로 보았을 때,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 판매가 저조한 것은 사실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동일한 가격 구조를 지녔음에도 판매 비중 격차가 난다는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니다. 물론 선호도라는 항목에는 개인적인 심미적 기준이나 실용성 등과 같은 부수적 요인들이 내재되어있다.

한편, 클리오가 다수의 한국 소비자들 입맛에 부합하는 지도 의문이다. 제 아무리 자그마한 B세그먼트급 차량이지만, 그럼에도 엑센트나 프라이드는 세단의 판매 비율이 더 높았다. 참고로 2015년 기준 엑센트 판매량 중 해치백은 30%에 불과했다.

그리고 현재 엑센트 세단과 해치백(위트)의 가격차이는 30만원에 불과하다. (동일 사양 기준) 따라서 해치백 모델만 존재하는 클리오의 판매량이 과연 국내 브랜드의 순위 싸움까지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가격 책정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모델 노후화로 인한 상품성 하락 이전에도 준중형차들과 큰 차이 없는 가격대는 소형차를 외면하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클리오는 프랑스 현지에서 13,900~19,850 유로에 판매되고 있다. (이니시알레 파리 및 R.S 제외)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약 1750~2510만원이다.


그러나 출시를 예상할 수 있는 주력 트림 가격대와 QM3의 전례를 고려하면 대략 1800~2100만원 정도로 예상해볼 수 있다. 따라서 가격대는 기존 소형차들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 큰 폭으로 줄어버린 소형차 시장에 `뉴 페이스`가 등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클리오가 소형차 시장을 부흥시킬 만큼의 여력을 지니진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하반기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단종된 프라이드로 인해 공석이 생긴 소형차 시장에서 반짝 빛날 순 있을 것이다.

특히 르노 측에서도 올해 판매량을 최대 5000대 가량으로 예상하며 클리오의 상품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만큼, 신차효과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노쇠화여 매력 지수가 떨어진 경쟁 차종들보다 선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령 QM3를 통해 검증된 1.5리터 dCi 엔진과 6단 DCT의 조합은 효율성 측면에선 동급 최고로 여겨지고 있으며, 유럽 시장에서 소형차 만들기에 수 십 년을 바친 르노의 솜씨도 기대해볼 만 하다.

시장성이 매우 낮아진 소형차 시장을 택한 르노삼성의 선택은 매우 과감하다. 수요는 적지만 여전히 엔트리카로 여겨지며 소형차를 선택하는 소수의 소비자들에게까지 르노삼성 브랜드의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르노삼성에게 있어 신 모델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기존에 있던 모델의 세대 변경이 아니라 라인업을 확장하고 모델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기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기업 르노가 노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라인업 확장을 통해 보다 다양한 소비자층을 끌어 모으는 데에 있다. 그러나 세그먼트에 따른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쉐보레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 르노의 터키 부르사 공장에서 생산되어 한국으로 들여올 클리오는 QM3의 전례와 마찬가지로 공급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시장 규모 격차가 크긴 하나, 그마저도 원활하지 못한 공급 문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인도가 되지 않는다면, 르노삼성의 장기적인 이미지에도 다시금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수월한 공급을 위해 출시 일정까지 연기하는 만큼, 적어도 공급 문제로 인한 이상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미 출시가 결정된 마당에 사실 시장의 규모 문제나 해치백의 선호도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클리오를 맞이할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르노삼성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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