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새로운 픽업트럭이 푸조답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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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새로운 픽업트럭이 푸조답지 않은 이유
  • 윤현수
  • 승인 2017.06.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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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가 픽업 트럭을 내놨다. 차명마저 매우 적나라한 작명법을 사용한 `픽 업(Pick up)`이다.

최근에 성장률이 높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변종모델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푸조는 다분히 유럽적 성격이 짙던 브랜드여서인지 굉장히 재밌는 소식으로 다가온다.


푸조가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하며 내놓은 `픽 업`은 5미터가 살짝 넘는 전장을 지닌 더블캡 컴팩트 픽업 트럭이다. 북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 쪽에 투입될 모델로, 현재 해당 시장은 연 5만 6천대 가량으로 예상보다 볼륨이 있는 시장이다.

특히 최신예 푸조 차량들과는 판이한 생김새가 특징이다. 푸조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채용했으나, 그 이외에는 푸조 브랜드의 일원임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전무하다. 그래서인지 적재함 테일게이트에 푸조의 영문 알파벳을 대문짝만하게 양각으로 새겼다.

픽업트럭은 적재함을 갖춘 독특한 차체 구조상 사실 디자인 자유도가 높지 않은 레이아웃을 지녔다. 그럼에도 최신예 픽업 트럭들을 보면 나름대로 캐릭터라인도 새겨넣고 개성있는 램프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푸조 `픽 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픽업트럭의 전형적인 투박한 면모를 자랑한다. 물론 시장 수준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최신예 모델들이 아닌 구형 모델들이 판을 치는 아프리카 대륙에선 디자인 때문에 지탄받을 것 같진 않다.

픽 업의 보닛 아래에는 2.5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자리하며, 5단 수동변속기과 함께 네 바퀴를 굴린다. 모델에 따라 4x2, 4x4 모델로 나뉘어 4x4 모델에는 선택식 사륜구동이 적용된다.

여기에 에어컨과 전동식 윈도, CD 플레이어 및 라디오, USB 포트와 같은 편의장비는 물론 ABS와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 후방 주차 보조장치 등이 적용된다. 제 3세계를 위한 제품이지만 기초적인 편의장비들은 모두 갖춘 셈이다.

새로운 푸조의 픽업트럭의 등장에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들 수 있으나, 푸조는 이전부터 신흥시장을 위한 픽업트럭을 내놓고 있었다. (참고로 푸조는 5,60년대에 `Camionnette-Bâchée`이라 명명한 픽업도 시장에 내놨었다.)

가령 2010년도에 `Hoggar`라는 픽업트럭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펠린 룩의 푸조 디자인을 픽업트럭에 적용시킨 괴상하기 그지없는 모양새였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이러한 전례가 있기에 이번에도 자동차 매체들은 신세대 푸조의 얼굴을 한 픽업 트럭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픽 업`은 예상을 보기 좋게 깨며 매우 점잔한 외모를 지니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둥펑자동차의 픽업트럭인 `리치`를 기반으로 제작된 사실상 `뱃지 엔지니어링` 제품이기 때문이다. 픽업트럭 제작에 노하우도 없는 푸조가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픽업트럭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본래 신규 시장의 안정적인 진입을 위해서라면 합작이 최우선이다.

한편, 이 둥펑 리치마저도 닛산의 `Navara(D2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현재 시판 중인 최신 모델이 아니라 시간이 꽤 지난 모델을 재활용한 모델이다.

개발이라고 하기도 뭐한 신 모델을 아프리카 시장에 투입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PSA 브랜드의 `세계화`이다. PSA는 현재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오펠까지 집어삼키며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아울러 인도의 유서 깊은 자동차 제조사인 앰버서더(Ambassador)도 인수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신흥시장을 철저히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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