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맥라렌 M838T 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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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맥라렌 M838T 엔진 편
  • 박병하
  • 승인 2017.08.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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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열의 방출과 생산성 면에서 대체할 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일곱 번째 이야기는 현재 활발하게 로드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영국  모터스포츠의 종가, 맥라렌(McLaren)의 로드카에서 사용하고  있는 'M838T' 엔진에 대한 이야기다.


신세대 맥라렌 로드카의 심장, M838T 엔진

1993년, 괴물같은 성능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안기며 ‘20세기 최고의 슈퍼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맥라렌 F1’의 등장 이래, 맥라렌은  당시 F1 파트너였던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을 통해 로드카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맥라렌이 메르세데스와 결별함에 따라, 자체 브랜드로 로드카 사업을 전개하게 되면서 새로운 엔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태어난 엔진이 바로 M838T 엔진이다. 맥라렌 M838T 엔진은 맥라렌 F1  이래 근 20년 만에 등장한 자체 브랜드 로드카, MP4-12C에  처음 탑재되면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맥라렌 M838T 엔진은  슈퍼카의 엔진이면서도 다운사이징 기조와 배기가스 저감 등, 2010년대를 관통하고 있는 엔진 개발 경향을  그대로 따른 트렌디한 엔진이면서도 모터스포츠 종가인 맥라렌의 요구에 맞게 높은 성능을 내는 엔진이다. 개발은  리카르도 plc(Ricardo plc)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리카르도  plc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계 자동차 관련  종합 설계/제작사로, 수많은 자동차용 엔진은 물론, 전차(戰車)용의  엔진도 설계하는 ‘엔진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맥라렌 M838T 엔진은  톰 워킨쇼 레이싱(Tom Walkinshaw Racing, 이하 TWR)이 IRL 인디카 챔피언십에 내보내기 위한 엔진으로 설계했던 3.5리터  V8 엔진에 대한 권리를 맥라렌이 사들임으로써 기술적인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맥라렌과 리카르도는 새로운 엔진의 개발을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이 엔진은 맥라렌의 요구에 따라, 대부분의  설계가 변경되었다. 본래의 엔진에 남은 흔적이라곤 93mm의  보어(실린더 내경)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래 경주용 엔진으로 설계되어 있었던 엔진인 만큼, 로드카에 요구되는  안정성과 엔진 제어 특성, 그리고 효율성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배기량은 3.8리터로  증가했고, 8,500rpm에서 레드존이 시작되도록 변경되었다. 뱅크각은 90도에, 플랫-플레인(Flat-Plane) 크랭크 샤프트를 적용했다. 플랫-플레인 크랭크 샤프트는 크랭크 핀이 대칭을 이루며 각각 반대 방향에 위치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흡기 과정이 통상적인 크로스-플레인 방식에 비해 단순하게  이루어져, 보다 빠른 고회전 영역 돌입과 우수한 응답성을 구현함은 물론, 경량화와 무게중심을 낮추기에 유리한 구조다.


여기에 작은 배기량에서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응답성이 우수한 트윈터보를 탑재했으며, 2,000rpm부터 최대 토크의 80%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과급 엔진이면서도 넓은 가용  회전 영역으로 유연함까지 겸비했다. 또한,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CO2 배출량 300g/km 이하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맥라렌의 새로운 엔진이 처음 선보이게 된 것은 2011년에 출시한,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새로운 양산차, ‘MP4-12C’의 심장으로 탑재 되면서부터다. MP4-12C에  탑재된 초기 사양의 M838T 엔진은 600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61.1kg.m/3,0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당시 경쟁차종인 페라리 458 이탈리아의 4.5리터 V8 엔진이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5.2리터 V10 엔진보다 훨씬 작은 배기량으로 더 높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CO2 배출량에 있어서도  307g/km의 458 이탈리아와 351g/km에 달했던 가야르도 LP560-4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279g/km에 불과한 CO2 배출량을 기록하면서 ‘CO2 배출량 당 출력 비(比)가  가장 높은 차’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후기형에 해당하는  2013년형부터 625마력/7,500rpm의  최고출력을 내도록 재조정 되었다.


MP4-12C를 시작으로 도입된 맥라렌의 M838T 엔진은 2014년에 출시된 650S는 물론,  21세기 최강의 슈퍼카 중 하나인 맥라렌 P1에 이르기까지, 720S 이전에 출시된 맥라렌 모델들의 심장으로 쓰였다. 물론, 신모델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변경을 가함에 따라, 형식명을  따로 구분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MP4-12C에 탑재되었던  엔진의 설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맥라렌 650S에  탑재된 M838T 엔진은 650이라는 차명을 따르듯, 650마력/7,250rpm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69.3kg.m/6,000rpm에 달한다. CO2 배출량은 MP4-12C보다 소폭 낮아진, 275g/km로, 출력에 비해 낮은 CO2 배출량을 자랑한다.



650S를 기반으로 개발한 한정판 고성능 슈퍼카, ‘675LT’에  탑재된 M838T 엔진은 ‘M838TL’로 따로 분류된다. 이 엔진은 M838T 엔진에 대대적인 체중 감량을 단행하여 부품  대부분을 교체하면서도 동력성능은 훨씬 높인 것이 특징이다. 최고출력은 역시 차명에 따라 675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내며, 최대토크는 71.4kg.m에 달한다.



라 페라리, 포르쉐 918 스파이더 등과 함께 21세기 최강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삼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맥라렌 P1에 탑재된 M838T 엔진은 거의  다른 엔진이라고 해도 무방한 정도의 구성과 성능을 보인다. 맥라렌 P1에  탑재된 엔진의 최고출력은 무려 737마력, 최대토크는 91.7kg.m에 달한다. 배기량 1리터  당 출력 비는 약 200마력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라이벌인  라 페라리나 918 스파이더에 비해 맞은 배기량으로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출력을 발휘한다.



한편, 맥라렌의  신세대 엔트리급 모델로 출시된 570S와 540C에 탑재된  M838T 엔진은 M838TE로 따로 구분한다. 엔트리급 모델인 만큼, 출력은 역시 차명을 따라 540C 540마력, 570S 570마력을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540C 55.0kg.m/rpm, 570S 61.2kg.m이다.



맥라렌 M838T 엔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엔진 컨테스트 부문 최고의 공신력과  권위를 지닌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  Awards)의 3~4리터 부문에서 3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강력한 동력성능과 우수한 효율과 친환경성까지 인정 받았다. 현재 맥라렌은  M838T 엔진의 후속기라고 할 수 있는 ‘M840T’ 엔진을 개발, 650S의 후속 모델이라 할 수 있는 720S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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