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깨진 두 제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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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깨진 두 제국의 꿈
  • 윤현수
  • 승인 2017.08.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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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과 타타모터스는 올해 초부터 인도 시장 점유율 상승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사의 파트너십 체결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3월, 두 그룹은 파트너십을 맺으며 거대 기업들의 합작에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5개월 만에 맞잡은 손을 떼게 되었다.

두 공룡이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폭스바겐은 인도 시장 진입 이후 시간이 꽤 흘렀으나, 점유율 상승이 지나치게 더뎠다. 따라서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시장에 맞는 상품 개발과 생산 단가 하락을 통한 수익 창출을 원했다.

타타의 입장에선 세계 최고 수준 브랜드들을 보유한 그들의 네임밸류를 업고 기술력 제휴로 경쟁력 상승을 노렸다. 현지 업체임을 감안하면 타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타타 역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인도뿐 아닌 다른 이머징 마켓에 대한 대응도 할 수 있음에 파트너십은 무난히 체결되는가 싶었다. 타타의 생산 설비를 응용한 덕에 저가형 차량 개발에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작부터 둘의 만남은 삐걱거렸다. 문제는 `뿌리`였다. 자동차 개발의 기본이 되는 플랫폼을 두고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며 충돌이 일어난 것이었다.

폭스바겐의 MQB-A 플랫폼은 효율성과 완성도 측면에선 톱클래스임이 분명하지만, 경제성 측면에선 다소 아쉬운 면모를 보였다. 반면 타타가 내세우는 AMP(Advanced Modular Platform)는 생산 단가가 낮아 수익 측면에선 좋은 면모를 보이나, 반대로 폭스바겐 엠블럼을 달기엔 완성도가 부족했다.

이러한 이해관계는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으며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폭스바겐과 타타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과 상업성을 면밀히 조사하며 파트너십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보고 파트너십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19년까지 예정되어있던 프로젝트이기에 매우 빠른 타이밍에 이루어진 결단이었다.

지지부진한 프로젝트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두 기업에게 빠른 결단은 오히려 좋은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계획되었던 연도까지 질질 끌어왔다면, 손해만 불러일으킨 채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

재밌는 것은 타타는 해외 업체와의 합작을 이뤘던 경험이 있다. 2012년, 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피아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나, 판매가 영 시원치 않자 파트너십을 끊어버린 것이다.

또한 완성차 부문의 독보적 1위를 지켜오는 마루티와 스즈키의 파트너십 이외에, 인도 현지 업체들이 제품력 향상을 위해 맺어온 파트너십은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되었다. 다른 인도 현지 업체인 마힌드라도 피아트와 마찬가지로 소형차에 일가견이 있는 르노와 손을 맞잡았으나 판매 부진으로 결국 끝을 맺었다.

인도는 여전히 잠재력이 거대하며, 소수 업체의 독주 양상이 고착화된 시장이다. 따라서 신규 진입을 노리는 해외 업체들이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다지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이나 GM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소수 업체들이 세워놓은 성벽이 너무나도 굳건하다는 것을 여러 전례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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