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기업은 자동차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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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기업은 자동차 제조사?
  • 김상혁
  • 승인 2017.09.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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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은 그 역사와 전통을 대변하며 미래를 이끌어낸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를 기반해 쌓어올려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과거 속에는 지워버리고 싶은 치부의 역사 또한 존재하고 있다. 바로 ‘전범 기업’이라는 낙인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전쟁에 협력한 대표적인 이야기로 오늘날 포르쉐와 폭스바겐을 존재하게 한 희대의 천재 공학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를 들 수 있다. 폭스바겐의 비틀의 탄생과 아우토반 건설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 아돌프 히틀러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게 ‘1ℓ로 10㎞ 이상, 5명 이상의 가족 탑승, 시속 100㎞ 이상’ 등의 조건을 걸어 ‘비틀’을 만들어냈다. 비틀은 volkswagen(국민차)로 불리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수익은 고스란히 전쟁 자금으로 쓰였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해 전차 및 항공기 엔진을 제작, 납품했으며 무임금 강제 노동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엔진을 얹어 개발한 메르세세데스 벤츠 T-80을 내놓는 등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이득을 얻었다. BMW 역시 나치 독일 공군이 사용했던 폭격기 등의 엔진을 공급한 이력이 있으며, 이탈리아의 피아트 역시 비행기, 전차 등 각종 군수 물자를 지원해 사세를 키웠다.

나치 독일과 함께 추축국의 일원이자,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원흉인 일본에도 전범 기업이 산재해 있다. 특히 미쓰비시는 전범기업의 대표격으로 분류되며 아시아권에서 미움을 받고 있다. 당시 미쓰비시는 자동차 뿐 아니라 전투기, 조선소, 광산, 제련소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군수물자를 지원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구 일본 해군의 제로 전투기다. 이 뿐만 아니라 임금 미지불, 강제 노동과 학대 등 악행을 저지른 것으로 유명하다.

스바루의 전신인 후지 중공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카지마 비행기’라는 이름으로 구 일본 육군에 전투기를 납품했었다. 고성능 세단 ‘스카이라인’으로 유명한 프린스 자동차 공업(1968년 닛산에 합병됨) 역시 군수물자를 납품한 나카지마 비행기와 타치가와 비행기 출신들이 만든 기업이며, 토요타, 마쯔다 등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쟁에 협력했던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전후에 세워진 혼다는 예외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정 중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항상 전쟁을 꼽곤 한다. 특히, 자동차의 발전은 전쟁과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는 두 번의 세계대전 동안 병력 수송과 물자 보급 등을 위해 가장 적합한 수단이었고,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전쟁이란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안전 벨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ABS 등, 자동차와 관련된 수많은 기술들은 상당한 부분이 군사 기술들로부터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결국 자사의 이익을 위해 전쟁범죄자들에 부역했다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지난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인정 조차 하지 않는 일부 기업들의 모습은 세계 사회의 거대한 구성원으로써 윤리적, 도덕적 기업 정신을 망각한 행위다. 감추고 지우는 것 보다는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미래를 위해서도 올바른 방법이다.

BMW는 창사 100주년을 맞으며 독점 공급과 강제 노역 등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강제 노역 피해자 보상 등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나치에 협력한 과오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한켠에는 그런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놓았다. 전범 기업이라는 낙인을 등에 짊어지고도 그들이 굳건한 이유는 바로 그런 사죄와 반성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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