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3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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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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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는 현대 아반떼와 쌍둥이 차다. 엔진과 차대를 같이 쓴다. 아반떼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2위에 달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11년 자동차 판매 순위 기준) 하지만 아반떼는 이제 K3의 도전을 받아 챔피언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



아반떼와 K3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디자인 때문이다. K3의 디자인은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할 뿐 전혀 다르다. 아반떼가 마구 면을 비틀며 다이내믹을 강조하려 애썼다면, K3는 상대적으로 얌전하다. 기아의 패밀리 룩인 호랑이 코 그릴을 아래로 낮게 달고, 양쪽으로 크게 헤드램프를 달았다. 눈썹마냥 LED 램프로 그은 데이라이트가 특이한 존재감을 뽐낸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A필러가 시작되는 부분에 자리한 조그만 창이다. 사이드 미러 쪽에 자리한 이 창 때문일까. 후드가 상대적으로 짧고 A필러가 길어 보인다. 하지만 아반떼를 옆에 두고 확인해본 결과 둘의 A필러는 같은 위치에서 시작했다.



옆면은 캐릭터 라인을 두 개나 늘어놓았다. 하나는 도어캐치를 따라 직선으로 뻗어 테일램프를 향하고, 다른 하나는 문의 아래쪽에서 약하게 휘어지며 굴곡을 남긴다. C필러가 길게 뻗어 트렁크가 짧아 보인다. 하지만 막상 트렁크를 열어보면 꽤나 넓다.


실내 디자인 또한 나름 정갈하다. 다만 곳곳에 주름을 넣었다. 매끈한 면이 주는 단조로움을 벗어나긴 했다. 하지만 산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가운데 에어컨 송풍구 사이에 내비게이션과 전자동 에어컨이 자리한다. 제일 위에는 붉은색 액정의 디지털시계가 자리했다. 포르테의 것이 생각난다.



시승차는 노블레스 등급에 가능한 모든 옵션을 달은 상태였다. 계산하니 총 2282만 원이었다. 그만큼 편의장비가 많다. 슈퍼비전 클러스터, 가죽 및 앞좌석 통풍 시트, 뒷좌석 송풍구, 주차조향 보조 지원, 선루프, UVO 내비게이션까지 모두 달았다. 에어컨은 듀얼 온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 양쪽에 자리한 로터리 스위치로 온도를 조절하고, 액정 아래 자리한 버튼으로 풍량을 조절한다. 사소한 차이가 있다. 아반떼는 온도를 버튼으로 조정하고 로터리 스위치로 풍량을 맞춘다.


스티어링 휠은 버튼이 상당히 많다. 조작할 기능이 많아서다. 멀티미디어, 크루즈 컨트롤, 블루투스 전화기, 슈퍼비전 클러스터까지 조작하려니 그렇다. 버튼의 위치는 쉽게 기억할 수 있지만, 적응되기까지 보고 눌러야 했다. 또한 뒤에는 패들 시프트가 있다. 상당히 유용하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자유롭게 기어를 변경하며 원하는 대로 엔진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안락하고 다리 공간이 충분히 여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휠베이스가 2700mm다. 너비도 1780mm로 차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여유롭다. 키 180cm의 성인이 뒷좌석에 정자세로 기댔을 때 머리공간은 빠듯하다. 하지만 등을 정확히 받쳐준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직분사 엔진을 얹는다. 변속기는 자동 6단 변속기. 최고출력 140마력을 6300rpm에서 낸다. 최대 토크는 17kg·m로 4850rpm에서 낸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4km/L. 도심연비가 12.7km/L이고, 고속도로 연비가 16.1km/L다.



다만 회전수를 어느 정도 높여야 생기 있게 달려 나간다. 역으로 생각해 부드러운 가속을 원한다면 2000rpm 정도로 놓고 꾸준히 가속해도 금세 속도는 붙어있다. 무게의 문제는 아니다. 공차중량은 1191kg로 나름 가볍다. 고속 연비 측정을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로 향했다. 액티브 에코 버튼을 켜고 최대한 얕게 가속페달을 밟고, 패들 시프트를 여러 번 당겨 가장 이른 변속지점을 확인했다. 2단으로 출발이 가능하며 시속 20km에서 3단으로 변속한다. 이어 시속 35km에서 4단, 시속 50km에서 5단, 시속 70km에서 6단을 물린다. 6단 최저속 한계 범위는 시속 60km.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단수를 낮춘다. 시속 100km 주행 시 엔진회전수는 2100rpm 근처다. 충분히 더 낮출 수 있었을 것이란 판단이 든다. 시속 120km로 올리자 2500rpm을 가볍게 넘어선다. 연비에는 좋지 않겠지만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니 엔진에 생기가 돈다. 시속 100km를 한참 유지하자 연비는 18.1km/L를 넘겼다. 120km를 유지하니 16.4km/L로 떨어진다. 고속도로 연비는 실제에 상당히 근접했다.



시승차에는 플렉스 스티어가 달려있다. 전자식 스티어링 휠의 저항감을 조절하는 장치다. 모터로 작동되는 스티어링 휠에 토크를 더한다. 모드는 컴포트, 노멀, 스포츠의 3단계로 나뉜다. 컴포트에서는 상당히 가볍게 스티어링 휠이 움직여 주차 시 매우 편하다. 고속 주행을 위해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스티어링 휠에 전해져오는 저항감이 강하다. 엉망진창인 노면에서도 든든히 버틴다. 전자식 스티어링은 노면과 운전자를 단절시킨다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아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굽이진 길 달릴 때도 제법 유용했다.


가속은 제법 빠르게 이어진다. 아반떼와 같은 구동계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변속 속도가 더 빠른 느낌을 줬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고 출력을 내자마자 변속한다는 것. 아직 1500km밖에 달리지 않아 길들이기가 되지 않은 시승차를 길들인 차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속에서 엔진이 둔해진다. 시속 160km까지는 빠르게 가속을 이어나간다. 조금씩 가속이 둔화되며 시속 180km에 이르렀다. 이후부터는 상당히 더디게 가속을 진행했다. 계기판의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반떼와 비교했을 때 K3의 고속 승차감이 더 나은 편이었다.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일상 주행에서도 K3는 상대적으로 더 탄탄한 느낌을 준다. 서스펜션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정도도 적다. 하루 간격을 두고 두 차를 비교한 결과, 아반떼는 상대적으로 유연했다. 요철을 넘을 때도 서스펜션이 더 흔들렸고, 상하진동이 더 있었다. K3의 경우 상하진동 폭이 적었고, 일반 주행에서도 더 도로를 누르는 느낌이다.


서스펜션 구조는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후륜이 토션 빔 방식이다. 아반떼의 경우 차체 뒤쪽의 불안함이 제법 있다. 고속으로 달리며 차체에 걸리는 하중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못하면 뒤쪽이 밖으로 밀려나가는 감각이 든다. K3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런 감각을 받지 못했다. 다만 요철이 연속된 구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고속으로 달리는 도중에 노면 충격이 연속되자 전혀 다스리지 못했다. 잔 진동이 계속됐고, 안정감은 사라졌다. 탄탄하게 받쳐주던 것은 스프링뿐이었는지 쇼크업소버는 제법 높게 떠올랐다.



K3는 기본형부터 충분히 안전장비를 달았다. 듀얼과 사이드, 커튼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달고 VSM을 달았다. 가격은 살짝 올랐다지만, 안전은 옵션이 아니다. 사실 K3와 아반떼의 안전장비와 편의장비는 거의 비슷하다. K3의 등장에 앞서 아반떼도 2013년 형을 내세우고 상품성을 높였다. 두 모델 모두 기본형부터 텔레스코픽 스티어링과 VSM을 단다. 참고로 2012년형 아반떼에서는 텔레스코픽 스티어링은 최상급 모델에서만 가능했다. 편의 장비 구성도 상당히 다양하다. 열선 스티어링 휠, 버튼 시동 스마트키, 슈퍼비전 클러스터, 전방주차보조, 크루즈 컨트롤, 퍼들 램프, 메모리 기능의 운전석 전동 시트, 플렉스 스티어, 앞좌석 3단계 통풍시트, 뒷좌석 송풍구, 뒷좌석 2단 열선시트, 주차 조향 보조지원 시스템 등 중형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양들을 달았다.



다만 그 편의 장비를 모두 더한 가격은 상당히 높다. 럭셔리 등급을 선택하면 앞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듀얼 풀 오토 에어컨, 오토라이트, 후방주차보조, 전동조절·접이 아웃사이드 미러 정도가 생긴다. 여기에 인조가죽시트와 선루프를 더하면, 1746만 원이다. 시승차의 2282만 원에 비하면 536만 원 차이다. 물론 그 차이로 뒷좌석 송풍구, 슈퍼비전 클러스터, 운전석 전동 메모리 시트, 통풍 시트, 플렉스 스티어, 크루즈 컨트롤, 패들 시프트, 전방 주차보조, 스마트키, UVO 내비게이션 등의 매력적인 편의 장비를 달 수 없다. 편의 장비의 가치를 얼마나 두느냐의 문제다.



시승기간 동안 K3는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질문도 많이 받았다. 특히 30대 남성이 많았다. 아반떼와 K3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대다수였다. 시승차가 좋아 보인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다양한 편의장비를 보고 맘에 든다고도 했다. 하지만 가격을 듣고 난 후 그 정도라면 중형차를 사겠다는 반응이 제법 많았다. 준중형차를 고려한다면 K3는 상당히 매력적인 차다. 준중형에는 볼 수 없던 편의장비를 아낌없이 달았고, 5개로 나눠진 등급은 주머니 사정에 맞게 여럿을 유혹한다. 편의장비를 얼마나 고르느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어떤 등급을 골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준중형차의 미덕은 적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가족의 차다. 그리고 K3는 준중형차를 찾는 사람들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이다. 잔뜩 실린 편의장비는 색다른 고급스러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어필할 것이다.



아반떼와 K3의 승부는 무승부다. 속살은 같은 차라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서다. 조금 더 푹신한 감각을 원한다면 아반떼, 더 탄탄한 감각을 원한다면 K3를 권한다. 큰 차이는 없다. K3 또한 준중형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글 안민희│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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