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은 현재 북미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본토에서는 점점 외면받는 처지이긴 해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는 두 손들어 환영하는 소비자들이 넘쳐나는 수준이다.
일례로 캐딜락은 지난 2017년, 미국 시장에선 전년대비 판매량이 줄어들었으나, 중국 시장에선 65%의 판매 고공 성장을 보였다. 아울러 캐딜락과 함께 GM의 럭셔리 이미지를 도맡는 뷰익 역시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뷰익의 전년대비 판매량은 소폭 감소했으나, 중국 시장의 볼륨만 해도 무려 120만 대다. 브랜드 수를 점차 줄여가는 GM이 뷰익을 결코 놓을 수 없는 결정적 원인이다. 참고로 중국과 미국의 판매 볼륨이 엇비슷한 캐딜락과는 달리 뷰익은 중국 판매량이 미국보다 5.6배가량 많다.
일단 브랜드 간의 위상에 차이가 좀 있다. 아메리카 시장이나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영역권에서는 쉐보레가 대중차 브랜드의 역할을 도맡지만, 중국에선 뷰익이 쉐보레보다 두 배가 더 많이 팔린다. 따라서 GM은 뷰익을 세미-럭셔리 브랜드로 여기면서도, 어느 정도 대중차 브랜드화 시켜 판매하고 있다. 온 세상에 있는 GM 플랫폼들 죄다 끌어모아 북미 시장에는 팔지 않는 각종 소형 세단들이나 해치백, MPV들을 총 출동시킨다. 일례로, 중국에선 오펠 아스트라가 뷰익 마크를 붙인 채로 판매된다.
아시아 럭셔리 브랜드 및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활개에도 뷰익이 미국 시장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은 버팀목은 단연 SUV와 크로스오버 라인업이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와 형제 차인 '앙코르(Encore)'는 뷰익의 미국 전체 판매량 4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팔리는 뷰익 자동차 10대 중 8대가 SUV일 정도로 SUV / 크로스오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한편, 라크로스, 리갈과 같은 세단의 판매 부진은 GM 세단 라인업이 전체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예컨대 캐딜락의 주력이었던 CTS도 과거의 영광만을 그리워하는 상황. 뷰익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오펠 인시그니아를 뷰익 모델로 편입한 '리갈 스포트백'과 '리갈 TOURX'을 시장에 투입한다.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입되는 '구원 투수'다.
다만 앙코르 덕에 볼륨은 어찌어찌 유지하고 있으나, 판매 쏠림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나름대로 뱃지 엔지니어링을 통한 고급차 만들기를 하고 있는 브랜드로서 단가가 낮은 모델 판매량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중상위급 모델인 엔비전(Envision)과 엔클레이브(Enclave)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인다는 점.
뷰익은 자사의 상위급 모델들의 럭셔리한 감각을 더해주기 위해 'Avenir'라 이름 붙인 서브 브랜드를 런칭한다. 활동 영역을 넓히느라 점차 하락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강화시켜야 할 중요한 한 수다.
'아브니어'는 르노의 '이시니알레 파리'나 GMC 디날리 등을 떠올리면 쉬운 개념일 것이다. 각 모델들의 최상위급 트림명을 통일해서 브랜드의 고급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다.
사실 '아브니어'라는 이름은 지금의 서브 브랜드가 되기 이전, 신형 라크로스의 전초를 알리는 컨셉트카명이었다. 당시 뷰익의 차세대 플래그십 세단으로 내정되어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핵심 스타일링들을 상당 부분 재현하여 라크로스에게 전달했다.
아브니어의 첫 주자는 뷰익의 상위 라인업을 이루는 라크로스와 엔클레이브다. 뷰익 측은 라크로스 구매자의 십중팔구가 최상위 트림을 선택한다며, 보다 높은 가치를 품은 별도 서브 브랜드 개설로 소비자에게는 니즈 충족을, 브랜드 입장에선 수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올 예정이다.
뷰익은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외관도 차별화를 이루고자 했다. 가령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와 에어 인테이크 및 범퍼를 매시 타입으로 꾸며 화려한 감각을 더했다. 또한 최대 20인치까지 구비되는 휠 디자인도 새로이 구성했다.
뷰익 외장 디자인 부문 글로벌 디렉터인 밥 보니페이스는 "외관 스타일링이야말로 라크로스 구매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 중 하나로, 아브니어는 라크로스 특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고 언급했다.
내부 역시 고급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가령 전반적인 색감은 체스트넛 컬러를 기반으로 했고, 헤드레스트와 실 플레이트에 'Avenir' 레터링을 각인하여 최상위 모델만의 가치를 품게 했다. 또한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프리미엄 오디오와 파노라믹 문루프, 에보니 인테리어, 트윈클러치 지능형 AWD, 다이내믹 드라이브 패키지와 최첨단 안전장비들까지 꼼꼼히 챙겼다.
라크로스와 함께 출격하는 엔클레이브의 아브니어 모델도 역시 위에서 언급한 내외관 변화와 일맥상통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뷰익은 판매 침체에 빠진 미드사이즈 세단 '리갈(Regal)' 역시 아브니어 모델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목해야할 점은 GM이 '아브니어'를 단순한 서브 브랜드로만 계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럭셔리 이미지는 물론 상용차까지 라인업을 확대하여 고급 트림의 대명사로 키워낼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는 이미 미니밴 모델인 GL8 아브니어 모델도 출시했다.
뷰익이 '국민 럭셔리'로 활동하는 중국 시장에선 조금 더 고급스러운 뷰익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가격대 범위가 좁았던 부분도 적게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뷰익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Avenir'는 프랑스어로 '미래'를 뜻한다. 뷰익은 자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아브니어'로 단락지어지리라 여긴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