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녹스', 한국 GM의 구원투수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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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한국 GM의 구원투수가 되어라
  • 윤현수
  • 승인 2018.01.3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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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지난해 처절하리만큼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풀체인지를 이루며 주력 모델로서 활개를 쳐줄 것이라 믿었던 쉐보레 크루즈가 절망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브랜드 판매 볼륨 상승의 꿈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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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의 득세로 컴팩트 세단 시장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이는 대중차 카테고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격 책정’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대목이었다.
 
더불어 말리부나 트랙스와 같은 주력 모델들 역시 쏘나타 뉴 라이즈나 코나와 같은 카테고리 신차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며 이전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도 한국GM 입장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실적 부진에 제임스 김 전 사장은 물러나야 했고, GM 인도 법인을 이끈 '카허 카젬'을 사령탑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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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실적 부진과 악재들이 겹치자, 일각에선 심지어 한국GM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재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에 자동차 브랜드가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신차’다. 부진을 일삼던 쌍용차 역시 ‘티볼리’라는 시기적절한 킬러 타이틀로 위기를 극복한 것을 떠올려보자.
 
한국 GM 역시 여전히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올해 그 희망을 불태워야 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국 출신 중형 SUV, ‘에퀴녹스’다.
 
올해 역시 시장 전반이 SUV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에, 가장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은 중형 SUV 시장이다. 에퀴녹스가 투입될 이 시장은 볼륨은 제법 거대한 곳이지만 경쟁자들의 면면이 워낙에 강력해서 쉽사리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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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현대차 싼타페를 꺾은 기아차 쏘렌토는 지난해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절정을 맞이했고, 올해에는 싼타페가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풀체인지를 이룬다. 특히 이 두 형제는 4.8미터 급으로 덩치를 키워 정면 대결을 무색하게 한다. 브랜드 간의 포지셔닝이나 가치 격차가 없는 상황에서 유사한 가격대를 지녔다고 가정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히 한 치수 큰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매 패턴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모로 중형 SUV 시장에 등장해 단조로운 선택지를 타파하게 해준 르노삼성 QM6 역시 무시해선 안될 존재다. 되려 차량 크기나 브랜드 네임밸류를 고려했을 때, 실상 신차효과 종료 이후 자웅을 겨룰 상대는 QM6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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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는 지난해 미 대륙에 데뷔한 뉴 페이스 SUV다. 한국과 미국의 체급 나누기 기준이 다소 다른 만큼 4.65미터의 제법 큰 사이즈를 지녔음에도 미국에선 '컴팩트' SUV로 분류된다. 실제 쉐보레 현지 홈페이지에서도 컴팩트 SUV로 취급하고 있다.

단순 사이즈 상으로 에퀴녹스는 투싼과 싼타페 사이 정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투싼과 싼타페를 동시에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쉐보레는 현재 트랙스를 엔트리 모델로 두고 컴팩트 라인업엔 에퀴녹스, 미드사이즈 라인업엔 트래버스를 구비했다. 5.2미터에 달하는 트래버스와의 간극이 상당히 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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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호재로 작용할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에퀴녹스는 최신 모델답게 쉐보레 패밀리룩을 안팎으로 착실히 입었다. 가령 날렵한 스타일의 바디에는 화려하게 빚어진 듀얼 포트 그릴을 중심으로 펼쳐낸 얼굴을 지녔고, 인테리어 역시 한눈에 봐도 쉐보레 제품임을 깨닫는 전형적인 구조를 지녔다.

여기에 보닛 아래에는 1.5리터 터보 엔진을 기본으로 삼고, 2리터 터보 엔진과 1.6리터 디젤 엔진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한참 섀시 튜닝에 물이 오른 쉐보레답게 몸놀림도 한결 날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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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의 이러한 구성이 북미 현지 소비자들에게 잘 먹혔든 것인지,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에퀴녹스는 지난 2017년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5만 대가량을 더 많이 팔며 29만 대 판매를 기록했다. 클래스 최고 인기 모델인 RAV4의 40만 대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크로스오버의 훈풍을 타고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는 중이다. 연간 판매량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가 동 기간 내에 각각 13만 3천 대, 9만 9천 대 밖에 판매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에퀴녹스의 성적은 더욱 빛을 발한다. 따라서 상품성 측면에서 에퀴녹스가 클래스 최고 수준의 궤도를 보인다는 것을 어림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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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 환경 차이로 인한 소비자 선호 특성이 다르기에 에퀴녹스가 무작정 한국 땅을 밟는다고 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말리부가 북미 시장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지닌 채 쏘나타를 훌쩍 앞서나가는 걸 생각해보자.

아울러 전작이라 볼 수 있는 캡티바와는 달리 에퀴녹스는 수입 판매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크루즈 때와 같이 '기만'을 통해 터무니 없이 가격대를 책정하는 행위도 없어야 한다.

크루즈는 사실 그랬다. 국내 준중형 세단 중 최상위급의 섀시 만듦새와 경쟁력 높은 파워트레인을 갖춘 데다 편의장비 수준도 제법 크게 높였다. 상품성 측면에서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시판 가격 이슈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고,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신차가 파격 프로모션을 내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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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가 이러한 길을 다시금 걷게 되면 철수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 자명하다. 작금의 한국GM이 에퀴녹스를 수익을 벌어들일 캐시카우로만 바라본다면 제 2의 크루즈 사태는 언제든 발발할 수 있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GM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와의 신뢰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한때 '인터넷 슈퍼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마저 현재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게 있어 수익 없는 연명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현재 우리 소비자 입장에선 재화의 '선택권' 문제가 달려있다. 경쟁이 있을 때 비로소 재화의 품질이 상승하고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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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에퀴녹스는 절체절명의 한국GM을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그러나 완수해야할 임무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주자들은 어느 새 베이스를 꽉 채웠고, 점수는 이미 많이 뒤져있다. 경기로 승리를 이끌긴 어려워도, 팀을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구원투수의 역할이다.

에퀴녹스는 싼타페의 투입으로 볼륨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형 SUV 시장에 발을 들이밀며 크루즈가 아쉽게 채우지 못한 한국GM의 볼륨을 메워줘야 하며, 쉐보레 브랜드의 제품력이 결코 클래스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입증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한국GM이 올바른 브랜드 포지셔닝 파악을 해야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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