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와 오펠의 첫 번째 형제차, 베를링고 & 콤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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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와 오펠의 첫 번째 형제차, 베를링고 & 콤보 라이프
  • 윤현수
  • 승인 2018.02.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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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소식을 꼽으라면 단연 유럽 맹주들의 합병 소식이었을 터이다. 프랑스 국민 브랜드 듀오를 품은 PSA가 GM 유럽 법인의 선봉장이던 오펠을 집어삼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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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와 오펠 모두 유럽 대륙에선 잔뼈가 굵은 터줏대감들이었기에 이 '세기의 합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오펠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와 더불어 엔진 노후화 이슈가 불거지며 순항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 와중에도 PSA가 오펠을 품에 안고나서 처음으로 두 브랜드가 DNA를 공유한 형제차가 등장했다.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함께 데뷔하는 시트로엥 베를링고(Berlingo)와 오펠 콤보 라이프(Combo Life)가 그 주인공이다. 이래저래 쓸모가 넘치는 소형 밴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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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링고는 유럽 내에서는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해온 PSA의 효자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완전 신형으로 변모한 3세대 모델은 최근 물이 오른 시트로엥 브랜드의 개성을 온전히 받아들여 브랜드 캐릭터를 한껏 발휘한다. 초대 베를링고는 전장이 4.1미터에 불과한 초소형 밴이었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덩치를 키워오더니 어느덧 전장을 4.6미터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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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를링고는 LAV, 즉 레저 활동용 차량(Leisure Activity Vehicle)로 분류된다. 선대 모델까지는 다소 지루한 스타일링 때문에 이 LAV라는 개념이 와닿지 않았지만, 3세대 베를링고는 화사하게 변모한 외모 덕에 한결 레저용 차량다워진 모습이다. 마치 SUV답게 앞뒤 범퍼 하단부를 투톤으로 처리하고 디자인도 한층 활동적으로 다듬어서 시트로엥이 이야기하는 'LAV' 개념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굳이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아도 전위적이면서도 브랜드 개성이 확실히 살아있는 시트로엥 특유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담겼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가령 더블 쉐브론 그릴과 함께 이어진 주간주행등(DRL)과 분리된 둥글둥글한 헤드램프. 그리고 C4 칵투스에게 전수받은 에어 범프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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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훨씬 보기 좋게 다듬었다. 시인성과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플로팅 타입으로 설계했고, 장난감같던 공조장치 조작부도 고급스럽게 매만졌다. 윈도 조작장치나 기어노브 등과 같은 장치들도 조금 더 상식적인 곳으로 위치를 옮겼다. 큼직하게 구성한 스티어링 휠 리모컨이나 클러스터 LCD 등의 시인성을 향상시킨 것 역시 인테리어 사용성 향상을 위한 변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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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베를링고의 사전 공개와 동시에 오펠이 최초로 공개한 '콤보 라이프'는 사실상 베를링고 엠블럼과 앞머리 정도만 갈아끼운 '뱃지 엔지니어링' 제품이다. 최신예 오펠 모델들의 패밀리룩을 얼굴에 충실히 담고 있긴 해도 시트로엥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에어 범프'를 옆구리에 심지 못한 것 이외엔 거의 동일한 제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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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 측은 베를링고를 소개하며 19가지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챙긴 '하이테크 LAV'라고 언급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운전자 주의, 액티브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등과 같은 ADAS 기술들을 품었다는 의미다. 최신예 소형 밴이기에 품고 있는 장비들의 면면도 상당히 치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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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간섭을 어느 정도 줄이겠다는 의도인 것인지, 뱃지 엔지니어링 제품임에도 콤보 라이프에는 몇몇 ADAS 기술을 제외했다. 다분히 베를링고를 더욱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장비의 차이는 조금 있어도 이 LAV 형제는 실용적인 2박스 차체 구성으로 최대 2700리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적재량을 자랑한다. 물론 7개 시트 구성으로 승객 7명도 손쉽게 태운다.

올해 하반기에 런칭하는 두 형제는 퓨어테크 1.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블루 HDi 1.5리터 디젤 엔진을 얹고 세그먼트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하여 경쟁력을 한껏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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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펠 역시 '콤보'의 연대기를 끄적거리고 있었으나 PSA에게 흡수되며 사실상 콤보의 순수 혈통 역사는 끝맺음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스무 배에 달하던 잘 나가는 경쟁 모델의 역사에 편입된 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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