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느끼는 자동차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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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느끼는 자동차의 즐거움
  • 김상혁
  • 승인 2018.03.19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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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동차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 실내 정숙성, 소음 차단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정숙하고 조용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배기량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 사운드는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기는데 있어 감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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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이내믹한 주행이 아니더라도 풍부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배기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차내에서 운전자는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는 풍부한 사운드를 100% 온전히 경험하기 어렵다. 거기에 더해 환경, 소음 문제, 다운사이징 열풍 등으로 격정적인 사운드를 지닌 대배기량 엔진들은 점차 줄어들어만 가고 있는 실정.

하지만 소소한 재미조차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고  완성차 제조사는 그러한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배기 사운드의 묘미를 조금 더 감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구 및 개발된 기술이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이다.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은 인위적으로 가상의 배기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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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시될 예정인 포드 신형 머스탱 GT의 경우도 가변 배기 시스템을 옵션으로 적용해 상품성을 높인다. 이 역시 고배기량 특유의 배기 사운드의 묘미를 제공하는 의미가 크다. 3.8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을 얹은 닛산 GT-R도 액티브 사운드 인핸스 시스템(ASE : Active Sound Enhancement)을 사용해 엔진 사운드를 증폭,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배기음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 : Active noise control)과 접목해 최적화하는 노력도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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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BMW는 M5에 가상의 배기음을 추가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높인 바 있고 마세라티 르반떼, 인피니티 Q30 등도 청각에 흥을 불어넣는다. 국내의 경우 신형 벨로스터가 가상 배기음을 추가했고 스포츠 세단의 태동을 알린 기아 스팅어도 가상 배기음을 적용해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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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실내에 들어오는 소음 유입과 차단에 극도로 민감하면서도 엔진 및 배기음을 추구하는 아이러니는 심리적 안정 요구를 충족하기도 한다. 흔히 얘기하는 ‘백색소음’이다. 잠들기 전 창가를 두드리는 빗소리나 조용한 카페 안에서 혼자 바삐 움직이는 연필 소리처럼 묘하게 기분 좋은 소리 말이다. 자동차 가상 배기음은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리와는 약간 다를 수 있으나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작용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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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에서도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 보니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양한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여전히 연구 및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를 채용해 배기음은 물론이고 차체에 흘러들어오는 소음들까지 세심하게 다듬는다.

대표적으로 마세라티는 사운드 디자이너 및 음악가가 힘을 합쳐 엔진을 개발한다. 엔진음의 악보를 그리기도 하고 음역대와 음색까지 고려하면서 운전자에게 청각적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역시 미세한 청각 자극을 위해 우루스 개발 당시 음향 테스트실을 확대했었다. 스웨디시 럭셔리를 강조하는 볼보도 사운드 시스템 팀을 운영하며 별도로 전문가와 협업을 진행한다. 프랑스 대표 제조사 푸조 역시 포칼(FOCAL)과 자동차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하며 엔진 사운드 및 소음 유입, 스피커 위치와 우퍼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한 감성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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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는데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 특성상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펀 투 드라이빙은 물론, 안전상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가상 배기 사운드 시스템을 전기차에 특성에 맞게 적용하면 해당 문제로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실내 가상 배기 시스템이 늘어나면 개인적 쾌감을 위해 소음에 가까운 배기 시스템 튜닝을 실행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가져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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