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까지 무너진 한국지엠, 돌파구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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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까지 무너진 한국지엠, 돌파구는 없나
  • 윤현수
  • 승인 2018.05.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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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내몰렸던 한국지엠은 지난 4월 말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노사 잠정합의를 통해 끝내 절망적인 상황까진 도달하지 않았다. 간만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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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어수선한 내부 사정 탓인지 자동차 업체들의 '성적표'라 볼 수 있는 판매량 부문에서 한국지엠은 역대 최악의 실적을 연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지엠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5,378대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점유율은 단 4%. 역재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 달보다 0,5% 포인트 더 떨어진 수치였다. 내수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준중형 / 중형 / 소형 SUV 시장 카테고리 모델들을 품었음에도 제각각의 이유로 이 주력 모델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큰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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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의 주력모델 중 하나인 트랙스는 2013년 첫 출시 이후 벌써 데뷔 6년차가 된 베테랑이다. 그러나 자동차 세계에서 베테랑이라는 이야기는 영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모델 노후화가 슬슬 시작되며 상품성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지만 철저히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탄생한 신제품들, 그리고 세월의 흐름 앞에 무릎을 꿇어야했다.

그리고 현재 경차시장은 '양강체제'라는 말이 무색하다. 작년 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레이가 스파크의 성적을 슬슬 넘어서고 있다. 지난 4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에도 거의 차이가 없어 경차 시장 2인자 자리도 위태로울 지경이다. 특히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모닝과 격차가 3천대 이상 벌어져 있다는 사실도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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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임팔라와 캡티바가 속한 카테고리는 분명 한국 시장에서 주류로 통하는 곳이지만 냉정하고 가혹한 소비자들은 상품성이 떨어진 제품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들은 라보나 다마스보다도 판매량이 낮다. 심지어 순수전기차인 볼트보다도 낮은 곳에 위치했다. 그야말로 처절한 말년이다.

한국지엠에게 무엇보다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건 말리부의 부진이다. 런칭 초기, 월간 판매량 6천대 이상을 기록했던 과거와는 달리 판매 볼륨이 너무나도 줄어버렸다. 지난 4월 말리부의 판매량은 576대까지 폭락했다. 지난 3월 1천대의 벽이 무너져버린 것도 모자라 다시 한 번 반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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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자리까지 노려봤던 찬란한 시절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쏘나타는 페이스리프트 이후 멀찌감치 달아나 버린지 오래다. 함께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2위 자리를 두고 다퉜던 르노삼성 SM6는 꾸준히 2천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 비교가 무색하다. 특히 K5도 올해 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상품성을 큰 폭으로 향상시키며 2위 자리를 확실히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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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재미난 것은 높은 가격대비 성능으로 호평 속에 판매량을 서서히 올려오던 르노삼성 SM5가 말리부를 4월 판매량 부문에서 제쳐버린 것이다. SM5는 주력 모델 자리를 SM6에게 넘겨준 이후 사실상 전장 밖을 겉도는 들러리로 전락했으나, 트림 단순화로 가격대비 가치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포지셔닝 변경 이후 꾸준한 약진과 말리부의 부진이 맞물리며 한국지엠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두 모델의 4월까지 누적 판매량 격차는 불과 600대. 말리부의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SM5가 중형 세단 시장 4위 자리를 가져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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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불안한 모기업의 사정에 기인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심리상, 위태로운 기업의 재화를 선뜻  선택하긴 어렵기 마련. 물론 라인업 대부분 제품들이 수명주기가 싱싱하지 못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성 자체가 높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온전치 못한 모기업 상황이 소비자에게 불신을 안겨주며 역(逆)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역 시너지효과는 2개월 연속 내수시장 꼴등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라인업 식구들이 너나할 것없이 부진에 빠져있는 총체적인 난국 속, 한국지엠은 도대체 어디를 바라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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