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의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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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의 자동차들
  • 박병하
  • 승인 2018.05.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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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얼리 엑세스 서비스를 시작으로 12월에 정식 오픈한 블루홀 지노게임즈(現 PUBG 주식회사)의‘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배틀그라운드는 얼리 엑세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그 인기가 뜨겁다.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한 버전도 등장하며 구글 플레이 다운로드 수 1천만을돌파하는 등,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최대 100명의 인원이 각지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무기와 탈것 등을 동원하여 최후까지 생존하는 것을목표로 하는 이른 바 ‘배틀로얄’ 형태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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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슈팅 게임으로, 자동차가 주역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결코 작지 않다. 배틀그라운드의 무대는 오픈 월드에 가까운 형태를 띄고 있어 일반적인 슈팅 게임에 비해활동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고 게임 시작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플레이어의 생명력에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자기장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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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기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확장되며 게임이종료될 때까지 활동할 수 있는 안전 구역의 크기를 끊임 없이 축소시킨다. 따라서 일정 시간마다 지도상에 표시되는 예정된 안전구역으로 빠르게 이동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또한, 안전구역에 먼저 도달하는 것은 게임의 전술적/전략적인 측면에서 큰우위를 갖는다. 배틀그라운드의 자동차는 지상에서 신속한 이동성을 제공하며, 활동 범위가 넓은 게임 초반에서 중반까지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따라서게임 시작 시점부터 자동차를 선점하기 위한 열띤 쟁탈전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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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차량과 매우 가깝게 디자인되어 있다. 심지어는 차량이 내는 소음도 해당 모델의 모티브가 된 차량을 직접공수하여 녹음하는 정성을 들였다. 구태여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실존하는 차량에 가까운 가상의차량이기 때문이다. 통상 슈팅게임에서는 자동차의 역할이 배경이나 보조적인 역할에 한정되는 경향이 강하기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실차가 아닌, 가상의 자동차를 모델링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이는 게임과 자동차 모두 특정 기업의 ‘상품’이고, 그렇기 때문에필연적으로 ‘지적 재산권’이라는 것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실존하는 자동차들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게임 제작사가 그 자동차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와의협의를 통해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라이센스취득에는 비용이 든다. 제조사의 이름까지 걸린 실제 자동차들이 다수 등장하는 게임들이 대부분 유명 제작사와대형 배급사를 통해 시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틀그라운드에 구현되어 있는 자동차들은 실존하는 자동차와디자인이 매우 유사하지만, 라이센스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디자인이나 명칭을 일부 수정한 경우에 가깝다. 인기 게임 Playerunknown's Battlegrounds에등장하는 차량들과 그 모티브로 추정되는 실제의 자동차들에 대해 알아 보자.

다시아 – 1970 다시아 1300세단

다시아는 배틀그라운드의 서비스 초기부터 존재한 에란겔(Erangel) 지역에서 등장하는 세단형 승용차다. 게임 상에서는에란겔 지역 내에서 두 번째로 빠른 110km/h의 최고속도, 상대적으로작은 크기, 전륜구동, 그리고 낮은 동력 성능 등의 특징을갖는다. 최고속도는 높지만 출력이 낮기 때문에 가속할 때 지형에 구애를 받는 편이다. 지붕이 달려 있고 차체 높이가 낮아 탑승자의 피격 범위가 작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륜구동이기 때문에 앞바퀴를 사격해서 펑크를 내면 주행이 불가능하다. 게임상에서는 꽤나 다양한 색상으로 등장하고 스쿼드 플레이에서 차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택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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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모델링은 루마니아계 자동차 제조사 ‘다치아(Dacia)’에서 생산한 ‘다치아 1300’과 매우 흡사하다. 다치아는 루마니아의 독재자인 니콜라이차우셰스쿠(Nicolae Ceaușescu)가 주도한 공업화 및 자동차 보급 정책에 따라 세워진 자동차 제조사다. 설립 초기에는 루마니아의 국영 자동차 제조사로, 르노와의 기술제휴를통해 자동차를 생산했다. 현재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일원이되어, 동구권 등의 신흥 시장에서 르노 그룹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서유럽 등지에서도 낮은 가격과실용성을 무기로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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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아 1300은1965년 등장한 르노의 소형 승용차, ‘르노 12(Renault 12)’를 다치아에서 라이센스 생산한 모델이다. 르노 12는 단순한 구조에서 오는 높은 생산성과 적당한 차체 크기 및 패키징을 무기로 전세계에 뻗어 나간 르노의 대표작중 하나다. 르노 12는 모국인 프랑스를 비롯하여 호주 지역과남미 지역은 물론, 심지어 터키에서도 생산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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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아 1300은르노 12의 루마니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차명인 1300은 엔진의 배기량에서 가져왔다. 파워트레인은 5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배기량 1.3리터의 직렬 4기통 8밸브 OHV(OverheadValve) 엔진과 수동 4단 변속기로 구성되었다. 게임상에 등장한 다시아의 최고속도는 110km/h이지만, 실차다치아 1300의 제원 상 최고속도는 145km/h였다. 이 외에도 같은 계열의 차종에는 최저 48마력에서 최고 72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배기량 1.2~1.5리터급의 6가지 엔진이 사용되었다. 1969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30년 넘게 생산되었다. 세단형 외에도 스테이션 왜건형, 그리고 뒷좌석 후방을 짐칸으로 개조한픽업트럭형 모델도 만들어졌다.

UAZ – UAZ-469

UAZ는 다시아와 함께 에란겔 지역에서 등장하는 지프형 차량이다. 이차량은 다시아에 비해 동력 성능이 좋은 데다 지상고가 높은 사륜구동차량이기 때문에 험지에서도 잘 달린다. 차고가높고 내구력도 높기 때문에 엄폐물로도 종종 활용된다. 또한 앞 타이어 하나만 터져도 무력화되는 다시아와는달리, 사륜구동 차량이기 때문에 한쪽 측면의 타이어 두개를 모두 터뜨려야 무력화된다. 종류는 철제 지붕이 있는 하드톱 차량과 소프트톱 차량, 그리고 지붕이아예 없는 무개차가 존재하며, 드물게 획득할 수 있는 조명탄 발사기를 통해 장갑화된 버전을 획득할 수도있다. 군용 지프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그냥 ‘지프’라고 부르거나 ‘레토나’라는이름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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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러시아의 울리야노프스크 자동차 공장(Ulyanovsky Avtomobilny Zavod, 이하 UAZ)에서군 기동용 차량으로 개발한 ‘UAZ-469’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UAZ-469는 1971년 처음 생산된 차량으로, 소련군이2차대전 이후 20년 넘게 사용한 UAZ-69(Gaz-69의 UAZ 생산분) 차량의 대체품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차는 동향의라다 4X4(Lada 4X4)와 함께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희대의 장수 모델로, 러시아제 저가형 SUV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차종이기도 하다. 버려진 러시아군의 군사시설이 위치한다는 설정이 부여된 에란겔의 컨셉트에 맞는 차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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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된 지프형 SUV는굉장히 터프한 물건이다. 러시아 연방의 영토는 남한 영토의 약 170배이상에 달하고 그 광대한 영토만큼 지역에 따라 기후 조건도 제각각이다. 그나마 포장된 도로는 모스크바나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도심지 및 그 주변에나 존재하며, 지방의 국도는 비포장도로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연교차가 큰 내륙에서는 매해 찾아 오는 해빙기와 장마철에 이 비포장도로들이 늪에 가깝게 변하는 현상이발생한다. UAZ-469는 그야말로 이 혹독한 러시아를 위해 태어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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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Z-469는 무척이나 단순한 구조와 함께, 차체의 절반 이상이침수되어도 대응할 수 있는 터프함을 갖췄다. 기본적으로 사륜구동 차량이면서 등화류와 점화 플러그를 빼면전기장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설계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장치가 기계식으로 작동한다. 엔진은 초기에는 7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고 현재는 112마력의 2.7리터 엔진을 사용한다. 전기 부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장 계통에서 일어나는 잔고장이 없고 침수에도 강하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러시아의 혹독한 도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도로 여전히 러시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민수용은 ‘UAZ 헌터’라는이름과 함께, 약간의 현대화(기어박스 및 편의장비 개선)를 거쳐 판매되고 있다.

픽업트럭 – 1970 포드 F시리즈픽업, 포드 브롱코, 쉐보레 K5 블레이저 등

정식 출시 후 추가된 신규 전투지역 미라마(Miramar)에서 등장하는 차량이다. 전반적으로 상기한 UAZ와 비슷한 포지션이기는 하지만, UAZ만큼 튼튼하지도 못한 주제에가속력도 부족하고 연비도 나쁘다. 겉보기에는 2인승 픽업트럭이지만, 적재함에 2명의 인원을 더 수용할 수 있다. 다만 적재함 커버가 없는 차량의 경우에는 적재함에 탑승한 플레이어는 상반신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위험하다. 또한 사륜구동 자동차이기 때문에 한쪽 측면의 타이어 두개를 모두 터뜨려야 무력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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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량을 비롯하여 미라마 지역에 등장하는 차종은실차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은 에란겔 지역의 차량들과 다르게, 눈에 띌 정도로 변형이 가해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경우가 이 픽업트럭으로, 전반적으로 1970년대의 포드 F 시리즈 픽업트럭이나 동시기의 쉐보레 K5 블레이저 픽업트럭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면부는 포드 브롱코와유사하지만 차체 형상에서는 쉐보레 K5 블레이저 픽업트럭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여러모로 라이센스에 대해 까다로운 서구권, 그 중에서도 미국계 제조사의차량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이러한 디자인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미니버스 – 1962 폭스바겐 Type2

미라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차량인 미니버스는 현재까지구현된 차량 중 가장 많은 6명의 인원을 태울 수 있는 차량이다. 또한에란겔의 다시아와 같은 110km/h의 최고속도를 지녔다. 그러나가속성능이 턱없이 부족하여 험지가 많은 미라마 지역에서 매우 힘겹고 포장된 도로에서나 제 성능이 나올 만큼 기동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미라마 지역의 전 차량 중 가장 높은 내구도 덕분에 엄폐물로 활용하기 좋다는 의외의 장점이 있다. 또한, 후술할 원본 차종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 온 후방엔진 후륜구동(RR)방식으로, 뒷바퀴를 터뜨리면 무력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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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흔히 ‘마이크로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폭스바겐의 승합차 Type 2를 다소 변형한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전면부의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을지우고 2등식 헤드램프를 1개짜리 원형 헤드램프로 바꾸면우리에게 익숙한 그 모습이 된다. 이 외에도 2세대 Type 2의 것을 변형한 듯한 모델링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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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차량인 폭스바겐 Type 2는 미국에서는 Type 1 비틀과 함께 히피 문화를 상징하는차로 통하지만 남미, 특히 멕시코에서는 대중을 위한 자동차로 통했다.전쟁이 끝나고 냉전의 시대로 접어 들 무렵인 1949년에 처음 만들어져, 독일에서는 1967년까지, 그리고미라마의 지역적 배경인 멕시코에서는 1975년까지 생산되었다. 멕시코에서는1968년 출시된 2세대 Type2를 2013년까지 무려 45년에 걸쳐서 생산하기도했다.

미라도 – 1974 포드 머스탱, 1970플리머스 바라쿠다 등

미라마에서만 등장하는 미라도는 4인승 쿠페형 차량으로, 게임 내에서 가장 뛰어난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속도가 무려 160km/h에 달하며 최고속도에 도달하는 시간도짧다. 후륜구동 차량으로, 외견과 성능 모두 전형적인 아메리칸머슬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쿠페형 외에도 컨버터블형이 존재하며, 컨버터블형은탑승자의 머리와 상반신이 노출되어 위험부담이 있다. 또한, 미라마지역이 급경사의 언덕길이 많은지라, 함부로 최고속도로 달리다간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누가 머슬카 아니랄까봐 엔진 소음도 크고 또렷하기 때문에 주변의 주의를 잘 끌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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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전면부 디자인 상으로는 1974년경 생산되기 시작한 포드 머스탱의 2세대 모델에 가까워 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분리된 형상의 사각형 헤드램프와 돌출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확실하게 2세대 머스탱의 모습이 보인다. 반면 뒷모습에서는 1970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플리머스 바라쿠다의 3세대 모델과 매우유사하다. 불쑥 치켜 올라간 리어 휀더와 테일램프 둘레의 형상에서1970년대 생산된 헤미 쿠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 차량 역시 픽업트럭과 마찬가지로, 미국계 제조사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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