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포커스 2.0 TDCi 트렌드 세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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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포커스 2.0 TDCi 트렌드 세단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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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보시죠. 포드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실 겁니다.” 포드 코리아 직원이 포커스를 두고 한 말이다. 과연 그럴까?


포드는 극과 극을 달리는 회사였다. 포드는 WRC, 르망,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등을 아우르는 레이싱 역사를 갖고 있다. 게다가 에스코트, 카프리, GT40, 머스탱과 같은 명차가 있다. 반면 이해하기 힘든 차들을 선보여 당황하게 할 때도 있었다. 이는 유럽 포드와 미국 포드의 간극 때문에 그렇다. 포드는 유럽 포드와 미국 포드로 나뉜다. 각 시장마다 선호하는 자동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은 탄탄한 승차감의 소형차를 선호했고, 미국 시장은 푸근한 승차감의 대형차를 선호해왔다.


<포드의 명차인 GT40. 60년대 레이스카로 활약했다. 2005년 이 차의 복각판이나 다름 없는 포드 GT가 출시됐다>

그래서 포드는 유럽 포드와 미국 포드로 나뉘어 각 시장에 맞는 차를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최근 포드는 ´원 포드(One Ford)´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용 모델과 미국용 모델의 장점만 따오겠다는 것. 하지만 그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각 모델마다 조금 차이는 있다.

이번 포커스는 유럽 포드의 작품이다. 기존에는 미국이 몬데오, 유럽은 포커스로 나뉜 다른 차였다. 하지만 원 포드 전략으로 뭉치며 유럽 포드가 설계를 도맡게 됐다. 포커스는 포드 랠리 팀의 마크를 붙이고 WRC와 같은 거친 랠리 무대를 휘젓던 차다. 때문에 유럽 포드 특유의 감각이 그윽하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디젤 모델은 독일에서 생산됐다. 기분 탓인지 조립 품질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포드 포커스는 C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다. 폭스바겐 골프, 아우디 A3, 현대 i30와 같은 급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세단 모델로, 폭스바겐 제타, 토요타 코롤라 같은 차와 비교된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커스는 유럽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는 차다. 유럽 시장에서는 폭스바겐 골프와 판매 순위를 다투는 차다. 더 텔레그래프의 2012년 영국 자동차 판매 수치를 살펴보면 포드 피에스타가 10만 9천여 대로 1위, 포드 포커스가 8만 3천여 대로 3위, 폭스바겐 골프가 6만 2천여 대로 5위를 기록했다. 가격도 큰 차이가 없다. 영국 시장 기준 포드 포커스의 시작가는 13,995 유로, 폭스바겐 골프의 시작가는 14,425 유로다.

디자인에는 포드의 ‘키네틱(Kinetic)’ 디자인 언어가 강하게 스며들었다. 키네틱은 운동역학을 뜻하는 단어다. 이는 움직이는 느낌을 차에 더한다는 디자인 철학이다. 운동성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기 위해 포드는 선의 흐름을 중시했다. 삐쭉한 헤드램프, 보닛을 그은 선, 옆면의 캐릭터라인이 날카로워 보이는 효과를 더한다. 살짝 부풀린 펜더 또한 바퀴의 운동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렌드 모델의 실내>

실내는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실내 디자인은 외부 디자인 테마인 날카로움과 일치하지만, 곳곳의 디테일이 의문점을 남긴다. 예를 들어 삐쭉한 에어벤트,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에어컨 조작부, 센터페시아 상단을 수놓은 포드 싱크(Sync) 조작부가 그렇다. 센터페시아 최상단에 있는 작은 화면은 싱크용이다. 조작감은 마치 옛 2G 핸드폰을 조작하는 듯 했다. 중앙에 놓인 상하좌우 통합 버튼, 숫자 버튼, 하단의 메뉴 선택 버튼까지 있어 상당히 직관적으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그 형태가 아쉽다.

고급스러운 실내가 갖고 싶다면 티타늄 모델을 고르면 된다. 가죽으로 다듬고, 소니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 깔끔하게 다듬은 실내를 누릴 수 있다.


<티타늄 모델의 실내>

포커스 디젤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 ‘듀라토크(Duratorq)’엔진을 얹는다. 엔진의 구성은 같지만 소프트웨어 차이로 스포츠 모델은 최고출력 163마력, 트렌드 모델은 최고출력 140마력을 낸다. 트렌드에 얹은 140마력 엔진은 강력함보다 반응성을 내세우는 타입이다. 페달을 밟으며 예상한 만큼 엔진은 정확히 회전한다. 덕분에 추월도 손쉽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빠르게 엔진 회전수를 높여 4200rpm에서 변속한다.

변속기로는 ‘파워 시프트’라 부르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쓴다. 2001년 포드는 변속기 제조사 게트락(Getrag)과 5:5의 지분으로 조인트 벤처를 세운다. 변속기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게트락과 협업을 통해 성능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8년만인 2009년, 결과물로 등장한 것이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파워 시프트다.


<듀얼 클러치 구성의 6단 파워 시프트 변속기. 기어 레버 왼쪽의 버튼을 눌러 기어 단수를 조절한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순식간에 변속을 마친다. 기어 레버 왼쪽에 달린 수동 조작 버튼을 쓰다듬으며 변속을 보챘다. 위아래로 마구 버튼을 눌러보아도 일말의 지체 없이 변속을 마친다. 효율도 뛰어나다. 연비 자랑에 심술을 부려 ‘얼마나 떨어지나 보자’며 가속 페달을 짓이겼지만, 연비는 1L당 13km 이상을 기록했다.

속도감은 크게 와 닿진 않는다. 하지만 어느새 속도는 꽤나 올라있다. 고속 주행에서도 불안함이 없다. 지면의 충격을 잘 다독거리는 서스펜션과 조용한 실내 덕분이다. 실내로 소리가 들이치지 않는다. 노면 소음 및 풍절음은 상당히 억제되어있고, 엔진음도 듣기 좋은 수준으로 약하게 들려올 뿐이다. 게다가 언제든 쓸 수 있는 두둥실한 토크 덕분에 힘을 짜내 달린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여유로운 힘을 조금 끌어 쓰는 감각이었다.

놀라운 것은 서스펜션 감각이었다. 특별한 구석이 있을까 싶어 구조를 살펴봤지만, 앞바퀴에는 맥퍼슨 스트럿, 뒷바퀴에는 멀티 링크를 쓰는 보통의 방식이었다. 엉망인 도로에서 큰 충격을 받아도 대부분을 걸러내 승차감도 좋다. 물결치듯 요동치는 노면에선 금세 제 자리를 찾는다.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꺾은만큼 정확히 움직여간다. 차체는 살짝 롤링을 허용하며 기울여진다, 하지만 더는 기울여지지 않고 원하는 주행궤도를 정확히 그려간다.


탄탄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차들은 차체를 기울이지 않고 원하는 주행궤도를 정확히 그려간다. 도로에 붙은 듯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한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도로에 정확히 붙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단한 서스펜션이 도로의 충격을 많이 걸러내지는 않는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하는 차들은 차체가 제법 기운다. 원하는 주행궤도를 정확히 그려낼 확신이 부족하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발목을 잡아서다. 단단한 서스펜션에 비해 도로에 붙어간다는 느낌이 없어서다. 대신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도로가 주는 충격을 많이 걸러내는 편이다.

포커스의 서스펜션은 이 둘을 절묘하게 섞어 장점을 짜 맞춘 듯한 느낌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하면서도, 굽이치는 길을 달릴 때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살짝 차체가 기울어지며 원하는 곳을 향해 안정적으로 머리를 돌린다. 이때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해 궤적을 넓게, 가속 페달에 힘을 빼며 궤적을 좁게 그리는 것 모두 자연스러웠다. 수도 없이 촐싹거리며 스티어링 휠을 돌려댔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차였다.


포드는 포커스의 승차감 상승을 위해 하이드로 부싱을 택했다. 또한 코너링 성능을 위해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달았다.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주행 방향에 따라 좌우 바퀴에 더해지는 힘을 조절해 주행을 돕는 기술이다. 디퍼렌셜을 이용해 좌우 바퀴에 보내는 힘의 비율을 조절하는 방법, 브레이크를 걸어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다르게 하는 방법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중 포커스는 브레이크 제어 방식을 달았다. 주행 방향에 따라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준다. 구조가 간단하며 앞바퀴를 굴리는 포커스의 경우 좀 더 민첩하게 코너 안을 파고 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체가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언더 스티어)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디젤 엔진을 얹은 포커스는 분명 재미있는 차였다. 반응성이 좋다. 재미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선 반응성이 지나쳐서도, 부족해서도 안 된다. 반응성이 지나치면 너무 예민한 차가 되어 다루기 어렵고, 반응성이 부족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포커스는 기대되는 수준의 반응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대로 몰 수 있단 자신감이 들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처음 포커스를 타고 출발할 때는 조금 어색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몸에 상당히 빨리 익었다.

포드 코리아는 포커스가 포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어넣길 바라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포드는 미국적인 브랜드로만 알려져 왔다. 위풍당당한 덩치에 커다란 엔진 넣어 여유로운 항속 주행을 즐기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유럽 포드의 손을 거친 포커스는 달랐다. 디젤 엔진을 얹은 포커스는 재미있고 연비도 좋은 차였다. 본문에서 언급했듯 실내의 감성품질이 경쟁자에 비해 떨어지고 편의 장비가 적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주행의 즐거움은 확실히 챙겼다. 운전하는 내내 맛깔스러운 핸들링을 느끼고자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또 돌렸다.

비교 대상인 폭스바겐 골프는 정갈한 디자인, 깔끔하게 잘 정돈된 실내, 특유의 주행 감각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상당한 마니아를 갖고 있다. 그 마니아들이 포커스를 바라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뒷좌석 공간은 적당히 여유있는 편. 하지만 편의 장비는 부족하다>

오히려 포커스는 새로운 마니아들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유럽 차들이 득세한 지금의 국내 시장 상황에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본다. 사실 포커스 티타늄 모델을 보면 국산 세단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국산 세단이 내세우는 압도적인 수의 편의장비는 분명 강점이다. 하지만 주행의 즐거움에 있어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핸들의 답력을 조절하거나, 자동 주차를 해주거나, 전자식으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는 이 기능들이 과연 달리는 동안에도 운전자를 즐겁게 해주겠는가?

시승을 끝마칠 때쯤, 선입견은 녹아내렸다. 미국 포드만이 포드의 전부는 아니잖은가. 포드는 충분히 재미있고, 경제적인 차를 만드는 회사였다.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포커스 디젤을 한번 타 보길 권한다.

글 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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