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재간둥이 - 폭스바겐 골프 GT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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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재간둥이 - 폭스바겐 골프 GT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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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에 붙는 수식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해치백의 교과서`라던가, `합리적인 독일 소형차`, 혹은 `기본기에 충실한 자동차` 등이 있다. 그러나 골프라는 이름 뒤에, 어떤 것이 더 달라 붙느냐에 따라, 전술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수식어들이 나온다. 당장 골프 뒤에 `GTI`를 붙이게 되면, `해치백의 교과서`가 아닌, `핫해치의 교과서`로 돌변하며, R이나 VR6, R32 등이 붙게 되면 `괴물`의 단계까지 그 수위가 올라간다.



하지만 이번에 시승한 골프는 상기한 `괴물`들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골프다. 물론, 고성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가 있으나, 그 방법론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승한 골프는 2.0리터 TDI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골프 GTD`다.



GTD는 GTI와는 달리,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골프의 고성능 모델이다. 그 시작은 5세대 골프의 ` GT TDI`로부터 시작되었으며, 6세대부터 GTD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6세대 GTD는 일반적인 2.0 TDI 엔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성능의 엔진과 6단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로 무장했다. 또한, 업그레이드된 성능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연비와 뛰어난 범용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GTD는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등장했던 7세대 GTD다. 가격은 VAT 포함 4,240만원.



부산모터쇼의 티저 이벤트 때 GTI와 함께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던 7세대 GTD의 인상은 분명히 통상적인 골프 모델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GTI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듯한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그리고 각종 장식물들이 가장 눈에 띈다. GTI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빨간색`의 유무뿐이다. GTI의 포인트 컬러가 `레드`라면, GTD의 포인트 컬러는 `블랙`이다. GTD의 블랙 포인트는 흰색 바디칼라를 가진 시승차와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시승차에 적용된 17인치 알로이 휠은 고성능 모델의 그것 치고는 다소 빈약해 보인다. 타이어는 225/45 R17 규격의 브릿지스톤 투란자 ER300을 사용한다. 뒷모습에서도 통상적인 골프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GTD를 위한 전용 범퍼와 머플러, 신규 LED 테일램프 등이 다르다.



실내의 기본적인 구성은 얼핏 GTI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전반적인 구성이 GTI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D컷 타입의 전용 스티어링 휠, 전용 스포츠 시트, 물결무늬의 마감재 등이 그러한 느낌을 주는 주요한 요소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체크무늬 내지는 빨간색 마감재가 사용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트와 변속기의 부츠는 GTI의 빨간색이 아닌, 흰색 실로 바느질 되어있다. 실내의 전반적인 마감 품질은 우수한 편. 하지만 소재 자체에서는 다소 원가를 절감한 티가 난다.



계기판은 깔끔하고 알아 보기 쉬운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충실하게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대부분의 기능 조작은 직관적인 축에 속한다. 하지만 주행 모드 변경을 위해서는 변속기 옆의 모드 버튼을 누른 뒤, 터치 스크린 상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골프 GTD의 앞좌석은 전용 스포츠 시트가 적용되어 있어, 과격한 주행에서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검정색 가죽과 흰색 바느질로 마감되어 있으며, 착석감은 약간 단단한 느낌을 준다. 좌석의 조정은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지는데, 등받이 각도는 다이얼로, 높이와 전후 거리 조절, 그리고 요추받침은 레버로 이루어진다.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좀 더 부드러운 착석감을 제공한다. 차급에 비해서는 공간도 비교적 넉넉한 편으로, 가족용 자동차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다리 공간은 약간 빠듯한 느낌이 들지만, 머리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일반형 골프와 마찬가지로, 트렁크룸은 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공간설계가 잘 되어 있어 해치백임에도 비슷한 체급의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인 380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동급 해치백 중 최고 수준의 트렁크 용량이다. 뒷좌석은 6:4 폴딩 기능 외에도 중앙 스키쓰루 기능까지 지원한다. 선반은 필요하지 않을 때 트렁크 바닥 하부에 수납할 수도 있어, 별도로 보관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7세대 골프 GTD에 탑재되는 엔진은 개선이 이루어진 2.0 TDI 엔진이다. 184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38.7kg.m/1,750~3,2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6세대 GTD의 170마력/4,200rpm, 35.7kg.m/1,750~2,500rpm에 비해 14마력의 출력 증가와 3kg.m의 토크 증강이 있었다. 변속기는 변함 없이 6단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골프 GTD는 일반형 골프와 비교하면 정숙성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주행 소음이 컸었던 6세대에 비해 가장 크게 개선된 부분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만드는 해치백들의 정숙성에 달한 정도는 아니다. 승차감은 대체로 탄탄한 느낌으로 일관하지만, 융통성이 부족하지는 않다. 자잘한 요철은 슬쩍 슬쩍 넘기지만 큰 요철의 경우에는 강하게 받아낸다. 요철을 지날 때나,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도 차체의 움직임에서 출렁대거나 넘실거리는 느낌이 없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도 발군이다.



스포츠 모드 상에서 골프 GTD의 가속 페달을 다그치면, 똘똘하고 경쾌한 음색의 엔진 소리와 함께, 발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한다. 액티브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실내로 흘러 들어오는 엔진음은 운전자의 기분을 짐짓 들뜨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다. 다만 인위적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관계로, 실제 엔진의 구동 상황과 엔진소리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다. 정지 상태에서 ESC를 끄고 가속을 시작하면, 40km/h 부근에서 2단으로, 80km/h언저리에서 3단으로, 120km/h를 돌파하면서 4단으로 착착 넘어간다. 0-100km/h 가속 시간은 7.5초로, 6세대의 8.1초에서 0.6초가 단축되었다. 초반의 경쾌하고 생기 있는 가속감은 가히 만족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4단 이후부터는 가속감이 점차적으로 더뎌지다가, 본격적인 고속 영역에서부터는 더 이상의 가속이 힘겨워진다.



그러나 골프 GTD가 주는 즐거움은 코너가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 나온다. 탄탄한 GTD의 섀시와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그리고 야무지게 작동하는 브레이크에 이르는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급격한 곡률의 코너도 야무지게 돌아 나간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과 직결감이 좋고, 차체의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기동이 더욱 열정적으로 느껴진다. 6세대에 비해 더 가벼워진 차체는 더 경쾌한 움직임을 자아내며, 더 강해진 파워트레인은 코너의 탈출과 재가속 때의 쾌감을 더 끌어 올려준다. 변속 때마다 척척 들러 붙어주는 DSG의 변속감과 필요할 때 척척 잡아주는 브레이크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골프에 초중반의 가속력이 우수한 파워트레인, 탄탄하고 야무진 하체, 필요한 만큼 작동되는 브레이크, 그리고 직결감이 좋은 조향 계통이 더해져 더욱 강화가 이루어진 GTD는 만족스런 코너링 솜씨와 그로 인한 즐거움을 유감 없이 선사한다. 직선 코스를 고속으로 내달리는 것보다는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에서 차를 요리조리 흔들어가며 운전하는 쪽이 훨씬 즐겁다.



기존 GTD도 연비 면에서 강점을 보였었고, 7세대 GTD도 역시 만족스런 연비를 보인다. 공인 연비는 도심 14.4km/l, 고속도로 18.8km/l, 복합 16.1km/l로 6세대에 비해 소폭 향상되었다. 실제 운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도심(혼잡) 12.7km/l, 도심(원활) 14.0km/l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는 공인 연비인 18.8km/l를 뛰어 넘어, 숫제 20km/l를 상회하는 연비를 보여주었다.



7세대로 거듭난 골프 GTD는 통상적인 C세그먼트 해치백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구 사항들을 충실하게 만족하는 자동차다. 가족이 사용하기에 알맞은 실내 공간과 실용성, 작은 차체에서 오는 이동의 기민함, 디젤 엔진의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준수한 경제성은 물론,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기본기도 충실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통상의 골프 2.0 TDI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GTD의 진정한 가치는 그 든든한 기본 바탕에 운전의 즐거움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 올려냈다는 데 있다.



물론 GTI나 R 등의 모델들과 맞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GTD의 능력은 두 고성능 모델들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GTI나 R도 골프가 가진 해치백의 미덕을 충실히 갖추고는 있지만, GTD 만큼의 경제성과 범용성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만큼, GTD는 두 차종과의 지향점이 다르다. 골프 GTD는 GTI나 R만큼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가족과 일상, 그리고 운전자 모두를 최고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으로 만족시킬 줄 아는 매력적인 재간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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