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GTE는 `GT`를 붙이기에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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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GTE는 `GT`를 붙이기에 충분한가?
  • 박병하
  • 승인 201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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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폭스바겐 코리아는 자사의 대표 해치백, `골프`를 토대로 완성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골프 GTE`의 미디어 시승 행사를 가졌다. 골프 GTE의 시승은 서울 종로를 시작으로, 삼청동 길을 지나, 파주 출판단지를 기착지로 한 코스에서 이루어졌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3년부터 차세대 이동수단 시장에 뛰어 들었고, 이 개념을 대폭 적용한 e-모빌리티 라인업을 해마다 확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15년 현재는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풀-하이브리드를 모두 포함하여 총 8종의 모델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골프 GTE는 폭스바겐 e-모빌리티 라인업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폭스바겐 골프 GTE는 지난 2014년의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올 해 4월 초에 열렸던 2015 서울 모터쇼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면서도, 가장 현실성 있는 설계로 누구나,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자동차라는 것이 폭스바겐 측의 주장이다.



폭스바겐 골프에게 있어서, `GT~`로 운을 떼는 별칭을 달고 있는 모델들은 성능에 있어서 특출난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다. 200마력에 달하는 고출력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든든한 섀시 설계로 핫해치백의 교과서로 자리 잡은 GTI,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하여 우수한 연비와 함께 감각적인 주행 질감을 양립한 GTD, 그리고 본 시승기의 주인공인 GTE가 그것이다.



GTI와 GTD는 분명 성능과 감성을 본위로 하는 차종임에 분명하다. 그렇기에 GT로 시작하는 별칭을 붙어도 크게 이상한 점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GTE는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그것도 전기 모터의 비중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크게 높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극단적인 효율을 부르짖는 친환경 자동차에 GT로 시작하는 별칭을 `감히` 부여할 만한 자격이 있을까? 비 개인 오후, 서울과 경기도 파주 일대를 돌며 경험한 골프 GTE의 면면을 살펴보며 그 자격 요건을 알아 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골프 GTE는 `GT`로 시작하는 모델인 만큼, 일반적인 골프와는 디테일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파란색의 악센트가 특징적으로 다가온다. GTI는 `레드`, GTD는 `블랙`을 악센트로 삼고 있다면, GTE는 `블루`를 악센트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점은 나머지 두 모델과 공통적인 부분이자, 그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꾀한 부분이기도 하다.


범퍼의 디자인은 두 모델과 공유하지 않는 전용 부품을 사용, GTE만의 개성을 좀 더 챙긴 모습이다. GTE의 전용 범퍼는 최근 폭스바겐 디자인의 경향을 반영하면서도 `ㄷ`자형의 신규 LED 주간주행등을 적용, 보다 현대적인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시승차에 적용된 18인치 알로이 휠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면서도 고성능을 표방하고 있는 GTE에게 보다 당돌한 이미지를 준다.



골프 GTE의 실내는 GTI나 GTD와도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GT로 시작하는 세 차종이 모두 일관된 테마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D컷 타입의 전용 스티어링 휠, 전용 스포츠 시트, 물결무늬의 마감재 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물론, 외모에서도 그러하였듯이, 파란색의 악센트가 GTE만의 실내 분위기를 완성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두 모델과 차이를 만들어주는 부분은 계기판이다. GTI와 GTD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이기 때문에, 좌측에 타코미터가 붙어 있다. 하지만 GTE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별도의 파워 게이지가 타코미터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엔진을 위한 타코미터는 기존 계기판 기준으로, 수온계가 있던 자리에 조그맣게 붙어 있다.


시승차는 아직 국내 현지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모델이기에, 모든 인터페이스의 언어는 영어로만 제공되었다. 인터페이스 전반은 통상적인 골프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CAR` 메뉴에 구동계에 대한 세부 사항이 더 추가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총 5가지를 제공하는데, 순수 전기차 모드인 `E-모드`와 파워트레인의 모든 성능을 끌어다 쓸 수 있게 하는 GTE 모드는 별도의 버튼으로 작동한다.




좌석의 구성과 질감, 그리고 실내 공간은 GTI, GTD와 같다고 보면 된다. 앞좌석에 배치된 전용 스포츠 시트는 과격한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며, 착석감도 탄탄한 편이다. 좌석의 조정이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지며, 다이얼로 등받이 각도를, 레버로 전후 거리 조절을, 그리고 펌핑레버로 상하조절을 하는 점도 동일하다. 3단계의 열선 기능도 공히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약간 더 부드러운 느낌이며, 좌석의 위치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성인 남성에게도 큰 불편이 없는 공간을 제공한다. 가족용 자동차로도 무리가 없는 수준.




GTE는 대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는데, 이 배터리가 수납되는 곳은 트렁크룸 하단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골프 모델과 같이, 선반을 트렁크룸 아래 넣어둘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용량이 동급 최대인 380리터이기에, 쓰임새에 있어서 크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듯하다.



골프 GTE는 기존 폭스바겐 소형 라인업에 탑재하는 1.4 TSI엔진과 고성능의 전기 모터를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변속기는 6단 DSG를 사용하며, 전기 모터와 통합형으로 설치된다. 1.4리터 TSI 엔진은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배기 매니폴드와 통합형으로 설계된 실린더 헤드를 지니며, 가변식 흡기 캠샤프트 타이밍 시스템, 2-루프 쿨링 시스템 등의 신규 기술이 도입되었다.


또한, GT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이기에,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더 길어진다. GTE의 1.4 TSI 엔진에는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특수 코팅이 엔진의 구동 부품에 대대적으로 적용되었다고 한다. 1.4 TSI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5,000rpm, 최대토크 25.5kg.m/1,600~3,500rpm의 성능을 내며, 전기 모터는 102마력의 최고 출력과 33.7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생성한다. 전기 모터는 제원 상, 최대 130km/h의 속도 대역을 감당할 수 있으며, 8.7kWh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으로 작동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합산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5.7kg.m에 달하며, 제원 상의 최고속도는 222km/h이다.



골프 GTE는 기본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따라서 시동을 걸었을 때, 무조건적으로 엔진에 시동을 걸지 않는다. 차가 움직일 준비가 되면, 계기판에 `READY`라는 표시가 나타날 뿐이다. 물론, 배터리의 잔량이 부족하거나, 배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한 전력 상의 부하가 걸리는 경우에는 엔진에 직접 시동이 걸리게 된다.



정숙성은 GTI나 GTD는 물론, 일반적인 골프 모델들과 비교해도 한 단계 이상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전기차 모드 하에서는 주행 중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 정도만 들려 올 뿐이다. 제동할 때 들리게 되는 전기 모터의 소음도 꽤나 억제된 편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모드에 돌입하여, 주행 중 엔진에 시동이 걸려도 저회전 영역대에서는 수준급의 정숙성을 선보인다. 또한, 주행 중 엔진의 시동 및 정지 과정이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하이브리드에 강세를 보여왔던 일본 브랜드들의 것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승차감은 탄탄하면서도 적당히 융통성이 있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일반적인 골프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는 또 다르다. 중량이 무거워진 만큼 보강이 이루어졌는지, 보다 든든하고 은근히 고급스런 감각이다.



하지만, 주행모드를 `GTE` 모드로 변경하는 순간,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묵직하면서도 저돌적으로 전진을 개시한다. 특히, 출발 가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골프 GTE의 1.4 TSI 엔진은 1,500rpm의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최대 토크를 뿜어내며, 여기에 저회전 토크가 높은 특성을 갖는 전기모터가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골프 GTE는 출발 가속에서 그 위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을 방불케 하는 저회전 토크를 지닌 엔진과 전기모터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골프에 비해 한참 무거운 데도 불구하고, 발진 가속에서 굼뜨다는 느낌은 좀체 받기 어렵다. 그에 비해 추월 가속은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전기 모터와 결합된 6단 DSG 변속기는 능숙한 솜씨로 변속을 착착 이어 나간다. 1단은 50km/h, 2단은 90km/h까지 커버하며, 3단에 이르자마자 100km/h를 돌파, 130km/h 부근에서 4단으로 변속이 이루어진다. 0-100km/h 가속 시간은 7.4초. 이는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GTD에 비해 제원 상 0.1초 정도 빠른 수치다. 또한,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생성되는 음색도 나쁘지 않은 편.



골프는 초대 모델부터 지금까지 전방 엔진 전륜 구동(FF)계를 사용해 왔다. 이는 GTE도 마찬가지. 이러한 배치 구조는 대체로 중량이 전륜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언더스티어 특성을 만들어 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GTE는 대용량/고중량의 배터리팩을 후륜에 탑재함으로써 보다 이상적인 중량 배분에 가까워졌다. 몸놀림은 GTI나 GTD가 보이는 경쾌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훨씬 자연스럽고 진중함은 물론, 균형감까지 갖춰, 승차감만큼이나 고급스런 감각의 몸놀림을 보인다.



골프 GTE의 연비는 배터리의 충전 상태에 따라, 연비가 확연히 달라진다.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에서 시승 코스인 서울 종로구에서부터 파주 출판도시까지 운행한 결과, 트립 컴퓨터 상으로 50km/l에 달하는 연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배터리의 전력을 80%이상 소진한 경우에는 파워트레인이 상시 하이브리드 모드로 구동되는데, 이 때에는 시내에서 10km/l, 고속도로에서는 15km/l 정도로,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 차량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골프 GTE의 연비를 끌어 올리는 데에는 몇 가지의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첫째는 배터리의 전력량이 넉넉할 것, 둘째는 B 모드 등을 이용하여 전력량의 관리에 신경 써줄 것, 그리고 셋째는 주행 구간이 30~40km 이내로 짧을 것, 그리고 넷째로, 경제 운행에 임할 것 등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연료를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고도 운행이 가능하다. 결국 다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이, 엔진의 가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연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폭스바겐 골프의 GT 시리즈 중 가장 나중에 합류한 GTE. GT 시리즈의 새로운 식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품고 태어났다. 하지만 이는 폭스바겐 골프 GT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여지가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은 `즐기는 자동차`라기 보다는, `아끼는 자동차`, `환경 운동가들을 달래주기 위한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골프 GTE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서두에서 언급했던, `GTE는 GT로 시작하는 별칭을 부여할 만한 자격이 있겠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가 본다. GTE를 경험하고 나니, 이 질문에는 크게 주저함 없이 `예스`라고 답해줄 수 있다. GTE를 직접경험하고 나면, 일반적인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꽤나 거리가 있는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GTE는 이미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골프를 기반으로, 폭스바겐의 신기술들이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로 녹아 들어 있다. 감성 품질에 신경 쓴 엔진과 강력한 성능의 전기 모터, 똑똑한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물론, 한층 연마된 섀시 등이 기분 좋은 상호작용을 이룬다. 연료를 아끼는 능력은 기본이요, 교외에서 GTE 모드로 즐거운 운전을 즐기다가도, 도심지나 골목길에서는 E-모드로 집 앞 주차장까지 이웃에 민폐 끼치지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가할 수 있게 해주는 신통한 물건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격이다. 골프 GTE는 독일 시장에서 36,900유로에 판매되는데, 이 는 한화로 환산하면 4,300만원 가량의 가격이다. 유로화의 환율이 하락한 작금의 시점을 반영하면, 이 가격은 본격적인 친환경 자동차로서는 꽤나 설득력 있는 가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사양 구성과 기타 비용을 더하면, 국내에서는 약 5천만원 내외의 가격이 책정될 수도 있다. 가격 조정에 성공한다면, 골프 GTE는 골프 GT 시리즈의 당당한 일원이 되면서도 현실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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