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텔지어 자극하는 이탈리안 패션카 - 피아트 500 1.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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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어 자극하는 이탈리안 패션카 - 피아트 500 1.4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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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온 피아트 500(Cinquecento: 친퀘첸토)는 1957년도에 처음 등장한 초대 500의 외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낸 레트로 디자인으로 유럽 A세그먼트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시장에는 2013년 상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FCA 코리아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피아트 500의 2015년형 모델을 `컬러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컬러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새로이 몸단장을 마친 피아트 500은 보다 특별한 외장 색상과 강화된 편의사양을 담는 한 편, 가격을 최초 출시 연도에 비해 600만원이나 낮아진 가격표를 들고 나왔다. 시승한 피아트 500은 고급 사양에 해당하는 `컬러 플러스`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2,390만원.



피아트 500는 앞서 언급한 대로, 초대 500의 디자인을 현대적인 방법론을 통해 재해석한 고전적인 스타일링을 자랑한다. 차체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에워싸고 있는 절묘한 레트로 룩은 피아트 500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다. 피아트 500의 레트로 디자인은 포드의 5세대 머스탱, BMW의 미니 등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레트로 디자인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컬러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몸단장을 마친 피아트 500는 `라이트 그린(Verde Chiaro)`, `에스프레소(Espresso)`, `라이트 블루(Luce Blu)`, `화이트(Bianco Perla)`의 총 4가지의 외장 색상을 제공한다. 시승차는 산뜻한 느낌의 라이트 블루 컬러로 마무리되어 있다.




디테일에서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헤드램프와 차폭등, 안개등들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적용된 크롬 장식들이 귀여운 이미지와 함께 클래식한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마찬가지로 크롬으로 마감된 사이드 미러도 500C의 클래식한 매력을 한층 더 끌어 올려주는 요소다. 휠 캡을 비롯한 차체 곳곳에 붙어 있는 `500` 레터링과 크롬 장식은 클래식한 감각을 한껏 끌어 올린다. 휠은 16인치의 신규 멀티-스포크 타입의 알로이 휠이 적용되어, 고전적인 맛을 더욱 살렸다.



피아트 500의 실내는 외관에서 보여주는 클래식한 감각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큼직큼직한 버튼들은 조작하기도 쉽고 구성이 한 눈에 들어 오는 편이다. 외장 색상과 동일한 색상으로 마감된 대시보드 패널부터 시작해서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브라운 색상의 가죽 마감재,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아이보리/블랙 투톤 컬러 인테리어 패널들이 서로 부대끼며 현란한 조화를 만들어 낸다. 원형을 주요 요소로 하는 디테일도 독특한 부분.




스티어링 휠은 잡기 편한 사이즈와 림 굵기를 지니고 있으며, 화사한 아이보리 색상이 눈길을 끈다.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버튼의 구성은 크라이슬러 계열의 모델들과 유사한 구조를 따르고 있다. 계기판은 2015년형 피아트 500의 주요 변경 사항 중 하나로, 풀-디지털 TFT LCD를 이용한 디지털 계기판을 사용한다. 이 덕분에 기존에 비해 시인성 면에서 향상을 이뤄, 다양한 주행 정보의 확인이 보다 수월해졌다. 그 외에도, ECM 룸미러와 오토 에어컨, 후방 주차 센서 등의 편의 사양이 새롭게 적용되었다. 또한, 오디오 헤드유닛에 내장되어 있었던 기존 블루투스 시스템과는 달리, `Blue&Me` 블루투스 시스템을 별도로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피아트 500의 앞좌석은 500의 외모에서 오는 이미지가 그대로 옮겨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아이보리/브라운 투톤 컬러로 마감된 좌석은 500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으며, 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높아, 용이한 승/하차에 도움을 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수동 레버식 조절 기능을 가지며, 운전석 한정으로 펌핑식 높이 조절 장치가 마련된다. 높이 조절의 폭은 다소 적은 편. 승용차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높은 시트 포지션은 운전자에 따라 호오가 명확히 갈리는 부분이다.




뒷좌석은 성인이 승차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이는 대표적 국산 경차인 기아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 등에 비해서도 짧은 피아트 500의 휠베이스와 운전석 중심의 공간 구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뒷좌석은 5:5 비율로 접을 수 있어, 작은 트렁크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500의 앙증맞은 차체를 끌어 줄 파워트레인은 피아트의 직렬 4기통 1.4리터 멀티에어(Multiair)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4리터 멀티에어 엔진은 102마력/6500rpm의 최고 출력과 12.8kg.m/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피아트 500에 장착되는 엔진 중, 고성능 버전인 아바스(Abarth) 다음으로 큰 배기량을 지닌다.



자동차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일반적으로 정숙성과 승차감 등의 면에서 불리한 측면을 갖게 된다. 한정된 크기에서는 필연적으로 공간 확보에서 불리함을 안게 된다. 게다가, 차량의 기본적인 판매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원가 절감 측면에서도 이러한 점이 상당 부분 배제되기 마련이다. 피아트 500 역시, 이러한 한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며, 차체의 크기를 감안해도 다소 부족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인다. 외부로부터의 소음 유입이 큰 데다,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소음과 진동 또한 적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운행 중에는 대시보드 주변이나 B필러 부근에서 이따금씩 잡소리가 들려온다. 반면, 승차감은 체급에 비해 꽤나 안락한 편이다. 피아트 500에 탑재된 `투어링 서스펜션`의 세팅에서는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적당한 탄력까지 느껴진다. 노면의 굴곡을 처리해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러한 섀시 설계와 하체 설정은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만족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승한 피아트 500는 차체에 비해 비교적 큰 편인 1.4리터 멀티-에어 엔진을 싣고 있다. 하지만 `작은 차에 큰 엔진`이라는 구성에 대해 가지게 되는 기대감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한 성능이라 여겨진다. 특히, 저속 토크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 때문에 저회전 영역을 사용하기 마련인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힘의 부족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회전 수를 끌어 올리기 시작하면 똘똘한 음색의 배기음을 토해내며,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피아트 500는 1단 출발 후 45km/h에서 2단으로 변속되며 85km/h에서 3단으로 넘어가, 100km/h를 돌파한다. 고회전 영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가속에서는 작은 차에 어울리는 경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귀여운 디자인과도 어울리는 똘똘하고 앙칼진 배기음 덕에, 가속이 좀 더 즐거워진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보다 빠른 리스폰스를 위해, 엔진의 회전 수를 최대한 높게 유지한다.



코너링에서는 작은 차체,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 그리고 직결감이 비교적 좋은 편인 스티어링 시스템이 벌이는 상호 작용이 꽤나 흥미롭다. 끈기 있는 섀시와 투어링 서스펜션이 지니고 있는 부드러움 속의 탄력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운전자의 명령에 따라 가뿐하게 몸을 비틀며 나쁘지 않은 몸놀림을 보인다. 물론,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짧고 높은 차체 때문에 롤이 꽤나 발생하기는 하지만,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악착같이 따라간다.



경차의 체급과 소형차의 배기량을 가진 피아트 500의 공인 연비는 도심 10.8km/l, 고속도로 13.3km/l, 복합 11.8km/l의 3등급이다. 피아트 500를 시승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연비는 도심(혼잡) 7.2km/l, 도심(원활) 8.5km/l, 고속도로 14.3km/l를 기록했다. 연비 측정 중에는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의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하였으며,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했다.



피아트 500는 편의성과 실용성, 경제성을 갖춘, 순수한 의미에서의 `운송수단`이라는 잣대로 판단하면 여러 부분에서 감점 요인이 많은 차다. 하지만 피아트 500를 이러한 잣대로 판단하는 일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 데 저울을 쓰지 않고 자를 가져다 쓰는 일과 다를 바 없다. 피아트 500는 외모가 구매 요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카’다. 자동차를 운송수단의 관점이 아닌, ‘패션의 일부’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피아트 500는 등장 당시부터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독보적인 레트로 디자인과 톡톡 튀는 개성이 돋보이는 패션카다. 또한, 한국 시장을 찾은 피아트 500는 해 마다 가격을 조정하고 사양을 강화해가며 상품성 증대에 힘썼다. 컬러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몸단장을 마친 피아트 500은 이탈리안 디자인의 매력과 감성을 가장 합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패션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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