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눈매 더한 소식(小食)주의자 - DS3 1.6 e-HDi So Chic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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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눈매 더한 소식(小食)주의자 - DS3 1.6 e-HDi So Chic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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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트로엥은 1955년 10월, 자국에서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은 걸작을 공개했다. 이 차는 자동차 세계에 크나 큰 충격을 던져 준 파격적인 스타일링과 첨단 기술로 무장하여, 그 시대의 `미래`로 통했다. 그 차의 이름은 바로 `DS`. 시트로엥의 플래그십 세단모델로 만들어진 DS는 공개 첫 날, 1만 2천여건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 올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DS는 동사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전륜구동 양산차인 `트락시옹 아방(Traction Avant)`에서 보여준 것들보다 한참 더 앞서나간 기술력으로 중무장했다. 가스식 파워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유압식 자동 클러치를 도입한 자동변속기, 유압식 서스펜션은 물론, 범퍼 일체형 공기 흡입구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는 스티어링 휠의 조타각에 따라 헤드램프가 따라서 움직이는 `동적 코너링 라이트`까지 구현해내기도 했다.



또한, 당시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디자인도 DS의 가치를 올려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DS는 약 20년 동안 시트로엥의 기함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 자동차로 군림하며 전 세계에 약 150만대 가량이 판매되었다. 그리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집단, PSA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DS`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



지난 6월, DS3에 새로운 헤드램프를 비롯한 디테일의 변경을 마친 `DS3 뉴 라이트 시그너처` 모델이 추가되었다. 강렬한 인상으로 변모한 헤드램프는 각각 3개의 LED와 1개의 제논 모듈로 구성된다. 또한, 테일램프에도 LED 조명을 채용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VAT 포함 가격은 3,290만원.




PSA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DS는 초기에는 시트로엥의 고급형 라인업으로 출발하였으나, 올 해부터는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을 이루었다. 그래서 지금의 DS 모델들은 차명 앞에 더 이상 `시트로엥`을 붙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시승한 `DS3`는 더 이상 시트로엥 DS3로 부르지 않는다. DS3는 시트로엥 시절부터 고급 브랜드인 DS 라인업의 첫 타자로 나선 차다. 아울러 브랜드의 독립을 이룬 현재, 한국 시장에서 `시트로엥`이 아닌, `DS`의 뱃지를 달고 나온 첫 차이기도 하다. 따라서 DS 브랜드에 있어, DS3의 존재 의의는 꽤나 크다고 볼 수 있다.




DS3는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모델이지만, 그 외양은 여전히 독특하기 짝이 없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얼굴부터 시작해서, 잘려 나간 듯한 디자인의 독특한 B필러와 암팡진 뒷모습까지 어느 하나 개성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 DS3는 그 외모만으로도 이 차가 본토인 유럽에서 미니의 맞상대로 통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내에 들어 서면, 외모만큼이나 독특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DS 모델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독특함이 도드라지는 실내는 차분한 블랙 원톤을 바탕으로, 고광택 블랙/화이트 페인팅으로 이루어진 마감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적용된 금속성 페인팅 덕에 햇빛이 밝은 날이면 실내 여기저기가 번쩍거린다. 하지만 이렇게 번쩍거리는 고광택 도장 처리는 주간 운전에서 눈을 피로하게 만들며, 지문 등의 오염에 취약해, 관리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DS3의 인테리어에서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운 점은 통상적인 컵홀더가 없다는 사실이다! 도어 포켓에 500ml 페트병을 꽂아둘 만한 공간은 보이긴 하나, 병의 형상에 맞지 않는 디자인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사실 컵홀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팔걸이 밑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데, 이마저도 깊이가 피크닉 테이블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실용성을 바라기 힘든 구조다.



실내 곳곳의 디테일들은 아기자기하기 그지 없다. D컷 형태의 조그마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속 들어 오는 촉감이 인상적이며, 버튼이나 다이얼 같은 것들은 일절 배치되어 있지 않다. 스티어링 휠에 달리는 오디오 리모컨이나 핸즈프리, 크루즈 컨트롤 등속을 제어하는 버튼들은 스티어링 휠 뒤편에 마련된 별도의 두툼한 컨트롤러에 자리한다. 3-서클 형태의 계기판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돋보이지만, 계기판의 크기가 다소 작은 편이고, 그에 따라 폰트도 작게 느껴진다. 시인성은 나쁘지 않은 편. 프랑스 출신임이 드러나는 10-30-50 순서로 올라가는 속도계도 눈에 띈다.



시승한 DS3의 센터페시아에는 6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맵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스템 자체적으로 멀티미디어 기능과 트립컴퓨터 기능 등을 제공한다. 순정 오디오 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기한 시스템에 비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라디오와 MP3 CDP, AUX 기능만을 지원하고, USB 포트를 통해 데이터를 읽어 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트립컴퓨터의 연비 표시 기능의 경우, 내비게이션 화면을 일시 전환하여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앞좌석은 버킷 형상을 취하고 있다. 착석감은 단단한 편. 든든한 착석감과 크게 돌출된 사이드 볼스터, 그리고 스웨이드 재질로 마감되어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붙잡아주기 때문에, DS3의 고성능 모델에도 충분히 어울릴 듯한 완성도를 보인다. 뒷좌석은 3도어 해치백임을 감안해도 다소 좁은 편이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문제가 없지만, 성인 남성에게는 그리 넉넉치 못한 공간이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285리터. 체급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을 이용하여 공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신규 외장사양이 적용된 DS3 So Chic 모델은 1.6리터 e-HDi 엔진과 6단 ETG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갖는다. 1.6리터 e-HDi 디젤 엔진은 92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23.5kg.m/1,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6단 ETG 변속기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로, 수동변속기의 클러치 조작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원리로 작동하여, 자동변속기처럼 운행할 수 있으면서도 수동변속기에 버금가는 정비성과 효율을 갖는 변속 시스템이다.



B세그먼트 급의 작은 차체에 디젤 엔진을 실린 DS3는 정숙성 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비슷한 체급의 모델들에 비해 부족한 정숙성은 프리미엄 컴팩트카임을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바닥에서 올라 오는 소음도 큰 편에 속한다. 승차감은 딱딱한 편으로, 노면의 충격을 거칠게 받아 내는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차체 및 하체의 구조가 엉성해서 그런 것이 아닌, 든든한 차체와 단단한 하체가 조합된 느낌이다. 그래서 아무리 하체가 충격을 거칠게 받아 내도 불안한 느낌을 주는 법은 없다. 오히려 탈수록 차체가 꽤나 든든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느낌은 도심에서도, 고속 주행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가속력은 엔진의 제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 최고출력은 수치 상 100마력도 안 되지만, 가속할 때의 느낌은 대체로 경쾌한 편이다. 배기량과 제원 상의 수치에 비하면 약간은 기대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대토크가 1,750rpm의 극단적인 저회전에서 정점을 기록하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며, 경사로를 오를 때에도 딱히 힘의 부족을 느끼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ETG는 같은 그룹의 푸조 MCP에 비해 확실히 반응이 한 박자 더 빠르고, 변속 과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통상적인 자동변속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성능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근본이 수동변속기인만큼, 일단 기어가 물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경쾌하게 가속이 이어진다.



DS3는 가속보다 코너링에서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똘똘한 조향 시스템과 작지만 단단하고 잘 짜여진 느낌을 주는 차체와 하체 덕에, 급격한 코너에서도 안정감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운전자의 조타에 따라 고개를 정확하게 돌려주며, 차체 후미가 따라 붙는 느낌 역시 인상적이다. U턴에 가깝게 꺾여 들어가는 코너에서도, 연속적으로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다만, ESP의 개입은 지나치게 빠르다는 느낌이 있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득달같이 달려 들어 거의 강제로 자세를 바로 잡는다. 브레이크는 DS3에 딱 맞는 성능을 낸다. 잦은 제동에도 잘 버티며, 페달의 조작감이 민감하지 않아, 효과적으로 차를 다룰 수 있게 해준다.



DS3를 비롯하여, PSA 그룹의 주요 소형, 혹은 크로스오버 모델들이 굳이 자동화 수동변속기를 고집했던 이유는 바로 연비에서 찾을 수 있다. DS3를 타고 나면 그것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공인 연비는 도심 17.4㎞/l, 고속도로 21.3㎞/l, 복합 19.0㎞/l. DS3 1.6 e-HDi의 공인 연비는 2015년 현재,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에 등록된 연비 중에서 토요타 프리우스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 기록된 예상 연간 유류비(15,000km 주행 기준)는 100만 8,928원.



하지만 DS3를 직접 시승하면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사뭇 다른 결과를 냈다. 먼저,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서울 도심에서는 14.3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제한 속도인 60~80km/h 정도에 맞춰 운행할 수 있을 정도의 교통 상황에서는 공인 연비인 17.4km/l에 근접한 17.2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그러나 공인연비와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결과는 고속도로에서 나왔다. 공인 연비인 21.3㎞/l를 한참 상회하는 24.8km/l에 달하는 평균연비를 기록한 것이다. 연비를 측정 할 때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고,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으며, 각 도로별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을 중시하여 운행하였다.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추가된 DS3는 보다 매력적인 패션카로 거듭났다. 비록 정숙성과 편의성 부분에서 아쉬운 점들이 존재하나, 닮은 꼴을 찾아 볼 수가 없는 개성적인 외모와 기민한 몸놀림, 그리고 자동화 수동변속기에 기반한 최강급 연비는 DS3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포인트다. 독특한 스타일과 함께, 막강한 연비를 겸비한 DS3는 연료는 적게 소비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패션카를 원하는 운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통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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