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상식인`으로 거듭나다 - MINI 5도어 쿠퍼S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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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상식인`으로 거듭나다 - MINI 5도어 쿠퍼S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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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 미니는 `클럽맨`을 비롯하여, SUV인 `컨트리맨` 등의 5도어 모델을 선보여 오며, 다각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초대 모델부터 2세대를 거치는 동안, 미니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 안기 위해, 수 많은 파생모델을 쏟아 내며 끊임 없는 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그들은 `미니` 그 자체에 정석적인 두 개의 리어 도어가 달린, `일반적인` 5도어 해치백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5도어 해치백은 미니가 추구해 왔던 `Not Normal`, 즉, `평범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그들의 스탠스에 반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형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5도어 해치백은 작은 차체가 갖는 운행 및 취급의 용이함을 최대화할 수 있고, 가장 정상적으로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수 있어, 소형차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손꼽힌다. 그런데 미니는 항상 상식적인 것을 거부해 왔고, 그로 인해 인기를 얻었으며, 그 때문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어필해 올 수 있었다. 3세대 미니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미니가 3대째를 맞이하는 동안 일어났던 다양한 변화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한다면, 5도어 모델의 추가를 들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의 눈 앞에 있는 5개의 문이 달린 미니의 구조는 그들이 거부해 왔던,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5개의 문이 달린 미니, 그 중에서도 디젤 라인업의 최상위 트림인 쿠퍼 SD 모델을 시승하며 상식적인 미니가 가진 내면을 파악해 본다. 시승차인 미니 5도어 쿠퍼 SD의 가격은 VAT 포함 4,490만원.




5개의 도어가 달린 미니는 그 기초가 되는 3도어 모델에 비해 161mm나 길어졌고, 높이는 11mm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차체의 비례나 균형감에 있어서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미니 그 자체가 세대를 거듭하며 끊임 없이 덩치를 키워온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미니를 바탕으로 덩치를 한층 더 불린 파생모델들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온 통에, 이러한 비례감에 익숙해진 느낌도 있다고 본다.






얼굴과 뒷모습은 3세대 미니의 그것과 동일하다. 시승차인 쿠퍼 SD 모델의 경우, 일반형 모델의 크롬 가로줄 대신, 붉은 빛 `S`뱃지와 함께, 굵직한 허니컴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한다. 또한, 하단에 JCW의 것과 유사한 두 개의 공기 흡입구가 눈에 띈다. 뒷 범퍼 중앙 하단의 트윈팁 테일 파이프와 해치도어 우측 하단의 쿠퍼 SD 엠블럼은 이 미니가 디젤 라인업 최고 등급의 모델임을 말해 준다.



앞좌석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 서면, 3세대 미니와 하등 다르지 않은 대시보드 둘레가 눈에 들어 온다. 미니 인테리어의 상징과도 같은 `원형` 테마는 변함 없으며, 개선된 레이아웃을 통해, 조작 편의성 및 가독성을 높였다. 실내의 스위치들은 대부분 토글 스위치와 유사한 형상을 채용하여, 남다른 분위기를 낸다. 실내의 군데군데에 악센트로 작용하는 카본 파이버 장식은 스포티한 감각을 배가시킨다.



스티어링 휠은 미니 공통의 디자인을 지니고 있으며, 손바닥이 닿는 림 부위가 한 장의 가죽으로 마무리 되어있다. 다소 굵직한 림은 약간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그립감이 좋은 편이다. 계기판은 스티어링 컬럼에 붙어 있는 모양새다. 중앙의 스피도미터를 중심으로 좌측에 반달모양의 타코미터가, 우측에 띠 형상의 연료 게이지가 각각 붙어 있다. 운전석 대시보드 상단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윈드실드에 직접 투사하는 방식이 아닌, 별도의 창을 통해 투사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현행 BMW의 모델들이 모두 윈드실드에 투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다소 아쉬운 부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BMW i-Drive와 대부분이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컨트롤러도 이전 미니의 스틱 형태에서 i-Drive의 것과 유사한 터치패드 내장 다이얼이 배치 되어있다.



앞좌석은 3도어 모델의 것과 같다. 좌석의 조정은 모두 레버로 이루어지며, 착좌부의 길이를 조절 가능하다. 크게 돌출된 사이드 볼스터와 가죽 및 알칸타라를 혼용하여 마감한 앞좌석은 단단한 착석감과 함께, 급격한 기동 중에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붙잡아준다. 양측 좌석은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5도어 미니에서 가장 주목 해야 할 부분인 뒷좌석. 뒷좌석을 위한 문까지 생긴 미니는 어느 정도의 공간을 지니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반적인 B세그먼트급 해치백에 준하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평균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이 충분히 승차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등받이의 각도가 다소 서 있는 편으로, 이를 통해 공간을 짜낸 형태이기 때문에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빠듯한 정도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3도어 모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간과 착좌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트렁크는 3도어의 211리터에 비해 67리터 증량된 278리터의 기본 공간을 제공한다. 선반을 제거하고,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941리터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은 2단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바닥을 떼어, 가용 공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시승한 미니 5도어는 쿠퍼 SD모델로,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차저(VGT)가 장착된 2.0리터의 직렬4기통 디젤 엔진과 자동6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싣고 있다. 최고출력은 170마력/4,000rpm이며, 최대토크는 36.7kg.m/1,500~2,700rpm이다. 공인 연비는 도심 16.5km/l, 고속도로 19.1km/l, 복합 17.6km/l에 달하는 1등급 연비를 자랑한다.



미니 5도어 쿠퍼 SD는 작은 차체에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소음과 진동 면에서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파워트레인으로부터 비롯된 진동 역시, 적지 않은 편. 승차감은 단단한 느낌으로 일관하며, 충격의 흡수를 통한 부드러운 승차감이 아닌, 안정성을 중시하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미니들과 비교하자면, 노면 충격에 의한 불쾌감이 현저히 적은 편이다. 안정성을 중시하되, 그 안에서 승차감의 저해를 줄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 후, 가속을 시작하면 꽤나 호쾌한 감각으로 노면을 박차며 전진을 시작한다. B세그먼트급의 작은 몸집에 2리터급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하는 만큼, 가속 성능은 준수하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이며, 굵직한 저속토크 덕에, 저회전에서부터 기운 찬 느낌을 준다. 0-100km/h 가속은 7초 초/중반에 끝내며, 100km/h는 3단에서 나온다. 변속기의 성능 또한 준수한 편으로, 수동 모드에서도 빠르고 착실하게 변속을 진행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패들 시프트가 준비되지 않은 점 정도. 디젤 라인업 중에서도 고성능을 표방하는 모델인 만큼, 패들 시프트가 구비되면 더욱 즐거운 운전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5개의 문이 달린 미니는 3도어 모델 못지 않은 몸놀림을 보여준다. 161mm의 길이와 72mm의 휠베이스 차이는 소형차에게 있어서 꽤나 중대한 디멘젼의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돌하고 기민한 몸놀림으로 코너를 돌파해 나간다. 스티어링 휠의 직결감이 우수하며, 차체 전방의 반응도 기민하고 즉각적이다. 하지만, 코너에서의 차체의 움직임에서 날카로움보다는 안정적인 면이 더 강조된 느낌을 더 크게 받는다. 이러한 느낌은 BMW의 차들이 만들어내는 감각과도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는 여전히 스릴이 있다. 그러나 그 스릴을 안겨 주는 방법에서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본래의 미니가 지니고 있었던, `불안감`에서 비롯된 스릴이 아닌, `정교함`에서 비롯된 스릴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BMW의 손에 넘어간 뒤로, 미니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BMW의 성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다.



연비는 우수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니 5도어 쿠퍼 SD는 도심 16.5km/l, 고속도로 19.1km/l, 복합 17.6km/l에 달하는 1등급 공인 연비를 자랑한다. 하지만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결과, 강남 일대의 혼잡한 도심 구간에서는 12.7km/l의 결과를 냈다. 교통상황이 원활한 구간에서는 그보다 높은 15.5km/l의 평균연비를 보였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주행했을 때의 연비는 21.8km/l의 평균연비를 보였다. 연비의 측정은 BMW의 `에코 프로(ECO PRO)`에 해당하는 `그린` 모드에서 실시했으며, 운행 중에는 규정 속도를 초과하지 않았다. 그린 모드를 사용하지 않고, 연비에 상관 없이 편하게 운행한 경우에는 이보다 2~3km/l 가량 낮은 연비를 보였다.



3도어의 미니에 .두 개의 문을 더 달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클럽맨`이 그것이다. 다만, 클럽맨은 미니의 휠베이스를 억지로 늘려 만든, `돌연변이`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클럽맨의 뒷문은 오른쪽에만 있었고, 이 문의 형태도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문 하나는 엉뚱하게도, 해치도어 쪽에 붙어서, 해치도어를 캐비닛도어로 만들어 두었었다. 하지만 클럽맨은 서두에서 언급했었던, 미니의 `Not Normal`에 제대로 부합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미니는 항상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을 거부해 왔으며, 그를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세워왔었기 때문이다.



5도어를 통해 `상식인`으로 거듭난 미니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전통의 미니보다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평범함`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의 오랜 팬들은 5개의 문이 달린 미니를 두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손상시키는, 미니의 정신에 어긋난 모델로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5개의 문을 지닌 `상식적`인 미니는 브랜드의 성장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미니의 판매량은 컨트리맨의 도입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5도어 모델의 추가는 그 후속타로 작용하며 미니의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상식적인 노선을 타게 된 미니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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