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을 수 없는 원조의 내공 - 토요타 4세대 프리우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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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수 없는 원조의 내공 - 토요타 4세대 프리우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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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22일,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의 4세대 모델을 전격 발표하고 한국 시장으로의 시판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23일부터 새로운 프리우스의 대대적인 미디어 대상 시승행사를 열고, 원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치 알리기에 나섰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1997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세계 최초의 상용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4세대로 거듭난 프리우스를 본 행사에서 직접 경험하며 `원조`의 내공을 가늠해 본다. 시승 행사에 동원된 프리우스는 전량 고급형 모델인 S그레이드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3,890만원.




4세대로 거듭난 토요타 프리우스의 외모는 고향인 일본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치차 `미라이(MIRAI, みらい)`를 쏙 빼닮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라는 호평과 `너무 앞서나갔다`, 내지는 `너무 기괴하다`는 악평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차의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 속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운전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배려들이 숨어 있다.




한 가지 예시로는 전반적으로 삼각형의 형태를 이루는 차체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형상의 차체는 공기 저항 감소와 실내공간 확보를 양립하기 위해 취해진 형태다. 이는 3세대 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중 하나다. 3세대 프리우스가 전반적으로 뉘어놓은 계란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면, 신세대 프리우스는 이를 앞뒤에서 잡아 늘린 듯한 형상을 보이고 있다. 3세대가 해치백에 가까웠다면 4세대는 미라이가 그러하였듯이, 세단, 내지는 테라스 해치백에 더 가까워졌다. 이 덕분에 4세대 프리우스는 3세대 모델에 비해 한층 커지고 길어진 차체를 지니게 된다. 그 외의 요소로는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의 확대 적용과 그릴 셔터 적용, 전 등화에 LED 램프 채용 등을 들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3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4세대 프리우스늬 인테리어는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시원스런 공간감이 특징으로, 이는 전반적으로 아늑한 느낌을 추구했던 3세대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바닥으로 한껏 내려 앉은 플로어 콘솔과 큼지막한 수납공간들, 그리고 가로로 긴 형태의 중앙 배치 계기판 등,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한 느낌이다.


앞좌석은 몸을 가볍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의 착석감을 자랑한다. 안락하면서도 크기가 작지 않아, 체격이 큰 사람도 편안하게 탈 수 있다. 장시간의 운전을 배려한 설계를 적용했다는 토요타 측의 주장에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S 그레이드 모델 기준으로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2방향의 허리받침 기능을 지원하며, 양쪽 좌석에는 모두 2단계의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은 착좌감만 보면 훌륭하다. 편안함보다는 절약을 중시한 설계임을 느낄 수 있었던 3세대와는 달리, 한층 쓸모 있고 안락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머리받침이 마련되어 있고, 제대로 만든 팔걸이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프리우스의 완만한 루프 라인 때문에, 승하차는 기존에 비해 약간 더 불편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막상 좌석에 오르면 머리가 천장에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루프를 수납하기 위한 공간 때문에 천장이 낮아보여서 답답한 느낌을 준다.


이 날 시승회에 동행한 토요타의 부 수석 엔지니어(Assistant Chief Engineer)인 야마다 히로유키氏는 이 기묘한 머리 공간 설계에 대해서 ``뒷좌석 헤드룸에 관해서는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항``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뒷좌석의 천장 부근을 음푹 패이게 디자인하여 헤드룸을 확보, 3세대와 같은 헤드룸 높이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눕혀진 계란과 같은 형상으로 빚어졌던 3세대 모델과는 달리, 루프 라인이 보다 아래로 내려오면서 지붕이 낮아져, 머리 공간에서 손해를 본 듯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다리와 어깨 공간은 차체가 커진 만큼, 한층 여유로워서, 중형세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자랑한다. 트렁크 공간 역시 더 증대되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토요타의 앳킨슨 싸이클 엔진인 1.8리터 2ZR-FXE를 개량한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의 최대열효율은 디젤 엔진 수준에 해당하는 40%에 달한다. 전기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배터리는 신규 개발된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출력과 밀도를 높여 소형화를 달성했다. 이 덕분에 트렁크룸이 아닌 뒷좌석 하부에 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기존과 같은 98마력이고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72마력이며, 총 시스템 최고출력은 122마력이다. 변속기는 제어 알고리즘을 개선한 e-CVT를 사용한다.



4세대로 거듭난 새로운 프리우스는 토요타가 추진하고 있는 `보다 좋은 차 만들기(もっといいクルマづくり)` 이념을 모토로 한 첫 모델이자, 신규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가 적용된 첫 모델이라는 의의를 함께 지닌다. 토요타의 `TNGA` 개념은 플랫폼은 물론, 파워트레인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개발 체계로, 신규 플랫폼과 이에 맞춘 신규 파워트레인을 골자로, 성능의 향상과 상품성 강화를 동시에 노린다. 여기에 차량 하부 구조와 현가 장치를 개선하거나 플랫폼에 맞게 신규 개발하여 파워트레인의 위치를 보다 낮춘 설계를 적용, 동급 최고 수준의 저중심 설계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핸들링, 운동 성능, 승차감, 안전 성능의 총체적 향상을 도모한다. 또한, 차체 전반적으로 강성을 강화고 차체 조립에 레이저 용접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바디와 섀시의 강성을 더욱 높인다.


토요타 TNGA의 첫 주자로 나서게 될 4세대 프리우스는 3세대와는 일상적인 운행에서부터 그 차이가 확연하다. 가속 페달의 응답성과 승차감, 안정감 등, 3세대 프리우스에서 연비를 위해 `희생`당했다고 보여지는 모든 요소들을 살려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기존 토요타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었던 백색소음이 크게 줄었고, 하부 소음 저감에도 신경을 써서, 한층 정숙한 느낌을 준다. 승차감은 3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3세대 프리우스에서 보였던 덜컹거림이나 불안한 움직임, 나약한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요철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과도한 차체가 출렁임도 좀체 보이지 않고, 안정감 있게 자세를 바로잡는다. TNGA 플랫폼이 지향하는 고강성/저중심 설계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가속력은 기존과 크게 다름 없이, 차체에 `딱 맞는` 수준의 필요충분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이 때에는 엔진의 회전수가 높아짐에 따라 소음이 다소 커진다. 하지만 상기한 정숙성의 강화로 인해, 엔진 소음이 거슬릴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속력이나 정숙함보다 변화 폭이 느껴지는 부분은 개선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제어 알고리즘이다. 쓰로틀의 반응이 한층 유기적으로 변모하여,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이질감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승차감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프리우스는 고강성/저중심 설계를 골자로 하는 토요타 TNGA 플랫폼을 바닥에 깔고 있다. 그리고 그 효과가 확실히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 등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3세대 모델이 보여주는 불안하고 서투른 몸놀림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적이면서고 기민한 몸놀림을 선보인다. 선형이 완만한 코너에서의 고속 주행부터 선형이 구불구불하고 구배가 큰 저속 코너까지 안정감 있게 소화해 낸다. 코너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섀시의 강건함을 느낄 수 있다. 제동력에 대한 부분도 보다 강화되어, 한결 안정적으로 차를 세울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란 듯이 보여준 프리우스. 프리우스의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는 `연비`는 어떨까? 이 날 시승회에 참석한 기자단은 프리우스의 연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시도 끝에 실로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날 시승회에서 20명의 기자단이 기록한 총 평균 연비는 30.4km/l였다. 이 중 40km/l대가 4명, 30km/l대가 9명, 20km/l대가 4명, 10km/l대가 3명이었다. 기자는 평소 운전 습관 대로 규정속도에 맞춰서 운행하며 26.3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4세대 프리우스는 3세대와 비교하기 양쪽에게 서로 미안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이루었다. 차체 크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초대 모델부터 3세대까지의 프리우스들이 효율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수 많은 요소들을 되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그 희생을 통해서 만들어낸 효율마저 앞지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성 강화와 성능의 향상을 모두 잡고자 하는 토요타 TNGA 개발 체계의 첫 작품으로서 가히 손색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토요타 프리우스는 4세대로 거듭나면서 후발주자들에게 또 한 번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웠다.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대명사격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제왕이 더욱 강력해졌다. 강력해진 상품성과 우수한 완성도로 다시 태어난 프리우스는 `원조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전 세계의 친환경차 시장 장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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