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치를 품은 BMW 럭셔리 쿠페 - BMW 840i 그란쿠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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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치를 품은 BMW 럭셔리 쿠페 - BMW 840i 그란쿠페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0.05.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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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럭셔리를 주장하고 나선 BMW의 '8시리즈'. 지난 해 하반기에는 국내 시장에도 전격 출시되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궁극의 8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M8' 쿠페가지 연달아 등장하면서 라인업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현행의 BMW 8시리즈는 지난 1989년 등장한 최고급 고성능 쿠페였던 초대 8시리즈가 단종을 맞은 지 20년 만에 나타난 완전 신형 모델로, 새로운 가치를 담은 BMW의 럭셔리카로 재탄생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4~5도어를 가진 패스트백형의 최고급 차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포르쉐 파나메라나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모델이 그 예다. BMW 8시리즈는 통상의 2도어 쿠페형 모델 외에도 4도어 쿠페형 모델인 그란쿠페 모델이 함께 등장했으며, 국내에서는 이 그란쿠페 모델이 실질적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BMW 8시리즈, 그 중에서도 4도어 모델인 840i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 모델을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 지 알아 본다. VAT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1억 3,410만원.

8시리즈 그란쿠페의 외관 디자인은 현재 BMW가 내세우고 있는 디자인 언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습이다. 확대된 키드니 그릴과 더불어 날렵한 스타일의 헤드램프, 그리고 전반적으로 은은한 볼륨감을 강조한 형상과 더불어 변형된 호프마이스터킨크 등, 먼저 출시된 신형의 3시리즈나 X패밀리 모델들과 유사점이 나타난다. 수평기조의 강조와 더불어, M스포츠 패키지 전용의 외장 패키지로 더욱 공격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차의 길이는 5,075mm, 폭은 1,900mm, 높이는 1,410mm로, 2도어 쿠페모델 대비 230mm 길고 70mm 높다.

BMW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된 얼굴은 날렵한 스타일의 헤드램프와 좌우로 더욱 넓게 뻗은 키드니 그릴이 시선을 모은다. 새로운 스타일의 키드니 그릴은 '액티브 에어스트림 키드니 그릴'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신형의 키드니 그릴에는 액티브 그릴 셔터가 내장되어 있어, 주행 상황 및 엔진실 내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를 통해 엔진실의 온도 관리와 공기역학적 유리한 특성 모두를 잡을 수 있다. 또한 보닛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라디에이터 그릴 끝까지 뻗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며, 이 덕분에 가뜩이나 긴 보닛이 더 길어 보인다. M 스포츠 전용의 범퍼는 대형의 에어 인테이크를 적용하고 있으며 공기역학적인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 또한 눈에 띈다. 

측면은 매끈한 실루엣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전의 6시리즈 그란쿠페와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두드러진다. 6시리즈 그란쿠페의 경우에는 이전부터 BMW가 고집해 왔던 고전적인 3박스 스타일에 가까웠으나, 지금의 8시리즈 그란쿠페는 트렁크리드와 C필러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현대적인 패스트백형 스타일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는 이전까지의 BMW 쿠페들과는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다. 또한 기존에 차체 곳곳에 삽입되었던 엣지와 굴곡들을 크게 줄여서 한층 절제된 볼륨감이 돋보인다. 측면의 매끈하게 빠진 실루엣은 8시리즈 그란쿠페의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뒷모습에서는 매끈한 C필러 라인과 유연하게 이어지는 뒷유리, 그리고 신형 3시리즈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스타일의 테일램프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하부에는 매립형으로 디자인된 테일파이프, 그리고 멋들어진 스타일의 디퓨저가 날렵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을 멋스럽게 완성한다. 매끈한 루프 스타일로 인해 테일게이트를 장비한 5도어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세단과 같은 트렁크 리드를 사용하고 있다.

실내 역시 BMW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그대로 적용된 모습이다. 신형의 3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중앙을 가르는 콘솔과 더욱 화려해진 장식 등이 눈에 띈다. 그동안 수평향의 기조에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기존의 BMW의 인테리어에서 완전히 벗어난 감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가 좁아보인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전측방 시야가 상당히 훌륭하여 나쁘지 않은 개방감까지 안겨준다.

디테일에서도 역시 새로운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M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더불어 새로운 스타일의 풀-LCD 계기반, 그리고 UI가 대폭 개량된 BMW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새로운 스타일이 돋보이지만 변함 없는 부분도 있다. 바로 굵직한 림 굵기와 손에 착착 달라붙는 그립감이 그것이다.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BMW 차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디테일에서 고급 차종임을 알 수 있는 면면이 숨어있다. 실내는 거의 전체가 가죽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다. 대시보드 라인은 대부분 가죽으로, 상부의 헤드라이닝은 촉감이 우수한 울트라 스웨이드로 마감되어 있으며, 내장재로 사용된 수지의 품질도 상당히 좋은 질감을 지니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탈 명가 스와로브스키에서 디자인한 이 전용 시프트레버는 상당한 고급감을 안겨준다. 시프트레버의 작동은 다른 BMW의 전자식 변속장치와 동일하다. 그리고 이 크리스탈 장식은 좌측에 놓인 시동버튼과 우측네 놓인 i-Drive 다이얼에도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좌석은 스포츠 시트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는데, 실제 착석감은 상당히 안락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자리를 제대로 잡고 나면, 시트가 몸을 상당히 잘 지지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좌석은 질감이 좋은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쿠션의 경도도 적절하다. 또한 다양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어, 신체조건에 관계 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 외에도 시트 등받이의 각도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과 사이드볼스터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헤드레스트 또한 전동식으로 조절 가능하다. 이 외에도 좌우 모두 3단계의 열선 기능과 통풍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은 그 동안 접했었던 4~5도어 쿠페 모델들 중 손꼽히는 공간 구성을 자랑한다. 기자가 몇 년 전에 시승했었던 6시리즈 그란쿠페 보다 한층 확대된 느낌이다. 뒷좌석은 독립식이 아닌, 일체형 헤드레스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체감 상으로 독립식과 비교해서 그리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다. 또한 시트 바닥을 깊게 파놓은 설계로 헤드룸 부족을 만회함과 동시에 안정감 있는 착좌감을 만들어 준다. 또한 기본적인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충분한 편이어서 동사의 준대형급 세단인 5시리즈가 부럽지 않은 거주성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용량은 440리터로, 그다지 넉넉하지는 못한 편이다. 쿠페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한계점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 공간 내부는 돌출부가 다소 노출되어 있는 편. 뒷좌석을 4:2:4 비율로 접을 수 있어, 부족한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시승한 840i 그란쿠페는 B58 계열의 엔진을 사용한다. BMW B58 계열 엔진은 BMW의 직렬 6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동사의 B57계열 디젤엔진과 함께 현재 BMW의 준대형급 이상 세단 차종은 물론, SAV 라인업에도 두루 적용되고 있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340마력/5,000rpm, 최대토크는 50.99kg.m/1,600~4,500rpm로, 배기량 1리터 당 100마력을 웃도는 고성능 엔진이다. 

840i 그란쿠페는 평상시에는 고급 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을 수준의 우수한 정숙성을 선사한다. 직렬 6기통 엔진의 깔끔한 회전질감과 더불어 전방위로 착실하게 배려된 방음대책 덕분에 회전수를 인위적으로 3,500~4,000rpm 이상으로 높이지 않는 이상, 운전자에게 크게 자극을 끼치지 않을 정도다. 도심에서 흐름에 따라 유유히 주행을 이어가다 보면, 종종 7시리즈급의 최고급 세단에 올라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될 정도.

승차감 또한 동사의 대형 럭셔리 세단인 7시리즈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다. 이렇게 편안한 승차감은 정숙성과 더불어 세단에 올라 있다는 착각을 들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다. 물론, 쿠페가 지향하는 편안함과 세단이 지향하는 편안함의 속성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고급 패스트백의 승차감으로서 합격점을 주고도 남는 수준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쿠페의 낮은 시트포지션과 안정감을 좀처럼 잃지 않는 우수한 승차감은 8시리즈 그란쿠페의 매력 포인트이며, 경쟁자들과 비교해서도 부족함 없다. 고급 승용차에 요구되는 정숙성과 승차감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양립한 것이다.

가속력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 340마력의 B58 엔진은 840i 그란쿠페에 충분한 수준의 동력성능을 제공한다.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엔진 사운드는 그리 자극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행을 '즐기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뭔가 'BMW다운' 화끈함을 기대하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게 된다면 감각적인 측면에서 1% 정도 부족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또한 고속주행 중에도 워낙 차체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긴장감이 경감된다는 점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가속감 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 몸놀림이다. 840i 그란쿠페는 길이만 5m를 약간 넘고 공차중량만 2톤에 육박(1,965kg)한다. 하지만 그 몸놀림은 예사 수준이 아니다. 가속에서 느꼈던 1%의 싱거움을 BMW다운 냉철하고 절도 있는 몸놀림이 절묘하게 커버해 주는 느낌이다. 8시리즈에는 BMW의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특히 스티어링 시스템은 기존의 BMW의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 대비 월등히 직관적인 조작감이 인상적이며,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덩치 큰 8시리즈 그란쿠페의 몸집을 능숙하게 제어한다. 

시승한 BMW 840i 그란쿠페의 공인연비는 도심 9.7km/l, 고속도로 13.0km/l, 복합  10.9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도심에서는 공인 연비를 다소 밑도는 7.4~8.9km/l 사이를 오갔고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고속도로를  100km/h로 정속주행한 경우에는 공인연비를 약간 웃도는 13.6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BMW 840i 그란쿠페는 지금까지 시승했던 BMW 차종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억으로 남는다. 한층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거듭난 디자인과 더불어 최고급 패스트백 모델에 어울리는 우수한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BMW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주행 감각을 겸비하고 있다. 부쩍 높아진 감성품질은 BMW 840i 그란쿠페는 새로운 가치를 품은 BMW 럭셔리 쿠페로서 한 점 부족함 없는 수작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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