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없어진 자동차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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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없어진 자동차 회사들
  • 모토야
  • 승인 2020.06.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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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자동차 제조사는 대략 60여개 정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제조사들은 서로 각자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자동차의 보급이 시작된 19세기 말~20세기 초반부터 21세기인 오늘날까지 100년이 훌쩍 넘은 인류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오늘날에는 만날 수 없는, '없어진' 기업들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회사 자체가 사라진 사례는 물론, 기존의 생산 시설과 인력은 남긴 채, 다른 기업으로 전환된 사례도 존재한다. 오늘날에는 흔적만 남아 있는, 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대우자동차(승용부문 한정)
구 대우자동차는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함께 3강 구도를 이루었던 기업으로, 1960년대 신진자동차 시절부터 1970년대 출범한 지엠코리아와 이를 이은 새한자동차를 대우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을 거쳐 1983년, 대우자동차로 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대우자동차는 1970~80년대에는 로얄 시리즈의 흥행으로 승승장구했다. 오펠의 준대형 후륜구동 승용차 레코르트(REKORD)를 기반으로 한 이 일련의 세단 '제품군'은 유럽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과 2.0리터 미만의 배기량으로 대한민국 고급 승용차 시장을 휘어 잡았다. 하지만 1986년, 현대 그랜저의 등장으로 인해 로얄 시리즈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대우자동차도 함께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 대우그룹의 붕괴라는 결정타와 함께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로 승용 부문만 매각되어 2002년, ‘지엠대우오토앤터크놀로지(이하 GM대우)’로 출범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쉐보레로 브랜드를 변경하면서 지금과 같은 한국지엠 체제로 전환되었다.

폰티액
폰티액은 미국 제너럴 모터스(이하 GM) 산하에 있었던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로, 1926년에 세워진 상당히 역사가 긴 브랜드다. 폰티액 브랜드는 스포츠 성향을 띄는 GM의 미국 내수시장용 자동차 브랜드로 출발하여 2010년까지 존속되었다가 사라졌다. 뷰익과 올즈모빌이 중장년층을 겨냥했다고 한다면, 폰티액 브랜드는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폰티액 브랜드는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대우자동차가 생산했던 소형차 르망에 폰티액의 빨간색 쐐기형 엠블럼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폰티액의 자동차들은 다른 미국 대중차들에 비해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성향을 보였다. 또한 폰티액 엠블럼을 중심으로 하는 대칭형 그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빈자의 BMW'로 불리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에서 나타나듯이, 폰티액은 그동안 젊은 소비자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량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하지만 1980~90년대 일본 자동차들이 미국의 저가형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한 극한의 원가절감으로 뱃지 엔지니어링 차종만 내놓는 등, 소비자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2000년대 들어, 폰티액 브랜드의 성향이 희석되었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쯤 내놓은 소형 로드스터 솔스티스(Solstice)는 폰티액의 스포츠 성향을 다시금 각인시킨 바 있다. 하지만 2010년, 결국 GM은 폰티액 브랜드를 폐지하게 된다.

오스틴 자동차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영국은 수십개의 제조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유럽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1960년대에 나타난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로 인해 그 주요 제조사들이 통폐합되면서 영국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사라진 수많은 제조사 중에는 '오스틴 자동차(Austin Motor Company)'도 있다.

오스틴 자동차는 1905년에 설립된 자동차 제조사로, 당시까지만 해도 귀족이나 부르주아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를 대중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목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오스틴 세븐(Austin Seven)'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오스틴은 대중차로 성장을 거듭하며 모리스 자동차를 흡수해 덩치를 불렸고, 미니(MINI)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 오스틴-힐리(Austin-Healey)까지 출범시키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후 재정적자를 문제 삼은 영국 정부의 요구로 로버와 트라이엄프 자동차부문 등이 속한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로 통합되었고, 결국 브리티시 레일랜드가 무너지면서 이곳저곳에 팔려 다니다 1988년도부터 로버그룹으로 개명되고 2005년에 사라졌다. 현재 오스틴자동차의 상표권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브 자동차
스웨덴의 사브자동차(Saab Automobile AB)는 ‘비행기 만드는 자동차회사’로 유명했다. 사브의 자동차는 항공기에서 빌려온 디자인 요소와 함께,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터보 엔진의 대중화에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 사브자동차는 본래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었던 ‘스웨덴 항공 유한회사(Svenska Aeroplan AkiteBolag)’가 전쟁이 끝난 후, 전투기 수요가 크게 줄면서 맞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었다.

사브는 항공기에 사용된 기능이나 기술들을 자동차에 꽤나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이를 꾸준하게 어필했다. 이 때문에 한 편으로는 선진적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괴짜 같은 인상을 주곤 했다. 사브의 자동차는 1970년대를 전후하여 상당한 고성능차 제조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는데, 이는 그들이 그토록 집착했던 터보 엔진 덕분이었다. 1970년대 사브의 엔진은 2.0리터의 배기량으로 145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었다. 오늘날 고성능으로 유명한 BMW가 110마력대에 머물던 시기에 이미 그를 상회하는 출력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989년, 사브의 자동차 부문은 제너럴 모터스(GM)에 합병되었다. 하지만 GM과 결합한 이래, 사브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힘을 잃기 시작했다. 거기다 비좁은 자국의 내수시장만을 고려한 제품개발 사상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결국 사브 자동차는 2011년에 파산 보호 신청을 내기에 이른다.

프린스 자동차
프린스자동차공업(プリンス自動車工業株式会社)은 우리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이름의 자동차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구나카지마 비행기(中島飛行機)에서 분리된 '후지정밀공업'이라는 회사로, 오늘날 스바루라고 불리는 후지중공업(스바루)와는 다른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일본 자동차산업의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 기업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차가 바로 초대 스카이라인(Skyline)이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인은 현재는 닛산의 양산차로 알려져 있고, 생산 역시 닛산에서 하고 있지만, 그 모태가 되는 초대 스카이라인은 바로 이 회사에서 만들었다.

이 회사는 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전면에 내세운 고급 세단들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1960년대 당시 일본 자동차 시장의 상황으로는 고급 차종만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프린스자동차 자체의 규모가 뒷받침되지 못해,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다 1966년, 자국 시장 1위인 토요타에 맞서기 위해 고급 제품군이 필요했던 닛산자동차가 이 프린스 자동차를 인수합병하며, 프린스자동차의 이름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명맥은 현재 14세대째를 이어오고 있는 스포츠 세단 '스카이라인(現 인피니티 Q50)' 시리즈로 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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