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름' 사용했던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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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름' 사용했던 자동차들
  • 모토야
  • 승인 2020.07.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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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순 우리말에서 가져왔거나, 우리말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작명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세계 10위권 안의 자동차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는 차가 단 한 대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는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는 데 그리 인색하지는 않았다. 국제차량 제작의 시-발, 새나라자동차의 새나라, 신진공업의 신성호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는 이제 막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고 있던 시절에 나온 작명들이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공업이 성장하게 되는 70~80년대 들어서는 우리말 이름이 붙은 차들이 천연기념물 수준으로 희귀해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첫 독자개발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포니(Pony)부터 조랑말을 의미하는 영어였고, 그 뒤로도 현대자동차는 우리말 이름을 쓰는 경우가 없다. 심지어 새로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아예 외국 브랜드처럼 알파뉴메릭 작명법을 사용한다.

국내 제조사들이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결국 '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가 주요 수출품인 대한민국의 특성 상,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들의 방식'에 맞춰야 하는 측면이 존재하고, 결정적으로 내수시장에서마저 "우리말 이름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말 이름의 사용을 꺼리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면, 적어도 2000년대까지 순 우리말, 혹은 순 우리말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이름의 자동차들이 존재했다. 

새나라자동차 새나라
새나라자동차는 명목 상, 닛산자동차의 초대 블루버드(Bluebird)를 반조립(Semi-Knock-Down) 방식으로 라이센스 생산한 자동차였다. 새나라자동차는당시 우리보다 자동차 선진국으로 한참 앞서 나가고 있었던 일본의 승용차를 그대로 들여 온 모델에 가까웠다. 우리말 이름과는 달리, 실상은 수입차였던 셈이다.

새한자동차 맵시
1982년부터 새한자동차에서 생산한 맵시는 우리말로 “아름답고보기 좋은 모양새”를 의미한다. 맵시는 기존에 새한자동차에서생산하고 있었던 일본 이스즈(Isuzu) 사의 제미니(Gemini)를부분변경한 모델이었다. 이스즈 제미니는 GM의 월드카 개념하에 만들어진 후륜구동 소형 승용차로, 과거 제너럴모터스코리아 시절에 생산했던 카미나(Camina)의 후속모델로서 도입된 차종이었다.

쌍용자동차 무쏘
쌍용자동차 무쏘는 쌍용자동차의 고급 SUV로 출발하였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를 성사시킨 쌍용자동차의 야심작이었다. 1990년, 프로젝트명 FJ(Future Jeep)로 시작된 무쏘는 ‘승용 감각을 극대화한 SUV’를 목표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1993년에 출시가 이루어진 무쏘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에없었던 ‘고급 SUV’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하였으며, 이러한 대형의 고급 SUV 컨셉트는 훗날 등장하게 될 ‘렉스턴(Rexton)’이 물려 받아 오늘날의 ‘G4 렉스턴’까지 이어지고 있다. 차명인 무쏘는 코뿔소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무소'를 살짝 변형한 것이었다. 

대우자동차 누비라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라는 동사 ‘누비다’에서 그 이름을 가져온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누비라의 이름 뒤편에는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車’라는 슬로건이 내포되어 있었다. 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으로 개발된 준중형 차종으로, 대우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판매할 ‘월드카’로 만들어졌다. 개발은 1994년, 대우자동차 워딩 연구소에서 진행했으며, 생산은 당시 막 세워졌던 새 공장이었던 군산공장에서 맡았다. 누비라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누비라 II가 단종될 때까지 2002년 하반기까지 판매가 진행되었다.

삼성상용차 야무진
삼성상용차에서 출시했던 야무진은 기본적으로 닛산의 1.5톤급 소형 트럭 아틀라스(ATLAS)의 라이센스 생산품이다. 하지만 독자 디자인을 채택하고 정숙성과 연비 중심의 세팅이 특징이었다. 뛰어난 개방감과 조작성도 시장의 주목을 끌 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차는 생업의 현장에서 뼈대인 프레임이 주저앉고 발목에 해당하는 볼 조인트가 이탈하는 등의 문제가 속출하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과적이 수시로 횡행하는 국내 환경을 반영하지 않은 설계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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