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냐 주행거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 미니 일렉트릭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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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냐 주행거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 미니 일렉트릭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3.07.06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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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전기차 모델, 미니 일렉트릭을 시승했다. 미니 일렉트릭은 미니의 고유한 스타일링과 주행질감을 전기차로 구현해 낸 모델로, 미니 브랜드 전동화의 시발점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전기차로 태어난 미니는 과연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을 시승하며 그 실력을 알아 본다. 시승한 미니 일렉트릭의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5,210만원이다.

미니 일렉트릭의 외관은 일견 내연기관 버전의 미니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일렉트릭 전용의 디테일들을 이곳저곳에 적용해 내연기관 버전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인상을 준다. 

전면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역시 하디에이터 그릴에 해당하는 중앙 하단부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있었던 자리는 최소한의 냉각을 위한 하단 일부만 남기고 싹 메워놓았으며, 기존에 크롬으로 마감된 테두리는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을 적용한 것이 눈에 띈다.

미니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원형 헤드램프 역시 크롬 테두리 대신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된 테두리를 넣었고, 헤드램프 내부 역시 블랙베젤로 마감되어 있다. 단, 미니 쿠퍼의 상징과 같은 상단 공기흡입구는 뚫린 상태로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블랙 위주의 디테일로 인해 시승차처럼 흑색 외장색상이 적용된 모델보다는 전용 색상인 형광 노란색이나 백색 외장 색상을 디테일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옆모습에서는 미니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차체 형상을 시작으로, 미니 일렉트릭 전용으로 디자인된 17" 파워 스포크 알로이 휠과 형광노란색 도어미러 커버, 펜더의 S 로고 등이 돋보인다. 특히 전용의 파워 스포크 알로이휠은 전기 플러그를 형상화한 비대칭 디자인과 섬세한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특한 시각효과를 전달한다.

뒷모습에서는 유니언잭 형상의 테일램프를 비롯하여 전면부와 같은 블랙 하이글로스 마감과 형광 노란색 바탕의 일렉트릭 로고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전기차이므로, 내연기관 버전의 테일 파이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역시 외관에서 나타났던 형광색 요소들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시보드 장식에는 하이글로스 블랙 색상과 더불어 전용의 패턴을 적용한 장식 패널이 적용되어 있으며, 운전석에는 별도의 대형 LCD 계기판이 마련되어, 미래적인 감각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항공기 조종석의 토글스위치를 형상화한 스위치류도 여전히 독특한 감각을 제공하며, 중앙의 시동 버튼 역할을 하는 스위치에도 형광색을 적용해, 이 차가 전기차임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하여, 전기차 전용의 주행모드와 설정 등이 추가되어 있으며,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사용 편의성도 높였다. 단,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이 외에도 앞좌석 팔걸이에는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가 내장되어 있는데, 이 패드는 대화면 스마트폰 기종에는 잘 맞지 않는다. 

앞좌석은 미니 쿠퍼 S 모델과 동일한 질감의 시트를 적용하고 있다. 체격에 따라 시트의 크기가 다소 작게 느껴질 수 있을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불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당히 탄탄한 텐션을 지니고 있어 장시간의 주행에도 허리에 올리는 피로감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시트의 조절은 모두 수동 레버를 사용해 이루어지며, 운전석과 주수석 양쪽에 3단계의 열선 기능과 기계식의 뒷좌석 워크인 엑세스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평균적인 체형의 성인 남성도 수용 가능한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특유의 차체 형상으로 인해 머리 공간도 의외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일반적인 B세그먼트급 해치백 소형차보다 아주 약간 작은 정도의 공간이다. 뒷좌석은 2단계로 각도 조절이 가능하기는 한데, 이것은 시트를 눕혀서 거주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짐을 실을 공간을 더 확보하기 위한 용도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211리터로, 내연기관 3도어 미니와 차이가 없다. 적어도 국산 경차에 상응하는 수준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뒷좌석의 각도 조절 기능을 이용하면 트렁크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으며, 뒷좌석을 활용하면 통 711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접을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미니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를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7.3초에, 최고속도는 150km/h다. 배터리팩은 32.6kWh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사용하는데, 이는 여타의 BEV(Battery Electric Vehicle)전기차들에 비해 굉장히 작은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용량의 배터리 팩을 사용한다는 것은 후술하겠지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미니 일렉트릭은 역대 시승한 미니 브랜드 차종 가운데 가장 정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차로 기억된다. 내연기관이 사라진 데다, 그동안 3세대에 걸쳐 꾸준히 보완된 NVH 대책, 그리고 무거워진 무게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서스펜션 설정이 적용된 영향으로 보인다. 이러한 덕분에 단거리 통근, 도심 주행 등,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차종이라 할 수 있는 클럽맨보다도 더욱 쾌적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품은 미니의 주행감각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특히, 차체의 무게감이 여타의 전기차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가벼운 느낌을 준다. 물론 내연기관 버전의 미니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BEV로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경쾌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바닥을 몽땅 배터리셀로 도배하다시피하는 여타의 전기차와는 달리,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한 덕분에 이러한 질감이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렇게 가벼운 몸무게와 안정적인 무게중심, 그리고 직관적인 스티어링 응답성이 어우러진 미니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버전 못지 않게 경쾌하면서도 운전자의 뜻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주다가도 중간중간에 운전자에게 긴장감을 안겨주는 주행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포인트가 바로 미니 일렉트릭을 미니 브랜드의 일원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라고 본다. 

미니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버전들과 마찬가지로, 운전하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강렬하고 독보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콩깍지'에 씌이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단점이 그 자리에서 콩깍지를 벗겨버린다. 바로 '주행거리'다.

미니 일렉트릭은 환경부 인증 복합 기준으로 159km에 불과한 주행거리를 갖는다. WLTP 기준인 234km 대비 75km나 짧은데, 이는 대한민국 환경부의 엄격한 인증 기준에 따른 것이며, 실제로 주행을 하다 보면, 환경부 인증 기준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운전습관(혹은 태도)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이 큰 폭으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시승하던 시기가 상당히 더웠던 관계로 거의 상시로 공조장치를 사용했던 탓이 크다고 본다. 초소형 전기차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주행거리는 미니 일렉트릭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 아닐까 싶다.

반면, 배터리의 용량이 작다는 점으로 인해 체감되는 충전 시간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미니 일렉트릭은 제원 상으로 DC 급속 충전 사용시, 80% 충전에 23분, AC 충전소는 완충까지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체감되는 충전 시간도 이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충전소 위치를 동선에 넣는 등, 계획적으로 운행을 한다면 적어도 서울에서 충청북도 일부 권역까지는 어찌저찌 대응이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로에 충전소가 있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동선을 짜야 하기 때문에 경로 선택에 제한이 크게 따른다는 점은 불편했다.

이번에 시승한 미니 일렉트릭은 BEV이면서도 미니의 맛을 정말 잘 살린 차라고 말하고 싶다. 미니 일렉트릭은 비록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고-카트(Go-Kart)"의 주행감각과는 약간의 거리는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니를 탈 때마다 느끼게 되는,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 차에 오른 듯한" 기쁨을 준다. 여느 전기차처럼 무겁지 않고 경쾌하며, 미니만의 똘똘한 맛이 꽤나 잘 구현되어 있다.

이 덕분에 미니 일렉트릭은 순수하게 주행의 즐거움에서 접근했을 때,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전기차 모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여타의 전기차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배터리 용량으로 인해, 주행거리 불안이 상당히 크게 다가온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출시될 차기 미니 일렉트릭은 주행거리가 WLTP 기준으로 300~400km대로 늘어난다고 하니, 전기화된 미니를 갖고 싶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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