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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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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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난 세대 캠리의 디자인은 도저히 맘에 들지 않았다. 둥글림도 아닌, 날카로운 모습도 아녔다. 곡선으로 둥글린 차체의 앞과 뒤를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라이트와 그릴로 채웠다. 실내는 마치 거실 같았다. 눈에 부담가지 않는 연한 색깔을 골랐고 우드 그레인으로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센터페시아는 귀여운 하늘색 전자제품의 느낌이었다. 집으로 비하면 잘 꾸민 모델하우스 같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실내는 아주 괜찮다 생각 될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초에 꿈꾸던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신형 캠리가 나오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대중을 위한 차로써의 본분을 충실히 지켰다. 그리고 모던함을 내세운 디자인과 깨알 같은 디테일들로 상품성을 더욱 채웠다. 무난함의 끝판왕, 캠리를 만났다.




신 형 캠리는 확실하게 스타일을 바꿨다. 자를 대고 선을 시원하게 그은 듯하다. 날카로운 헤드라이트의 형상이 강해 보인다. 앞문에서 시작되어 트렁크까지 가로지르는 직선의 캐릭터 라인이 눈에 찬다. 날카롭지만 어디까지나 단정한 패밀리 세단의 기본을 지켰다.

겉 모습보다 실내의 변화가 더욱 더 반갑다. 외모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좋은 실내는 운전을 포함해 머무르는 시간을 즐겁게 한다. 실내의 변화는 파격적이다. 오래된 응접실 같던 기존 분위기를 완전히 걷어냈다. 이제야 모던함이 뭔지를 깨달은 듯하다.

직 선 위주의 실내 분위기로 바꾸고, 소재를 조금 더 고급화했다. 대시보드는 가죽 무늬를 새긴 플라스틱으로 감쌌다. 스티치까지 더해 그럴듯하다. 우드 그레인은 색깔을 어둡게 바꿔 은은함을 살렸다. 플라스틱 소재의 촉감도 개선했다. 

센터페시아는 조금 더 단순해지고 버튼을 큼직하게 키웠다. 중앙에는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기능의 7인치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바로 아래는 에어컨을 달았다. 에어컨 정보창은 작지만 시인성이 좋다. 쓸데없는 버튼 배치 등 멋을 부리지 않아 간결하다.

다만 계기판은 욕심이 심했는지 조금 산만하다. 파란 색 액정의 정보 표시창을 좌우로 분할해서 놓았다. 파란색의 코로나 링(개기 일식과 같이 원형을 감싸는 빛을 표현)을 둘러 계기판을 푸른 분위기로 꾸며냈다. 게다가 게이지의 바늘도 모두 쪽빛에 가깝다. 지나친 감각이다. 계기판 오른쪽 끝에는 실시간 연비 게이지를 더했다. 옆으로 불빛이 들어오는 칸까지 마련해 주행 상태에 따라 불빛이 들어온다. 연비가 좋을 수록 더욱 불빛을 채운다.

뒷좌석에 앉아 전체를 살펴본다. 시트가 큼직해진 것인지 허벅지를 아쉽지 않게 받쳐준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가는 소파 같다. 중간에 갈색 가죽으로 선을 넣고 앉는 부분은 하얀색 가죽으로 처리해 산뜻하다.

시트에 몸을 완전히 기대도 헤드 룸은 충분히 남는다. 하지만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뒷좌석에 붙어있는 것이 아쉽다. 등받이에 허리를 정확히 맞춰 앉으면 머리를 편하게 기대기 어렵다. 목 베게로 삼자니 머리가 뒤 유리창에 닿는다.

문 을 열고 닫으며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곳은 모두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때문에 고급스러운 질감은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차를 오래 쓰길 바라고 만들었다면 납득할 수 있다. 당장 질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오래 쓰면서 마모되는 부분을 확실히 대처했다.




캠 리는 직렬 4기통 2.5L 엔진을 얹었다. 북미 시장에서는 V6 3.0L 모델도 있지만, 국내 시장에 들여오진 않았다. 보어와 스트로크는 이전과 동일하다. 변화를 준 것은 EFI(Electric Fuel Injection)를 SFI(Sequential Fuel Injection)으로 바꾼 것. 최대출력은 조금 상승해 6000rpm에서 181마력을 낸다. 최고토크는 4100rpm에서 23.6kg·m. 공인 연비는 12.8km/L로 약간 개선되었다.

변속기는 6단 자동 변속기를 물렸다. 4단까지는 쉽게 가속을 이어가지만 5단과 6단을 길게 늘였다. 기대할 일은 아니지만 변속기가 능청스럽다. 어느 단수에 물려있든 일단 4단으로 표시를 한다. 정지 상태에서 수동 모드로 6단까지 올리고 가속을 해봤다.

속도를 올리자 1단부터 6단까지 슬며시 변속해 나간다. 하지만 화면은 6단을 표시한 그대로다. 저속에서 지나친 고단기어의 변속은 대부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변속을 애초에 거부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미리 표기만 해두고 이후에 변속하는 것이 옳을까.

저 속에서 승차감은 탄탄하지도 물렁하지도 않다.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틀어보면 차체는 적당히 흔들리고 만다. 저속에서 험로를 통과할 때도 울렁이지 않는다. 요철을 만나도 충격을 확실히 흡수한다. 뒷좌석 승차감 또한 훌륭하다. 잔 진동은 느껴지지 않고 고속으로 나아가며 더 탄탄한 느낌을 준다.
부드럽게 주행한다면 편안함으로 보답한다. 부드러움도 탄탄함도 아닌 그 중간의 경계에 둔 서스펜션 세팅은 대부분을 만족시킬 것이다. 경거망동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엔진은 어느 영역에서나 가속에 열심이다. 힘찬 토크감까진 느끼기 어렵다. 엔진음은 고회전으로 갈수록 쇳소리가 심해진다.

캠 리는 대중을 위한 차로써 본분을 다했다. 비싼 비용을 들여 100%의 훌륭함을 만들어 일부를 만족시키는 차가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알뜰하게 패키징을 한다. 90%의 훌륭함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가장 어려운 길을 걷는 차다. 서스펜션 세팅, 엔진의 세팅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의 길을 걷는다. 절묘한 타협이 이뤄진 중간이다.

캠 리는 10개의 에어백을 달았다.(앞좌석 전면, 사이드, 커튼 무릎, 뒷좌석 사이드), 주행 안전 장비도 기본으로 갖췄다. VSC, TRAC, ABS, EBD, BA(브레이크 어시스트), SST(스마트 스톱 테크놀로지)를 달아 능동적인 안전 또한 더했다.

편 의 장비로는 후방카메라 기능을 더한 내비게이션, 크루즈 컨트롤, 전동식 앞좌석, 6:4로 분할 폴딩되는 뒷좌석, 리어 에어벤트 에어컨, JBL 오디오(10개 스피커, 블루투스 기능 적용)를 뽑을 수 있다. 오디오의 음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컨트리음악을 시범삼아 틀어봤다. 중고음대의 영역을 풍부하게 처리한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맵을 적용했다. 이제야 국내 시장 분위기에 맞춰가는 기분이다.

국내 시장에서 캠리의 경쟁차는 넘친다. 중형차와 엔트리급 대형차가 가격과 차체 크기로 캠리와 비교된다. 특히 쏘나타와 그랜저를 들 수 있겠다. 풍부한 편의사양과 고급스러움으로 캠리와 대적한다.

이 둘에 비하면 캠리의 편의장비는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것만을 추려냈고 전체적인 패키지가 만족스럽다. 평상시 쓰는 편의장비로만 치면 부족하지 않다.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려보면 더욱 만족스럽다. 무난함을 갈고 닦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스포츠성이 부족할지언정 주행 중 불안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3390만 원이라는 가격에 많은 것을 담아내기 보다는 필요한 것을 양질로 담아내는데 집중한 모습이다. 차 자체에서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는 것이 어려울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90%의 만족을 주는 것이 어려울까. 취향의 수는 사람의 수만큼 많다. 하지만 캠리를 통해 비춰본 토요타는 수많은 취향을 아우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캠리는 95% 짜리다.

글 안민희|사진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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