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과거의 유산이 되어버린 그것... '팝업 헤드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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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거의 유산이 되어버린 그것... '팝업 헤드램프'
  • 모토야
  • 승인 2020.12.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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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의 스포츠카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헤드램프의 형태를 기억하는가? 해가 떠 있을 때에는 차체 내에 숨어 있다가 날이 어두워졌을 때 점등하면 '스르륵'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헤드램프 말이다. 이러한 형태의 헤드램프를 '팝업 헤드램프(Pop-up Headlamp)'라고 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리트랙터블 헤드램프(Retractable headlight)', 혹은 히든 헤드램프(Hidden headlamp)라고도 한다. 

이러한 방식의 헤드램프는 당시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의 헤드램프로 통했다. 특히 점등시 작동하는 모습이 극적인 느낌을 주고, 주간에는 차체 표면과 일체화되어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하면서 매끈한 외관을 가지는 덕분에 스포츠카들에 많이 사용되었다.

팝업 헤드램프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팝업헤드램프를 적용한 차는 1935년 런던 모터쇼에서 등장한 알파로메오의 8C 2900A였다. 이는 당대의 일반도로용 스포츠카들과 현격히 차별화되는 요소로 작용했다. 헤드램프를 사용하지 않는 낮에는 헤드램프를 수납시켜 헤드램프를 아예 달지 않았던 당대의 경주용 자동차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인 1936년 등장한 미국 코드 자동차(Cord Automobile)의 810 모델은 최초의 팝업 헤드램프를 적용한 양산차로 기록되어 있다. 코드 810의 팝업 헤드램프는 고정형 헤드램프 유닛을 감싼 커버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개폐하는 형태였다.

팝업 헤드램프의 전성기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미국 시장의 헤드램프 높이 규제로 인해 시작되었다. 이 당시 미국에서 요구하는 헤드램프 높이는 일반적인 세단형 승용차에서는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으나, 낮은 지상고와 차체 높이를 갖는 스포츠카들에게는 지나치게 높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발을 담근 수많은 스포츠카들이 너도나도 팝업 헤드램프를 도입했다.

반면, 팝업 헤드램프에는 단점도 적지 않다. 사실 주간에 소등했을 때의 매끈하고 수려한 외관, 그리고 그를 통해 얻어지는 (주간 한정으로)뛰어난 공기역학적 특성을 제외한 모든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구조가 일반적인 고정형 헤드램프에 비해 매우 복잡하다. 점등할 때마다 묵직한 헤드램프 뭉치를 전개해 줄 기계장치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력장치가 들어가므로 필연적으로 무게를 많이 차지해 차체 중량 배분에 악영향을 주고, 야간에는 기껏 다듬어 놓은 공기역학적 형상을 망가뜨렸다.

게다가 당시 이러한 장치들은 전자부품이 많아 가격이 비싸고, 유지보수비 또한 일반 고정형 헤드램프를 탑재한 차량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특히 정면 충돌 사고로 인해 헤드램프 유닛이 파손되기라도 하면, 매우 비싼 수리비를 내야 했다. 심지어 일부 차종은 같은 플랫폼에서 개발한 형제차의 전면부를 통째로 가져다 접합하는 것이 수리비가 더 싼,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닛산의 스포츠 쿠페 모델인 '180SX'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1980~90년대 당시 일본에는 형제차인 실비아(S13)의 전면부를 접합한 180SX들이 심심치 않게 존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혼종(?)차를 두고 일본 내 자동차 튜닝/애프터마켓 업계에서는 '실-에이티(Sil-Eighty)'라는 속칭으로 불렀다.

팝업 헤드램프는 1990년대를 전후로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충돌안전 규제가 점차 자동차 내 탑승객 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다. 이 당시 함께 없어지기 시작한 것 중 하나가 고급 승용차들이 너도나도 사용했었던 후드 오너먼트(본넷 엠블럼, 후드 탑 마크) 등의 장식물을 들 수 있다. 팝업 헤드램프는 야간에 점등시 보닛 위로 돌출되는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규제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팝업 헤드램프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오늘날 자동차용 등화류는 엄청나게 많은 규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양산차에는 고정식 헤드램프가 강제되는 것은 물론, 주간에 점등시켜 차폭등의 역할을 하기 위한 주간상시등(Daytime Running Light)까지 필수다. 심지어 현재 운행하고 있는 차량들 중 주간상시등이 없는 차량은 주간에도 헤드램프를 점등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날로 강화되어 온 보행자 충돌안전 규제로 인해, 팝업식 헤드램프는 설 자리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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