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형차의 흥망성쇠 -마지막을 향해, 201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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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형차의 흥망성쇠 -마지막을 향해, 2010년대-
  • 박병하
  • 승인 2022.06.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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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동차의 보급과 자동차 산업의 육성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은 물론, 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된 유럽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유럽에서 자동차는 마차와 마찬가지로, 귀족이나 신사 등과 같은 유산계급(有産階級)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전간기에 만들어진 폭스바겐의 카데프-바겐(KDF-Wagen)을 시작으로, 초대 피아트 500, 로버 미니 등의 소형차들 덕분에 유럽 전역에 자동차가 보급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소형차는 자동차 보급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소형차는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대한민국의 마이카 시대를 연 중추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등이 줄줄이 단종, 혹은 국내 판매를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로써 국내 시장서 대한민국의 토종 소형 승용차는 완전히 멸종하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 소형차 역사의 마지막인 2010년대의 소형차들을 다루며 본 연작 기획을 마친다.

현대자동차 엑센트(2010)
2010년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신형 엑센트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2세대 베르나(Verna, MC)를 대체하는 차종으로 등장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현대자동차는 내수 시장에서 '베르나'를 폐기하고 내수와 수출 모두 '엑센트'로 브랜드를 단일화했다. 엑센트는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차세대 디자인 언어로 내세우고 있었던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디자인 언어를 대대적으로 반영한 외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2011년도에는 5도어 해치백 형태의 엑센트 위트(Wit)가 출시되어 함께 판매되기 시작했다. 엑센트 위트는 스타일링에서부터 그동안의 현대자동차 소형 해치백들이 취하고 있었던 테라스 해치백의 형태에서 벗어나, 더욱 현대적인 유럽풍의 후면부 스타일을 가졌다. 이 차는 2010년 생산이 종료되어 동년에 완전히 단종된 클릭을 대체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기존의 1.3리터 파워트레인 대비 향상된 성능을 갖는 1.4리터 감마 MPi 엔진을 주력으로 하였으며, 그 외에도 아반떼의 것을 공유하는 1.6리터 감마 GDi 엔진을 적용해 성능 면에서도 당대 최고를 자랑했다. 여기에 1.6리터 U 디젤 엔진을 적용한 디젤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이 당시 엑센트 디젤 모델은 당대 최고 수준의 연비를 자랑해 인기가 있었다. 또한 2013년도에는 1.4리터 감마 엔진을 신개발의 카파엔진으로 변경해 성능을 보완했다.

엑센트는 단종을 맞는 2019년도까지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쳤다. 2014년도에는 신형의 15인치 알로이 휠과 변경된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그리고 세단 모델 한정으로 LED 테일램프가 적용되는 등의 마일드한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2015년도에는 디젤 모델에 건식 클러치를 사용하는 신개발 7단 DCT가 적용되고 엔진 역시 유로6를 만족하는 사양으로 변경되었다. 2017년도에는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의 디자인이 변경된 신모델이 등장했으며, 판매량이 저조했던 1.6리터 감마 GDi 엔진이 제외되었다. 당초 현대차는 2016년도에 엑센트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단종시키려 하였으나, 엉뚱하게도, 출시를 공언했던 프라이드가 국내 공급이 중단되고 엑센트는 2019년도까지 계속 판매가 이루어졌다.

기아 프라이드(2011)
2000년대 소형차 시장에서 베르나를 누르고 소형차 시장을 휘어잡은 기아의 2세대 프라이드는 2011년,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3세대(UB/LB) 모델로 변경을 맞이하게 된다. 3세대 프라이드는 직선적인 스타일을 강조한 선대에 비해 둥글둥글하고 통통한 형태의 외관을 가진 것이 특징이며, 당시 기아의 패밀리룩으로 내세우고 있었던 호랑이코 그릴과 더불어 한층 사나워진 인상을 더했다. 그러나 세단 모델의 경우에는 GM대우 칼로스나 초기형 아베오 세단 등과 마찬가지로, 해치백에 억지로 트렁크를 붙여 넣은 듯한 형상으로 인해 평이 좋지 못했다. 인테리어는 둥글둥글한 형태가 주를 이루는 외관과 달리, 직선적인 기조를 취해 정돈된 분위기를 냈다.

그러나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동시기에 시판되고 있었던 현대 엑센트 대비 선택의 폭이 좁았다.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1.4리터 및 1.6리터 감마 엔진만 적용되었으며, 당시 인기가 있었던 디젤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출시 후 2년이나 지난 2013년에서야 추가되었는데, 그마저도 엑센트의 1.6리터 엔진이 아닌, 1.4리터 U2 디젤엔진이었고,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 뿐이었다. 이마저도 해치백 모델만 적용이가능했다. 여기에 차량 가격과 옵션 구성 면에서도 현대 엑센트 대비 불리하게 설정되어 있어,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3세대 프라이드는 선대의 명성을 잇지 못한 채 2017년에 단종을 맞게 된다. 

기아는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4세대 프라이드를 발표하며 2017년 국내에 출시할 것을 알렸으나, 준중형 세단과 소형 크로스오버의 등장으로 인해 소형차 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었고, 2017년도에 4세대 프라이드 기반의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 스토닉이 출시될 예정이었기에 결국 4세대 프라이드는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이로써 국내 시장에서는 프라이드의 맥이 완전히 끊기게 된다.

쉐보레 아베오(2011)
2011년, GM대우 브랜드가 쉐보레 브랜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차량 라인업 전반에 걸쳐 이름이 바뀌게 된다. 또한 이 당시는 쉐보레의 소형차종 라인업이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이 때 등장한 것이 쉐보레 아베오(Aveo)다. 이 차는 해외에서는 소닉(Sonic)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쉐보레 아베오는 먼저 출시되었던 쉐보레 스파크와 궤를 함께하는, 역동적인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 경쟁 차종인 현대 엑센트가 1.4리터 엔진이 주력인데 반해, 아베오는 1.6리터 엔진을 주력으로 했다. 여기에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기존의 칼로스/젠트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건한 구조강성을 강조하며 차량의 동역학 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쉐보레 아베오는 이전 세대의 젠트라 대비 반등은 커녕, 단종되는 그날까지 악평에 시달렸다. 당시 스파크와 공유하다시피했던 특유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마감 등이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자동변속기의 토글식 수동변속모드 또한 비난의 대상이었으며, 편의사양 면에서도 경쟁차종 대비 크게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소형차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 설정과 불합리한 안전/편의사양 구성으로 외면받았다. 심지어 그토록 강조했던 주행성능의 경우에는 차량의 앞부분이 지나치게 무거워 밸런스가 엉망인데다, 초기에는 전트림에 걸쳐 차체 자세제어장치까지 적용이 불가하다는 약점도 있었다.

이에 쉐보레는 2015년, 아베오의 상품구성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파워트레인을 1.4리터 에코텍 터보 엔진 단일 구성으로 변경하여 동급 최고 수준의 동력성능을 강조한 펀 카(Fun Car)로서 접근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면서 아베오는 더더욱 외면받게 되었다. 2016년도에는 디자인이 대대적으로 바뀌고, 가격도 낮추고, 상품 구성을 대대적으로 일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었음에도, 아베오는 단종되는 그날까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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